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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특집]충북선에서 만난 사람들

"추억 담긴 기차 …미래엔 유럽까지 갈 수 있길"

  • 웹출고시간2019.01.31 20:47:38
  • 최종수정2019.01.31 20:47:38

청주역 전경.

ⓒ 신민수기자
[충북일보] 충북도민들에게 경부선 대전역과 중앙선 제천역을 잇는 '충북선'은 많은 의미를 가진다.

9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충북선을 통해 사람과 사람, 지역과 지역이 연결됐다.

그 과정에서 무수히 많은 이야기꽃이 피웠고 추억이 자랐다.

숱한 세월 충북선에 차곡하게 쌓인 이야기가 궁금했다.

청주역과 제천역을 오가며 여행의 목적과 종착지가 각기 다른 사람들과 대화를 나눴다.
ⓒ 신민수기자
지난 26일 오전 7시, 아직 해가 뜨지 않아 어두컴컴한 청주역에 도착했다.

많은 사람을 만난다는 생각에 여행지보다 여정이 더 기대됐다.

하지만 역사에 들어서자 기대감은 실망감으로 바뀌었다.

눈에 띈 사람들이 고작 3명에 그쳤다.

대합실에서 하릴없이 출발시간을 기다렸다.

청주역 플랫폼에 제천행 무궁화호 열차가 들어오고 있다.

ⓒ 신민수기자
15분 쯤 지났을까, 왁자지껄한 소리와 함께 십여 명의 사람들이 역사로 들어왔다.

이내 대합실은 사람들의 대화소리로 가득 찼다. 다행이었다.

알록달록한 옷을 입은 한 무리의 여성들에게 가장 먼저 눈길이 갔다.

이들은 강원도 태백에서 열리고 있는 눈축제에 가기 위해 청주역을 찾은 요양보호사들이었다.

오랜만에 기차를 타게 됐다는 이들은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신복희(68·청주시 가경동)씨는 "어릴 적 충북선을 많이 타 지금도 많은 추억이 남아있다"며 "추억이 담긴 충북선을 타게 돼 정말 설렌다"고 말했다.

태백 눈축제장에 가기 위해 충북선을 탄 전종복씨 가족이 환하게 웃고 있다.

ⓒ 신민수기자
어느덧 기차 출발시간이 다가왔다.

이날 탄 기차는 대전역을 떠나 제천역으로 향하는 무궁화호 1703편으로, 청주역 도착시간은 오전 7시 37분, 제천역 도착시간은 오전 9시2분으로 예정됐다.

매표창구에 따르면 이날 19명이 청주역에서 해당 열차에 탑승했다.

기차 내에는 주말을 맞아 가족, 연인, 친구와 함께 여행을 떠나는 승객들이 많았다.

전종복(60·청주시 중앙동)씨 가족은 의자를 돌려 마주앉은 채 준비한 간식을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전씨는 딸과 사위, 두 손주와 함께 태백 눈축제장으로 가기 위해 10년 만에 충북선 기차에 올랐다.

이들은 가족이 함께 둘러앉아 대화를 할 수 있는 기차를 이동수단으로 선택했다.

화장실을 갈 수 있다는 점도 한몫했다.

"기차를 타길 정말 잘했다"고 입을 모으던 전씨 가족은 충북선이 더 멀리 뻗어 나갔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전했다.

전씨는 "태백에 가려면 제천에서 30분가량 대기 후 환승해야 한다. 충북선을 타고 바로 강원도로 갈 수 있다면 여행이 더욱 편안해질 것"이라며 "나아가 청주에서 기차를 타고 북한을 지나 유럽까지 갈 수 있는 날이 살아생전에 오길 바란다"고 소망했다.

태백 눈축제장에 가기 위해 충북선을 탄 민영준·비비안씨가 환하게 웃고 있다.

ⓒ 신민수기자
민영준(28·청주시 복대동)씨는 여자친구인 미국인 비비안(25)씨와 함께 태백 눈축제장을 가고 있었다.

이들은 바깥 경치를 보며 편안하게 기차여행의 묘미를 느끼고 있었다.

비비안씨는 "미국에서는 비행기를 많이 타서인지 한국의 기차가 더 편안하고 안전하게 느껴진다. 기차에서 바라보는 충북의 모습 또한 아름답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고향집을 찾아가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강원도 영월군 출신인 정규현(73·세종시 도담동)씨는 고향에 가기 위해 두 달에 한 번 조치원역~제천역~영월역 노선을 이용한다.

그는 고향에 가기 위해 환승 대기 시간을 포함, 3시간가량을 소비해야 한다.

정씨는 "이동하면서 편하게 일을 할 수 있어 기차를 이용하고 있지만 이동시간이 꽤 오래 걸린다"며 "기차 속도가 빨라진다면 시간을 그만큼 절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충북선 무궁화호 기차 내부 모습.

ⓒ 신민수기자
한국교원대학교 부설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오정민(18·충주시 연수동) 군도 주말을 맞아 같은 지역 출신 친구들과 함께 집으로 가고 있었다.

2주에 한 번씩 충북선을 이용하는 이들은 기차를 타는 이유로 정시성을 꼽은 반면, 속도가 조금 더 빨라졌으면 하는 아쉬움도 표했다.

제천역 전경.

ⓒ 신민수기자
대화를 나누다 보니 기차는 어느덧 종착역인 제천역에 도착했다.

승객 상당수는 환승을 위해 표지판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분주히 움직였다.

충북 내에서의 이동을 위해 충북선을 이용하는 승객보다 충북에서 타지 또는 타지에서 타지를 가기 위해 충북선을 타는 승객들이 더 많은 듯 보였다.

오후 2시께 청주행 기차를 타기 전 제천역 인근 제천역전한마음시장에 잠시 들렀다.

이날 오전 기차에서 만났던 승객들이 종종 눈에 띄었다.

태백 눈축제에 들른 뒤 환승을 위해 다시 제천역을 찾은 여행객들이 대기 시간을 틈타 요기를 위해 인근 시장을 찾은 것이다.

철도교통의 요충지라는 이름에 걸맞게 제천역 인근 상가에는 환승객들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졌다.

제천역 플랫폼에 대전행 누리로 열차가 들어오고 있다.

ⓒ 신민수기자
오후 3시 5분 누리로 1710호가 대전역을 향해 출발했다.

제천역에서 해당 기차에 탄 승객은 154명에 달했다.

하행선에는 고향을 향하는 승객들이 상당수를 차지했다.

친정집에 가기 위해 충북선을 탄 김성정씨와 두 자녀가 환하게 웃고 있다.

ⓒ 신민수기자
김성정(35·제천시 장락동)씨는 평택에 있는 친정집에 가기 위해 두 자녀와 기차에 탔다.

김씨는 조치원역에서 기차를 갈아탄 뒤 평택역으로 갈 예정이다.

기차를 이용할 경우 차량에 비해 이동거리가 늘어나지만 어린 자녀들을 위해 기차를 주로 이용한다.

아이들이 비교적 자유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고, 화장실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달에 1~2번 기차를 타는 김씨는 특히 누리로에 대해 높이 평가했다.

김씨는 "처음 충북선을 탔던 8년 전만 해도 누리로가 없었다"며 "새로 도입된 누리로가 무궁화호 보다 좌석이 넓고 환경도 쾌적한 것 같다"고 말했다.
누리로는 지난 2009년부터 운행되고 있는 무궁화호에 준하는 등급의 열차다.

서울에 사는 이지영(45·장안동)씨는 고향인 충주에 가기 위해 청량리역을 출발해 제천역에서 환승을 했다.

이씨는 "서울에서 충북 북부지역까지 거리가 멀지 않지만 기차로 오기엔 불편하다"며 "철도노선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충북선 기차를 타고 본가에 가고 있는 주용환 한국철도공사 충북본부장이 태블릿PC를 활용해 업무를 하고 있다.

ⓒ 신민수기자
세종에 사는 가족을 만나기 위해 제천역에서 오송역으로 가는 주용환 한국철도공사 충북본부장도 만날 수 있었다.

지난해 10월 취임한 주 본부장은 현재 세종을 떠나 충북본부가 있는 제천에 거주하고 있다.

"자기 시간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본가 방문 시(한 달에 2~3번) 기차를 주로 이용한다"고 설명한 그는 이날도 자리에 앉아 태블릿PC를 활용, 업무에 한창이었다.

그는 충북선 발전 방향에 대한 소신도 밝혔다.

주 본부장은 "열차는 '시간경쟁력'과 '낭만·추억을 싣는 경쟁력', 두 가지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며 "충북선의 경우 지역 간 이동을 위한 탑승 수요가 높기 때문에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고속화 사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코레일에서는 여객이 적은 간이역을 대상으로 특화사업을 벌이고 있다. 문을 닫거나 닫을 수밖에 없는 충북선 간이역에 테마를 입혀 재탄생할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청주역 전경.

ⓒ 신민수기자
오후 4시 32분, 청주역에 도착한 기차는 승객을 내리고 오송역으로 떠났다.

아무리 교통수단이 다양해지고 발전해도 설렘을 자극하는 기차의 매력은 여전했다.

흔히 말하는 기차의 강점인 '정시성', '안정성', '편리성' 만으로 기차의 매력을 설명하기엔 부족했다.

기차는 사람과 함께 달렸다.

이번 여정에서 만난 기억 속의 충북선, 현재의 충북선을 보며 미래를 달릴 충북선을 그려본다.

/ 신민수기자 0724sm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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