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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식

시인, 충북문화재단 문화사업팀장

 눈이 내립니다. 나무에 힘없이 걸쳐있는 차가운 바람이 시립니다. 한 해의 끝자락 내리는 눈이 가슴에 쌓입니다. 이제 손가락으로 셀 수 있는 몇 남지 않은 숫자가 하나둘 지워집니다. 다시 시작해야할 준비를 해야지요. 매년 이맘때만 되면 뒤 돌아 아쉬운 것들이 많습니다. 비워야한다면서도 매사에 주저거리며 힘들어 했습니다. 다 욕심이었습니다. 의욕에 차 만들어졌던 많은 일들이 바람에 흔들리는 흔적처럼 서늘합니다.

 진정 올해는 엄청 많은 일들이 일어났고 행복한 꿈도 꾸는 한해였습니다. 그토록 목청껏 외치던 통일의 여러 조건들이 성큼 다가왔습니다. 남북정상이 손을 잡고 뜨겁게 포옹도 하고 서로 겨누던 총부리를 거두고 화해의 악수를 했습니다. 기존의 관례와 관행이 통째로 깨지고 숨겨진 것들이 드러나 햇볕을 쬐기도 했습니다. 적폐와 관행이 무너지고 새로운 질서의 날이 밝아왔습니다.

 그러나 이런 가슴 뛰는 날들에도 그리 마음은 개운하지 않습니다. 살며 꿈꿨던 세상이 저렇게 다가오지만 정작 촛불을 든 많은 사람들은 국외자였습니다. 이미 새로이 옷을 갈아입고 줄을 선 많은 사람들이 환호하는 모습을 그저 바라봐야만 했습니다. 더군다나 촛불을 자기 것이라고 우기는 더러운 내부싸움에 망연자실 헛웃음만 던지기도 했습니다. 촛불이 꺼진 어둠의 자리에 쌓인 수북한 쓰레기들이 그저 바람에 흩날리고 있습니다.

 피눈물이 납니다. 어떻게 만든 나라인데 대책 없는 적폐청산만 외치면서 화풀이 하듯 정책을 펼치는 것도 그렇고 반성 없는 기득권들의 책임지지 못하는 모습도 안타깝습니다. 우리도 우리가 욕해왔던 그들을 닮아가고 있는 모습을 봅니다. 초심을 잃어버리고 비판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 오만한 정권은 반드시 도태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것은 역사를 통해 수없이 드러났습니다. 이토록 민심이 무시되고 다시 옛날로 돌아가는 현실에 걱정이 앞서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며칠 전 일 년에 한 번씩 일을 핑계로 보고 싶은 얼굴들을 보는 모임에 다녀왔습니다. 지역의 문화현장에서 참으로 열심히 살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세월이 가도 변하지 않는 것들과의 싸움을 하면서도 여전히 희망이라는 끈을 놓지 않고 살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반갑게 만나는 얼굴들에서 꽤나 힘겨운 시간의 파편을 발견하기란 어렵지 않았습니다. 세월의 흔적이 이끼처럼 파인 주름에 달려 있습니다. 지금은 누구나 힘든 세상입니다.

 한 해가 기울어갑니다. 오늘 우리나라가 처한 입장 또한 참으로 걱정이 많습니다. 적폐청산이건 통일이건 시작은 했지만 아직 갈 길이 멉니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대한민국의 주인은 우리 국민이다'라는 것을 하시라도 잊지 않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이를 이뤄 나가는 여타의 따분한 과정을 견뎌내는 것, 촛불의 무게를 스스로가 감내하는 것, 바로 그것이 우리에게 필요한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서로에게 내가 먼저 손 내밀고 내가 먼저 등 토닥여 줘야 합니다.

 삶은 늘 외로움의 연속입니다. 컴컴하고 어두운 길을 더듬거리며 가는 것이지요. 그러다 더러는 쓰러지고 더러는 헤매다가 사람 냄새에 왈칵 눈물을 쏟아내는 것이지요. 모두에게 안부를 묻습니다. 언 손 마주잡고 서로를 눈 맞춤하고 싶습니다. 지나간 날들은 흘러간 물처럼 이미 지나가버린 과거에 불과합니다. 이제 서서히 자신을 비우고 뒤로 물러서 서로에게 박수치며 격려하는 모습이 필요할 때입니다. 어쩌면 우리들의 민주주의는 스스로가 내 삶의 주인임을 알게 되는 과정인지도 모릅니다. 세월이 눈처럼 쌓입니다. 이럴 때면 따뜻한 가슴 가진 사람이 사무치게 그리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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