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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9.01.16 16:17:45
  • 최종수정2019.01.16 16:17:45

이재준

역사칼럼니스트

삼국지의 조조(曹操)는 실지 치밀한 전략가요, 법을 지키는데 원칙을 어긴 적이 없는 통치자였다. 나관중의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가 유비의 덕을 미화한 나머지 조조를 간웅(奸雄)으로 그렸기 때문에 억울한 대우를 받고 있는 셈이다.

그는 자신의 잘못에는 매우 엄격했다. 재미난 고사가 있다. 조조가 어느 날 군사들을 데리고 출전하는데 보리밭 사이를 지나게 되었다. 조조는 다음과 같이 큰 소리로 엄명했다.

'보리를 밟지 말도록 하라. 만일 이를 어길 시는 목을 벨 것이다'

기병들은 모두 말에서 내려 조심스럽게 행군했다. 그런데 조조가 탄 말이 갑자기 보리밭 사이로 뛰어들었다. 조조는 곧 법령을 담당하는 자를 불러 자신의 죄를 물었다. 그런데 부하는 '춘추대의(春秋大義)에 따르면 최고의 존자(尊者)에게는 죄를 물을 수 없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조조는 '영을 내린 사람이 이를 어기면 어떻게 군사를 지휘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나는 군사들을 지휘하고 있는 탓에 자살할 수는 없으니 내 스스로 형벌을 내리겠다' 조조는 검을 뽑아 단 칼에 자신의 상투를 잘라 땅 위로 내던졌다.

퇴계 이황(退溪 李滉)은 자신에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 댄 대표적인 유학자다. 단양군수로 있을 때 자신의 형이 충청관찰사로 부임했다. 이때 퇴계는 '형과 함께 한 고을을 다스릴 수 없다'고 군수 직을 사퇴하고 안동으로 낙향했다.

퇴계는 관아의 하인들이나 기생들에게도 춘풍처럼 온화하게 대했다. 군수가 머무는 관아 침소도 하인들을 생각하여 깨끗하게 사용했다. 퇴계가 단양을 떠날 때 하인들은 그 배려심에 눈물을 흘렸다.

퇴계와 쌍벽을 이루는 학자 남명 조식(南冥 曺植)은 지리산에 은거하여 평생 학문에만 전념한 이다. 그는 자신을 경계하기를 칼과 방울로 했다는 고사가 있다. 항상 방울을 차고 있었으며 욕심이 생길 때 소리로 억지했다는 것이다.

명기 황진이의 스승이자 정신적 연인이었던 화담 서경덕(花潭 徐敬德)은 벼슬에는 욕심이 없이 평생 송악산 기슭에서 살았다. 황진이가 거문고를 들고 매번 화담의 농막을 찾았지만 그는 눈빛마저 주지 않았다. 한 가지 집착하는 것도 욕심으로 정의한 화담은 이렇게 경계했다. '고요함에도 집착해서는 안 된다'

'춘풍추상(春風秋霜)'이 요즈음 유행하는 말이 되고 있다.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이 부임 일성으로 청와대에 걸린 '춘풍추상이란 액자를 상기 시킨 데서 비롯된 것 같다. '남을 대할 때는 봄바람처럼 부드럽고 자신에게는 가을 서리처럼 엄격해야 한다'는 '뜻이다.

채근담에는 '대인춘풍 지기추상(待人春風 持己秋霜)'의 줄인 말로 나오며 중국에서는 청나라 학자 장조재(张潮在)의 유몽영(幽梦影)에 나오는 한 구절 명언으로 회자된다. '스스로는 추풍처럼 대하고 남의 일에는 봄바람처럼 대 한다'는 뜻이다(律己宜带秋风,处事宜带春风' 幽梦影 一句名言).

'백성들을 가장 귀하게 대하고 지성을 다해 보살펴야 한다'는 것은 유가의 인치(仁治), 예치(禮治)의 기본이다. 그래야 천하를 얻는다는 것이다. 이 시대 정치인들도 반추해야 할 실천 덕목이 아닐까.

지금 집권층이 국민들로 비판을 받는 사안 하나가 '내로남불'이다. 잘못을 반성하지 못하고 자기변명으로 일관하는 일이 많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사건이 많아지고 있다.

'코드에게는 춘풍, 생각을 달리하는 국민들에겐 추상'이 돼서는 안 된다. 조조처럼 자신들에겐 엄격하며 잘못을 반성 할 줄 알고, 퇴계, 남명 같은 지혜와 아량도 있어야 한다. 그래야 잃은 신뢰를 회복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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