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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정

충북도종합사회복지센터장

 정신없이 일을 하며 사는 사람들. 시간사용은 삶의 질과 밀접하게 연관된다.

 자기에게 주어진 남과 같은 24시간의 자원을 스스로 결정하거나 통제 할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발생하는 '시간 빈곤' 문제는 불평등 구조에서 기인한다. 우리가 살아가는데 꼭필요한 필수적인 활동. 즉, 전체인구의 총 노동시간을 기준으로 중위값의 1.5배에서 2배 이상인 경우를 시간 빈곤으로 정의한다.

 168시간이라는 1주일의 시간동안 우리는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주당 노동시간이 휴일 포함 최대 52시간을 넘기지 않도록 하고 있다.

 남은 116시간 중 자신만을 위해 여가에 쓸 수 있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통계청의 생활시간조사 자료를 보면 2014년 기준 잠을 자고 밥을 먹고 개인생활에 필요한 필수적인 시간은 주 89시간 정도다. 남는 시간은 겨우 27시간이다. OECD 국가 가운데 두 번째로 일을 많이 하고, 직장으로 학교로 가는 시간이 가장 긴 우리나라에서 27시간은 오로지 개인이 향유할 수 있는 시간이기나 할까싶다. 집안일도 해야 하고 자녀들도 돌봐야 하는 시간이 대부분일 것이다. 여행도 하고 싶고 취미생활이나 문화를 즐기고 싶지만 돌이켜보건대 딱히 하고 싶은 취미생활도 없고 여행비용도 없다는 것이 현실적인 대답들이다. 여가문화 인프라는 과연 있기나 한 걸까.

 돈이 없으면 시간이 더 필요하게 된다. 어디를 가든 무엇을 하든 효율성보다는 값이 싸다는 이유가 주요한 선택의 이유가 되기 때문이다. 소득이나 경제적 여유가 없는 사람들이 그 반대의 사람보다 누릴 수 있는 것이 적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누려보지 않았으니 누릴 방법도 마음도 갖기가 싶지 않다. 그런 개인적인 시간들이 막상 존재한다 해도 우린 항상 남에게 뒤처지고 있다는 불안감을 먼저 느끼게 된다.

 최악의 빈곤 형태라고 불리는 '시간 빈곤'의 문제는 저소득이면서 여성인 경우에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이들의 시간은 만성적으로 부족한 집단속에서 삶의 질을 개선할 기회를 제한하게 되고 발전 잠재력 또한 경직될 수밖에 없다. 소득과 시간에서의 빈곤문제는 사회복지정책에서도 많은 부분이 고려돼 반영해야 한다.

 어떤 이들은 한낮에 백화점이나 식당에 가면 온통 한가한 여성뿐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그녀들이 백화점에서 사는 물건들은 자녀들과 가족들을 위한 것이 대부분이니 할 일 없는 부류로 구분 하는 것은 옳지 않다.

 전쟁과 빈곤의 나라에서 기적의 기쁨을 누리는 대한민국 국민들의 쫓기듯 바쁜 삶이 그리 행복해 보이지는 않는다. OECD 경제규모 11위를 차지하는 하는 동안 삶의 속도는 빨라졌고 삶의 질은 추락하고 있었던 것이다.

 풍류를 즐길 줄 아는 민족이라는 사실은 책에서나 확인할 수 있고 달려왔던 시간만큼이나 우린 그 누구에게도 정직하게 인정받거나 대접받지 못했다. 열심히 일을 하지만 여전히 가난하다. 이젠 대접받는 것이 무엇인지조차 잃고 살아가고 있다.

 농사를 짓던 농업사회에서는 배꼽시계에 맞춰 제때 밥이라도 먹었지만 산업사회에 들어서는 그 시간조차 점점 잃고 있다. 너무나 바삐 돌아가는 시간들 때문에 배꼽시계조차 맞추지 못하게 하고 있다. 그래서 우린 '힐링'이라는 또 다른 처방전을 급조하게 된다. 그렇게 만들어진 힐링이라는 프로그램은 본래의 문제해결에 다다르지 못하게 하는 간이천막 같은 것이다. 과거와는 달라진 생활시간은 양보다는 그 내용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지나치게 일에 편중된 시간사용의 문제는 시간사용에 작용하는 구조적 차별의 문제를 제도적으로 보완해야 해결된다. 근본적인 문제의 원인을 우리 모두가 함께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내 인생의 시간을 누군가에게 저당 잡혀 사는 심정은 오죽하겠냐마는 그래도 끝까지 포기하지 말아야 하는 것은 '나의 인생'이라는 것이다. 나의 인생이 저물고 있는데 좋아하는 노래 한곡, 좋아하는 취미생활 조차 찾기 어렵다는 것은 너무나 불쌍한 일이다. 남을 위한 시간뿐만 아니라 나를 위한 시간도 풍성한 인생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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