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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금학

청주시 공원조성과 공원정책팀장

[충북일보] 말모이. 제목부터 궁금증을 자아냈다. 사전을 찾아보니 우리나라 최초의 국어사전으로, 주시경 등이 1910년 무렵에 조선광문회에서 편찬하다 끝내지 못한 사전이라 기록하고 있다. 말모이는'우리의 말과 마음을 모은다'라는 뜻으로, 일제강점기에 편찬하고자 했던 사전의 이름이자 말을 모으는 운동이다.

국어학자 주시경 선생은'문명 강대국은 모두 자국의 문자를 사용한다'라는 깨달음을 갖고, 통일되지 않은 맞춤법 표기와 띄어쓰기를 바로잡고자 국어의 기준점을 찾아 사전을 편찬하려 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후에 사전 편찬에 뜻을 가진 이들이 주시경 선생의 뒤를 이어가다 일제의 탄압으로 작업이 중단됐으나 1929년 조선어학회 회원을 중심으로 편찬을 재개했다.

영화 '말모이'는 창씨개명 및 민족말살정책을 폈던 일제강점기에 우리의 말과 글을 지키고 사전을 편찬하기 위해 목숨을 건, 평범하고도 위대했던 우리 조상들에 대한 이야기이며 역사적 사실에 바탕을 둔 실화 영화다.

영화를 보면서 우리 조상들의 애국의지에 감탄했고 일본인들의 만행에 분개했다. 내 나라에서 나의 말, 나의 글조차 함부로 쓸 수 없고 눈치와 학대로 숨어서 사전을 편찬할 수밖에 없음에도 포기하지 않는 그들의 의지에 감동했다. 저들 가운데 내가 있었다면 30여 년간의 일제강점기에서 나의 의지대로 임무를 완수할 수 있었을까, 영화를 보는 내내 손에 땀이 나며 한숨과 함께 몸에 힘이 주어졌다.

공감 가는 대사가 많았다. 그중 사투리 수집에 난항을 겪고 있을 때 "한 사람의 열 걸음보다 열네 놈의 한 걸음이 더 크다"라며 전국 각지에 살던 감옥소 동기들을 데리고 위풍당당하게 나오는 장면은 웃음과 함께 감동을 줬다.

기해년 우리 시 새해 사자성어 '동심만리(同心萬里·같은 마음으로 미래를 향해 나아가자)'가 연상되면서'함께 어려움을 헤쳐 나가면 못 이룰 게 없다'는 공동체 의식이 깨우쳐지고 새로운 각오가 새겨지면서 현실의 내가 행복하고 감사했다.

'말과 글은 민족의 혼과 정신을 담는 그릇'이라 칭한다. 이것을 알기에 일본은 우리말, 우리글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고 민족성 말살을 위한 정책을 더욱 강력하게 펼쳐나갔지만, 1933년 한글 맞춤법 통일안을 발표하기에 이른다. 일제의 무단통치 및 민족말살 통치에도 불구하고 13년이 지난 1947년 조선말 큰 사전 1권이 간행됐고, 주시경 선생이 사전 편찬을 시작한 지 46년 만에 작업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영화를 통해 일제강점기의 역사를 다시 되짚어 보고, 우리말과 우리글에 대한 소중함도 새삼 깨닫게 됐다.

요즘 젊은 세대는 함축된 단어 사용과 순화되지 않은 외래어 사용 등으로 우리 조상들이 목숨 바쳐 지키고자 했던 우리의 소중한 말을 오염시키고 있다. 말과 글을 바르게 사용해 우리의 한글이 세계 속의 한국어로 거듭나길 바라며,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통해 일제강점기 탄압의 쓰라린 과거를 되새겨 교훈으로 삼고, 한마음으로 똘똘 뭉쳐 갈등보다는 타협과 배려로 부강하고 살기 좋은 대한민국을 만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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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