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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완

한국문화창작재단 이사장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 뜰에는 반짝이는 금모래 빛. / 뒷문 밖에는 갈잎의 노래. /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김소월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어린 시절 냇가 강둑에 앉아 고모가 불러주던 노래이기도 합니다. 가없는 꼬리로 아련히 이어지는 먼 물길을 보며, 금모래가 반짝이고 갈잎이 노래하는 아름다운 곳을 머릿속에 그려보곤 했습니다. 고모와 손잡고 미루나무 둑길을 계속 걸어가다 보면, 도열한 나무들이 문을 열어주는 아름다운 이상향이 펼쳐질 것도 같았지요.

 지난 주말 임진강변을 다녀왔습니다. 큰물이 머금고 있는 고요 위로 겨울 해가 쓸쓸한 빛을 뿌리는 것은 바람이 차가워서만은 아니겠지요. 분단의 접경 지역만 오면 가슴이 시려오는 것이 비단 저뿐이겠습니까?

 아득히 먼 북쪽의 물길에 눈을 주니 어렸을 때의 고모가 부르던 노래가 다시 들려오는 것 같았어요.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뜰에는 반짝이는 금모래 빛…." 그러고 보니 김소월 시인의 고향은 평안북도 구성입니다. 그의 고향에도 강과 들이 있어 시인의 시심을 키워줬겠지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서정적 민요 시인이니 그곳의 자연 또한 얼마나 풍요롭고 아름다웠을까요? 시인을 품어 키웠던 그 북녘 땅의 풍경을 잠시 상상해 봅니다.

 시인의 고향으로 상상의 여행을 떠나기 위해서는 우선 저 비무장지대를 거쳐야겠지요. 폭 4㎞의 한반도의 허리 비무장지대…. 사실 그곳이 비무장지대라 불리운다는 것은 이곳이 곧 '무장지대'라는 뜻입니다. 틀린 말도 아닙니다. 끊임없는 갈등과 분쟁, 사건 사고 소식들을 접하다 보면 진정한 평화는 비무장지대에만 있는 듯합니다.

 이곳에는 멸종 위기에 처한 수달과 삵이 갈대숲을 헤쳐 물고기를 잡거나, 배설물로 이 땅의 주인임을 알립니다. 267종의 멸종위기야생생물종 중 100여 종이 서식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죠. 초지와 습지, 바위, 울창한 숲이 뒤엉켜 거칠지만 아름다운 풍경을 펼쳐냅니다. 산악 지역과 습지 등이 잘 섞여 있어 다채로운 자연 생태계를 구성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남북한이 비무장지대 감시 초소를 시범적으로 철수했으니, 점차 더 청정지역으로 변해가고 있는 셈입니다. 한반도의 허리는 군사분계선이란 벨트를 두르고는 있지만, 그 옥조인 벨트만 풀어버린다면 가장 깨끗하고 아름다운 속살이 눈부시게 빛날 것입니다. 그 건강하고 푸른 파동을 더욱 맥박 치게 할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습니다.

 비무장지대를 따라 인천 강화군에서 강원도 고성을 잇는 도보여행길이 생긴다고 합니다. 'DMZ 통일을 여는 길'이란 명칭으로 시작되는 이 사업은 총 456㎞로 10개 시군이 접경지역에 포함된다고 합니다. 2022년까지 조성을 목표로 하는 이 길이 열린다면, 산티아고 순례 길처럼 세계 유일무이한 평화통일의 순례길이 되지 않을까요?

 독일에는 동서독 경계의 땅이었던 곳에 '그뤼네스반트'라 불리는, 이름 그대로 푸른 숲의 녹색 띠가 조성돼 있습니다. 숲의 나무를 훼손하지 않기 위해 공중 보행로를 설치할 정도라고 하지요. 우리도 '통일을 여는 길'이 활성화된다면 비무장지대 속으로 좀 더 들어가, 지뢰나 고압선 등의 위험요소를 제거하고 산책로를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자연 환경을 최대한 그대로 보존하는 방법의 도보 여행길을 만들어,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는 길을 내는 것입니다.

 6·25전쟁 때 한 치의 땅이라도 서로 더 빼앗으려 가장 피 비린내 나는 격전지였던 그곳이, 오히려 가장 평화를 상징하는 곳으로 탈바꿈 되는 것이지요. 전 세계에서 찾아오는 평화의 순례객들을 맞이하다 보면 남북의 경계도 점차 허물어 내리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한반도의 허리, 비무장지대에서 남북의 중심을 잡아나간다면 궁극에는 통일에 이르지 않을까요? 통일이야말로 한반도가 이뤄야 할 '균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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