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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완

한국문화창작재단 이사장

 뒷산 숲의 몸이 날로 헐거워지고 있습니다. 나무들 사이 들어찼던 잎새들 다 떨궈지고 보니 산의 능선은 더욱 뚜렷해지고, 나무 한 그루 한 그루의 골계미가 그대로 드러납니다. 헐벗은 겨울나무들이라지만, 그 나뭇가지들의 섬세한 조형미를 감상하는 특별한 즐거움을 주기도 합니다.

 "좋은 건축은 공간을 잘 비워내는 일이다."

 하늘 공간을 구획하는 겨울 나뭇가지의 선들을 바라보노라니 어디선가 읽은 구절이 생각납니다. 아무래도 겨울은 비움의 철학을 숙고하게 되나 봅니다.

 '마음을 비워라.'

 유가나 도가, 혹은 어느 무협 영화에서 검의 고수가 깨달음을 통해 진일보된 상승의 도법을 구사하기 위해 흔히 고뇌하는 것 중 하나가 마음을 비우라는 것이죠.

 명상과 접목된 신체 운동인 요가는 결국 끊임없이 흘려보내고 비우는 연습이라고 하지요. 그런데 이는 호흡에서 시작됩니다. 들숨과 날숨을 반복하는 것이죠. 이 중에서도 요가는 우선 내쉬는 숨에 초점을 맞춘다고 합니다. 그만큼 비우는 것이 중요한 것이지요. 먼저 내 안의 공기를 비워내면 자연스럽게 신선한 공기가 다시 흘러드는 것입니다.

 얼마 전에 스님 한 분을 만나 차를 나눴어요. 그분은 참된 행복을 위해서는 공동체 의식을 강조하셨죠. 그러다 넌지시 여쭤봤습니다.

 "무엇을 위한 수행입니까?"

 "수행이란 마음의 그릇을 키우는 행위죠. 그 그릇에 좋은 것들을 많이 담아 나누다보면 자연스럽게 비워지게 되고, 그러다보면 점점 그 그릇의 크기가 커지거든요."

 누군가와 나누기 위해 그릇을 키우는 것이 수행이라고 한 그 스님의 말씀이 진리더군요. 고(故) 전우익 선생은 늘 입버릇처럼 말했죠. '혼자만 잘 살면 무슨 재미가 있을 것인가'라고요. 따라서 많은 사람들의 성공과 행복이 개인적 차원의 안주에서 그치지 않고, 그 성취로 인한 나눔이 이 사회로 자연스럽게 흘러나왔으면 좋겠다고 역설하곤 했죠. 타인과 연대하는 기쁨이 커질수록 사회 전체의 행복지수도 높아질 것이기 때문인 까닭입니다. 그리고 사회나 국가의 이익은 곧 다시 개인에게로 돌아옵니다.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요, 죽고자 하면 살 것이다.'

 이순신 장군이 12척의 배로 수백 척 왜선을 상대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상황 속에서 군사를 독려한 말이죠. 이 말속에 균형의 묘리가 숨어 있어요. 삶과 죽음을 하나로 보는 것입니다. 낮이 있고 밤이 있으나 모두 같은 풍경을 품고 있는 것과 다를 바 없는 겁니다.

 요즘 세계적 스타가 된 방탄소년단 성공 요인에 대해서 임진모 음악평론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방탄소년단은 연습을 죽기 살기로 하지 않았다. 그들은 '죽기로' 연습했다. 방탄이 하루 13시간씩 춤 연습을 죽기로 했기 때문에 그들은 살았고 성공했다. 요즘 사람들은 어떻게 해서든 살려고 하기 때문에 죽는 거다."

 이렇듯 방탄소년단의 미니앨범 '화양연화'는 죽기를 각오한, 무대에서 산화되고자 하는 열정에서 피어난 것입니다.

 바둑에서 중요한 격언이 하나 있죠. 바로 자신의 돌을 죽이고, 이득을 얻는 일입니다. 분명 쉽지 않은 일입니다. 하지만 하수일수록 자신의 돌을 죽이지 않으려고 끝까지 집착하는 거죠. 소탐대실(小貪大失)인겁니다. 반면, 고수는 치명적이지 않는 돌은 과감하게 버리고 더 큰 이득을 얻습니다. 사람의 본성은 자신의 돌을 살리려는 욕구가 강한 것이 사실이거든요. 자신의 손에 가진 것을 내어놓는 일은 결코 만만치 않죠. 그런데 제 살을 깎아 내어줘야 하는 상황이 나옵니다. 그래야 더 큰 것을 얻을 수 있거든요.

 나날이 몸을 비워가는 계절에 더 깊숙이 들어가고 있습니다. 그만큼 다가올 봄은 더욱 화사하겠지요. 이미 봄을 품고 오는 겨울이라고 생각한다면 이 매운 추위도 다소 향기롭게 느껴지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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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 조길형 충주시장이 공익적 차원에서 시민골프장 조성 계획을 세우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비싸진 골프장 요금과 관련해 시민들이 골프를 부담 없이 즐길 수 있게 하겠다는 취지인데, 갑론을박이 뜨겁다. 자치단체장으로서 상당히 부담스러울 수 있는 시민골프장 건설 계획을 어떤 계기에서 하게됐는지, 앞으로의 추진과정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여부에 대해 들어보았다. ◇시민골프장을 구상하게 된 계기는. "충주의 창동 시유지와 수안보 옛 스키장 자리에 민간에서 골프장 사업을 해보겠다고 제안이 여럿 들어왔다. '시유지는 소유권 이전', '스키장은 행정적 문제 해소'를 조건으로 걸었는데, 여러 방향으로 고심한 결과 민간에게 넘기기보다 시에서 직접 골프장을 만들어서 시민에게 혜택을 줘야겠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충주에 골프장 많음에도 정작 시민들은 이용할 수가 없는 상황이 안타까웠다." ◇시민골프장 추진 계획은. "아직 많이 진행되지는 않았지만, 오랜 기간의 노력을 들여 전체 과정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다 볼 수 있는 시민의 공감을 확보했다. 골프장의 필요성과 대상지에 대해 시민들이 고개를 끄덕여 주셨다. 이제는 사업의 실현가능성 여부를 연구하는 용역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