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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9.01.07 17:41:45
  • 최종수정2019.01.07 17:41:45

박영순

<이유있는 바리스타> 저자, 커피비평가협회장

커피의 맛을 추구하는 애호가들이 늘어나면서 '스페셜티 커피(Specialty Coffee)'라는 말이 자주 오가고 있다.

스페셜티 커피란 한마디로 '와인처럼 향미를 즐기고 테루아(Terroir)를 감상하는 커피'이다. 테루아는 포도를 재배하는 토양, 강수량, 일조량, 바람 등 자연 조건뿐 아니라 재배자의 열정까지 와인을 특별하게 만든 요인들을 아우르는 개념이다. 스페셜티 커피로 대접 받으려면 품종, 산지, 재배자 등 출처에 관한 정보가 명확히 검증돼야 한다. 스페셜티 커피가 우리를 기쁘게 하는 것은 단지 향미가 좋기 때문이 아니다.

예를 들어, 유네스코가 세계유산(커피문화경관; Coffee Cultural Landscape)으로 지정한 콜롬비아 킨디오 주의 에스메랄다(La Esmeralda) 농장에서 2018년 12월에 수확해 수세식으로 가공한 카스티조(Castillo) 품종의 커피라는 정보가 명확하다면, 그것은 일단 스페셜티 커피로 논할 자격을 가진다. 산지 다른 커피들이 일절 섞이지 않은 이른바 '마이크로 랏(Micro Lot)'이기 때문이다.

커피를 생산하는 농장이 콜롬비아에서 열린 국제커피품평회 '킨디오커넥션(Quindio Connection)'에서 우승한 저력을 가졌다는 사연은 더욱 애정을 갖게 만든다. 여기에 복숭아-살구꽃 향과 멜론처럼 부드러움을 떠올리게 하는 단맛, 패션푸르츠처럼 기분을 경쾌하게 만드는 산미는 킨디오 커피를 뇌리에 사무치도록 한다.

스페셜티 커피를 마시는 것은 품성이 좋은 사람을 마주할 때 느껴지는 행복감을 닮았다. 그에 관한 것이라면 무엇이든 알고 싶게 되고, 어느새 자주 그를 말하게 된다. 살아가면서 좋은 사람을 알아보는 안목이 키워지는 것처럼 스페셜티 커피를 구별하는 능력 역시 경험에서 쌓아진다. 더욱이 관능(官能)이라는 것은 오랜 세월 진화과정에서 DAN에 기록되는 능력인 만큼 커피의 맛을 구별하는 능력에 자신감을 가져도 좋다. 쓴맛을 구별할지 모르는 인류는 독을 섭취할 위험성이 크므로 서서히 도태됐고, 신맛을 구별 못하는 인류 역시 상한 음식을 자주 먹게 됨에 따라 지구상에서 사라져갔다. 지금의 우리는, 그러므로 관능적으로 진화에 성공한 우수한 테이스터(Taster)들이다.

어떤 커피가 좋은 지 나쁜 지를 구별하는 커피테이스터와 입문자의 차이는 좀 과장하면 관심도일 뿐이다. 우리는 유익한 것을 먹을 때는 좋은 기분이 들도록 진화했다. 꿀이 달게 느껴지는 것은 에너지원이 되는 요긴한 물질이기 때문이다. 쓴맛을 꾹꾹 참으며 먹는 동물은 인간뿐이다. 우리가 씀바귀를 즐겨 먹을 수 있는 것은 입맛이 돌고 몸에 해롭지도 않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깨우친 까닭이다. 토끼가 씀바귀를, 다람쥐가 도토리를 맛있게 먹는 것은 이와 다르다. 우리에게 쓰고 떫은 씀바귀와 도토리가 그들에게는 관능적으로 유쾌함을 준다.

"사람마다 선호하는 맛이 다르기 때문에 커피의 향미란 정답이 없다"는 말이 언뜻 맞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나쁜 커피는 명확하게 드러난다. 첫인상에서 향기가 좋고 단맛이 감도는 듯하다고 해서 섣부르게 "괜찮은데"하고 단정해선 안 된다. 좋다고 일단 받아들이면, 우리의 관능은 설령 불쾌함이 느껴지더라도 너그럽게 용서하고 받아들이는 쪽으로 작동한다.

나쁜 커피를 구별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건강에 해롭기 때문이다. 잘 익은 커피체리만을 골라내지 않고 함부로 수확한 커피는 제 맛을 내지 못한다. 덜 익은 열매에서 나온 씨앗에서 비롯되는 쓰고 떫은맛이 잘 여문 씨앗의 멋진 향기, 과일 같은 유쾌한 신맛과 단맛을 덮어 버린다. 더욱이 벌레 먹거나 가공-보관 과정에서 곰팡이가 핀 콩이 섞여 있다면 끔찍하다. 곰팡이의 독소가 로스팅 과정에서 사라진다고 하지만 불쾌한 맛은 여지없이 남아 관능을 괴롭힌다.

좋은 사람인지 부족한 사람인지는 헤어진 후에 더 잘 드러난다. 만나고픈 그리움을 남기는지, 찜찜함이 이내 가시지 않는지...... 좋은 커피도 이와 같다. 정성을 들여 키우고 솎아내 한 잔에 담아낸 커피는 목을 넘긴 뒤에 입안을 촉촉하게 만든다. 좋은 커피는 이처럼 몸이 먼저 알아챈다. 커피의 향미를 아예 모른다고 손사래를 치는 사람이라도 커피를 마신 뒤에 몸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살펴보면 좋고 나쁨을 가려낼 수 있다. 한 잔의 멋진 스페셜티 커피는 내 몸으로 들어오는 순간 내 삶이 된다. 나의 관능에 잊히지 않는 기쁨으로 새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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