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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란

수필가

 1월이다. 돌아보니 작년에도 그 작년에도 아니 몇 십 번의 1월이 내 몸과 영혼을 뚫고 지나갔다. 그때마다 1월이 내게 건네는 느낌과 생각 또는 다짐은 모두 달랐던 것 같다.

 그럼에도, 한 해도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희망목록이 있다. 그것은 대다수의 사람들이 바라는 바로 육체와 영혼의 건강이다. 

 열흘 전이다. 생각지 않게 낯선 장소에 가게 됐다. 약골인 나를 지켜보던 동생이 분실물을 핑계로 운동학원으로 데려왔고 그 말을 믿고 따라왔다. 명상과 운동을 겸해서 단련하는 것이니 언니에게 적당할 것 같다며 강력 추천한다. 생활에 변화를 주라는 말이다. 얼떨결에 수인사를 나눴고 내 쪽에서 부탁하지 않은 설명을 들었고 테스트도 거치게 됐다. 그러다 보니 차마 중간에 끊을 수가 없었다. 듣다보니 전문가에게서 운동에 대한 이야기도 새롭고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운동은 처음 시작하는 사람으로부터 고수에 이르기까지 여러 단계가 있었다. 나 같은 경우는 초초보 단계로 한 달 정도는 숨을 어떻게 모으고 내쉬는지를 수련해야 한단다. 그러니까 지금부터 들숨과 날숨에 대한 공부를 'ㄱㄴㄷ' 배우듯 처음부터 시작하는 셈이다. 숨 쉬는 게 그 냥 하는 게 아니다. 코로 공기를 마신 뒤 속 깊은 곳에 있는 탁한 공기가 나오도록 깊게 ㅤ뱉어야 한단다. 건성으로 하면 숨이 짧고 얕은 숨만 나온다고. 그러니 한 번 숨에도 공력과 정성을 들이라 가르치신다.  

 하나의 동작에도 깊은 뜻이 들어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중에서도 정성과 공력이란 단어가 마음을 숙연하게 한다. 정성과 공력, 이것은 인간사에서 제일 중요한 기본중의 기본자세 아닌가. 몸과 마음을 다해 어떤 것에 임한다는 건 어려움을 넘어 고행도 따를 때가 있다. 고행을 거치지 않은 결과물은 쉽게 무너지고 자주 녹슬지 않던가.

 어쩌면 수 십 번의 1월에 다짐했던 것들이 흐지부지 됐던 이유 중의 하나도 정성과 공력의 부족 아니었을까 그런 생각도 든다.

 어떻든 계획적이지는 않았지만 이제 새로운 운동을 시작한다. 새로운 문을 연 셈이다. 그러고 보니 1월은 새로운 문을 여는 달이란다. 1월을 나타내는 January의 어원을 봐도 그렇다.

 January는 문을 의미하는 라틴어 Jahua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그리고 문을 지키는 신인 야누스(Janus) 와도 관계가 있다. 원래 야누스는 앞면과 뒷면이 다른 얼굴을 하고 있다 해서 속과 겉이 다른 신이라 알려져 있는데 인생 또한 그렇지 않던가.

 지난해에 계획했지만 흐지부지 되었던 것, 생각지 못하고 지나간 것 들, 따뜻하게 안아주지 못했던 말과 행동들 어찌 몇 가지만 있을까. 그렇게 지나갔던 모든 것들이 12월 끝에서 고해성사하듯 손을 모았었다. 1월은 고해성사에서 고백했던 잘 되지 않았던 몇 가지 목록들을 희망과 다짐의 자세로 일으켜 다시 세우는 달이기도 하다. 1월은 어머니의 말씀 같은 부드러움과 질책의 소리로 아직 트이지 않은 신의 발성법처럼 저음으로 영혼을 설레게 하는 달이다. 또 희망이라는 것, 허물 벗고 새로 태어나겠다는 다짐이 살아 있는 달이며 그렇게 살 수 있는 달이 1월이다.  

 나이를 먹는 다는 것, 연륜이 그어지고 주름살이 늘어난다는 것이 또 세월에 가속도가 붙는 다는 게 모두 바람이라는 걸 왜 이리 자주 잊고 살게 되는지 모르겠다. 어쩌면 나는 여태 들숨이 자신을 키운다고 착각했던 건 아닌지. 늙을수록 녹슬지 않고 닳고 부서져야 한다고 하지 않던가.

 녹슬지 않으려면 날숨의 자세로 일어나야 한다. 그래야 새로운 1월이 될 것이란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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