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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제완

충북문협회장

한 해가 또 밝았다.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세월은 참으로 빠르게 흐른다. 다시 올 수 없는 시간들이 세월 속에 묻히는 것은 자연의 이치다. 하지만 헛되이 흘려보내지 않는 것은 사람의 지혜다. 시작이 있어 새롭게 결심을 하고 끝이 있어 실천하지 못했던 것들을 성찰해 볼 수 있다. 일상에서 시간은 시계바늘이 원을 그리며 돌아가듯 한 없이 반복할 것처럼 느껴진다. 이런 반복은 권태를 느끼게 한다.

그러다가 문득 삶이 부단히 반복되는 원운동이 아님을 깨닫게 될 때 당황하게 된다. 인생은 시작과 끝 사이의 선과 같음을 깨닫고 이를 통째로 돌아볼 때가 바로 삶의 의미를 성찰하게 되는 순간이다.

새해를 맞으며 나는 지난해를 되돌아보고 다가온 한해를 잘 살아보겠다고 다짐한다. 그것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지라도 실천하려는 노력은 게을리 하지 않는다. 삶의 진정한 의미를 찾기 위해서다. 올해는 인생의 배낭을 다시 꾸려 보기로 했다. 털어야 할 대목에서 털어내지 못하면 잡동사니로 가득 찬 무거운 짐을 지고 가야하기 때문이다. 내 삶에서 잡동사니는 버리지 못하는 미련과 회한, 쓸데없는 미움과 증오, 시기와 후회다. 내가 지금까지 걸어오면서 힘겨웠던 이유가 그 잡동사니를 버리지 않고 배낭에 꾸역꾸역 넣은 채 왔기 때문이다.

내가 인생의 길목에서 먼 길을 시작할 때는 더 많은 것을 가져가려고 욕심을 냈다. 이건 이래서, 저건 저래서, 필요하다며 배낭에 많이 담으려 했다. 하지만 내 무거운 짐을 대신 날라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 온전히 내 자신이 짊어지고 가야한다. 그것들이 내 삶을 더 힘겹게 내내 눌렀다. 이젠 어렴풋이 깨달았다. 가벼운 짐을 지고 오르는 산이 행복한 산행이 된다는 것을.

일단 짐을 덜어내기로 마음을 고쳐먹으니 여유로움이 생기고 정말 필요한 게 뭔가를 꼼꼼히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지금은 덜어내고 또 떨어낸다. 이제야 터득해 나간다. 내 삶에서 진짜 필요한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그거 없으면 죽을 것만 같던 것도 정작 덜어내고 나면 그저 한낱 장식내지 기호품에 지나지 않았던 것임을 뒤늦게 깨닫는다. 사람의 멋, 삶의 맛은 소유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되레 비움에서 온다.

물론 아무리 줄이고 버리고 비우며 털어낸다 해도 꼭 가지고 가야 할 것은 있다. 내 자신이 짊어지고 가야하는 인생배낭에서 운명의 짐을 회피할 수 없다. 인생의 십자가는 늘 내안에 자리 잡고 있다. 그것을 외면하거나 회피해서는 안 된다. 내 인생의 배낭을 누가 대신 짊어지고 갈 수 없듯이 내가 짊어지고 가야할 십자가는 기꺼이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애써 외면하지 말고 한껏 끌어안아 깊게 포옹해 거기서 진짜 내 인생을 꽃피우리라.

나는 그 동안 손에 쥔 것만을 헤아리는 습성이 있었다. 내가 잡고 있다가 놓았던 것, 구하고 찾았던 것 보다 버린 것을 헤아려 보는 지혜가 없었다. 선각자들은 자신을 버리는 것부터 새 삶을 시작해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다. 살아오는 동안 무엇이든 하나라도 더 얻으려고 했다면 하나하나 비우면서 여유로운 공간도 만들어 나가야 한다, 채우는 것만이 인생을 살아가는 요체가 아니라 덜어내고 잃어가는 것, 그래서 더 단촐한 삶이 되어가도록 하는 것이 나이 먹어 가는 삶임을 깨우쳐야 한다.

나의 삶 내 생명은 단 한 번의 기적이다. 이 세상에 태어나 그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먹고 깨우치고 희로애락을 겪고 간다는 자체가 신비로움이다. 찬란하게 쏟아지는 아침햇살, 이마에 흐르는 땀을 씻어주는 바람, 석양을 붉게 물드는 아름다움… 삶에서 오는 경이로움이다.

언젠가 나에게도 사랑하는 사람들과 이별을 해야 하는 순간이 올 것이다. 내가 그들 곁을 떠나야 하는 순간 나는 어떤 말들을 하고 어떤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을지 가끔 생각해 본다. 그런 순간이 온다면 난 그들에게 감사 인사부터 하고 싶다. 나는 내 생각과 고집대로 이끌려 사랑하는 사람들을 고통스럽게 했으니 내가 그들에게 감사인사 한마디로는 부족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부터 비워지는 공간에 그들의 사랑을 가득 채워 아름다운 날들을 선물하고 싶다.

나는 이제 매일의 삶에서 기적을 이루려고 노력할 것이다. 내 일상에서 어제와 다른 오늘, 오늘과 다른 내일을 만들어 나가도록 최선을 다해 볼 터이다. 날마다 일상 속에서 만들어 내는 작고 사소한 차이를 쌓고 온축시켜서 마침내 발화시키는 것이 삶의 기적이요 생활 속에 기적이 아니겠는가. 반복되는 일상이 삶의 기적을 희석시키고 삶의 단조로움이 생이 기적임을 덮어버리기 일쑤지만 내안에 진정한 삶의 기적이 있음을 찾으려 노력할 것이다.

내 삶의 안팎으로 도처에 기적이 널려있다. 잡동사니를 버린 배낭에 하나하나 응축시켜 담아둔다.

세상만사 물이 흘러가듯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난 그저 그 시간 속에서 잠시 머무르는 존재일 뿐이다. 그러니 나도 자연의 흐름에 거스르지 않으면서 여유롭게 살아가야 한다. 소망, 꿈, 도전, 화해, 사랑, 모험을 가득 담은 인생배낭을 매고서 날마다 기적을 만들며 아름다운 길을 가야한다. 올해가 그 새로운 출발이다. 하나뿐인 나의 삶은 반품불가, 교환불가, 환불 불가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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