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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시억

국회도서관 의회정보실장

 한 해의 시작, 새해 첫날 사람들은 무엇인가 이루고 싶은 일을 계획한다. 어제 떠오른 태양이나 오늘 떠오른 태양이나 별반 차이가 없을지라도 대나무의 마디나 소나무의 나이테처럼 인생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의 흐름에 하나의 매듭을 짓고 기록하는 일도 중요하다 생각해 나도 같은 행렬에 동참하고는 한다.

 "일주일에 하루는 핸드폰 없이 지내자."

 내가 많은 고민 끝에 세운 기해년(己亥年) 한 해의 웅대한(?) 계획이다. 기해년(己亥年), 올해는 60년 만에 돌아오는 황금돼지의 해란다. 누런색 돼지가 다산(多産)과 경제적 풍요를 상징하는 것처럼 모든 이들에게 풍요로운 한 해가 되길 소망해 본다. 그런데 왜 뜬금없이 핸드폰 타령을?

 지난 연말 금요일 저녁, 나는 핸드폰을 분실한 적이 있다. 다음 날 중요한 약속도 있었던 터라 지인과 통화를 해야 했음에도 외부와의 통로는 핸드폰이 유일한 수단이기에 핸드폰 분실은 나를 바깥세상과의 단절로 이끌었다. 그 암담함이란… 내 머릿속에 남아있는 전화번호의 숫자가 겨우 5개를 넘지 않는다는 것도 그 때야 깨달았다. 그 뿐이랴? 궁금한 것은 언제든지 포탈(Portal) 창에 검색했던 탓에 내 두뇌는 생각하는 기능마저 떨어진 듯 허둥대야만 했다. 한 번 경험해 보시라!

 핸드폰은 이미 통신기기를 넘어서 휴대용 고성능 컴퓨터로 발전한지 오래고 핸드폰 주인의 두뇌를 대신해서 온갖 정보를 다 담고 다닌다.

 캐나다에 있는 국제거버넌스혁신센터는 '자동화와 일자리의 미래'라는 보고서에서 인공지능과 로봇공학의 급격한 발전으로 향후 20년 내에 현존하는 직업의 절반이 인공지능을 탑재한 로봇에 의해 대체될 수 있고, 이러한 기술을 가진 자(기업가, 기술자 등)는 부를 누릴 수 있지만 대체되는 기술을 가진 노동자는 실직하거나 그의 실질 임금은 줄고 삶의 질은 나빠질 수밖에 없음을 지적하고 있다. 즉, 인공지능 등 기술발전에 따른 이익이 사회의 소수계층에게만 돌아간다면 설령 기술의 발전으로 GDP가 높아진다고 해도 사회 전체의 삶은 더 열악해 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소위 '4차 산업혁명'이라고 불리는 인공지능과 로봇공학,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등등 디지털 기술들이 결합해 창출하는 이 거대한 기술진보의 흐름을 거부할 수 있을 것인가?

 한편, 미국 실리콘 밸리의 어느 학교에서는 학부모의 70%이상이 디지털 기술 종사자임에도 그 자녀들에게는 디지털 기기가 없는 교육환경을 만들어 주려고 한다는 기사가 뉴욕 타임즈에 실렸고, 미국의 어느 IT평론가가 "이제는 (자녀들에게) 디지털 기기에 대한 접근을 누가 잘 차단하느냐에 따라 (나중에) 디지털 격차가 발생할 수 있다."라는 지적을 했다고도 한다.

 언뜻 보기엔 이상한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리콘 밸리 IT산업에서 성공한 주역들은 디지털 기기에 의존하기 보다는 오히려 많은 시간을 독서와 사색 등에 투입해서 창의력을 발휘한 사람들이고, 그들은 그 사실을 잘 알기에 그 자녀들이 인간의 두뇌를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쪽으로 최대한 발달시키는 환경을 만들어 주려는 것이란다. 창의력이 앞으로의 경쟁력을 좌우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자녀들에 대한 교육방식을 우리 교육현실에서 적용하기 위해서는 교육당국 뿐만 아니라 이 사회시스템의 구성원 모두가 지혜를 모아야 할 난제(難題)다. 하나 분명한 것은 이제 일자리를 놓고 인공지능과도 경쟁해야 한다는 점이다. 핸드폰이나 노트북 컴퓨터에 디지털로 쌓여있는 다른 사람의 생각, 지식 등으로는 그 기기를 이길 수 없다. 우선 나부터 쉽게 실천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해 보기로 한다. 디지털 의존에서 벗어나 일주일에 하루는 핸드폰 없이 지내는 날, 도서관이라도 가서 독서하며 사색하는 날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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