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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찬인

전 충북도의회 사무처장

 팽팽한 긴장감이 무대 위에 흐른다. 서치라이트가 무대 위에 도열해 있는 단원들을 환히 비추자 아트홀을 가득 메운 관중들의 시선이 집중된다.

 단원들의 눈이 지휘자의 손끝으로 향하고 '쾅쾅' 피아노의 우렁찬 소리가 울리면서 첫 번째 연주곡인 신의 영광이 시작된다. "저 하늘 주의 영광, 찬양하고 만 백성 노래한다" 조용하던 공연장에 50명의 남성들이 뿜어내는 화음이 울려 퍼지면서 긴장감은 어느덧 엄숙하면서도 생동감으로 바뀌어 간다.

 남성 합창의 묘미는 역시 웅장함이다. 때론 잦아들 듯 느리고 조용하다가 느닷없이 거대한 파도가 일렁이듯 음률이 객석을 휩쓸고 지날 때면 연주자와 관중들은 이내 함께 호흡하게 된다. 지휘자의 손끝과 연주자들의 입, 관중들의 눈과 귀가 한데 모아지면서 합창으로 행복한 힐링이 시작된다.

 두 번째 무대는 한국 가곡이다. 김소월의 시 진달래꽃에 곡을 붙인 노래로 우리들의 정서와 잘 어우러져 관객들과 쉽게 동화될 수 있다.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얼마나 역설적이고 자기 희생적인 사랑의 표현인가. 이 시는 완벽하리만큼 이타적인 사랑을 노래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이 노래를 부를 때면 고도의 절제력을 갖게 된다.

 합창의 매력은 화음이다. 서로 다른 음역과 음질의 조화를 통해 아름다운 선율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최대한 자신을 절제하면서 땅위에 떨어진 진달래꽃을 즈려밟듯 한음 한음에 혼신을 다하곤 한다.

 세 번째 무대는 낭만에 대해, 그 겨울의 찻집 등 대중가요다. 역시 관중들에게 쉽게 접근해서 감성을 만져주는 것은 대중가요인 것 같다. 1부와 2부 무대가 엄숙하고 절제된 분위기였다면, 이번 무대는 마음껏 가슴을 열고 감성에 젖어들지 않았을까. 연주자와 관중이 마치 이른 아침 찻집에 앉아 첫사랑의 소녀를 생각하는 노래의 주인공이 되지는 않았을까.

 이어서 경쾌한 리듬의 캐롤송과 청바지아가씨를 연주하면서 관중석은 유쾌함으로 들썩였다. 함께 박수치고 환호하면서 공연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피날레를 장식한 노래는 '어메이징 그레이스'. 경건하면서도 웅장하고 간절한 기도가 노래에 스며 있다. 그렇게 2시간 넘게 공연을 했고 관중들의 박수와 환호를 뒤로 하고 무대를 내려왔다.

 필자가 청주남성합창단의 단원으로 노래한지 이제 4년차다. 처음엔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해 그만둘까 망설이기도 했다. 노래 실력도 그렇지만 20대에서 70대까지의 다양한 사람들과 친화한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물과 기름처럼 겉돌고 이리저리 망설이고 그러면서 나는 다른 단원들과 조금씩 하모니를 이뤄 갔다.

 노래를 한다는 것은 가슴속에 있던 것들을 끄집어내는 일과 같다. 그것이 벅찬 감동일수도 있고 맺힌 응어리일수도 있다. 그것이 마음에 고여 있으면 썩고 상처가 될 수 있지만 노래로 승화하면 기쁨이 되고 치유가 된다. 이번 음악회가 자신의 치유는 물론 삶에 지친 사람들에게 작은 위로가 됐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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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현우 충북도체육회장, "재정 자율화 최우선 과제"

[충북일보] 윤현우 충북도체육회장은 "도체육회의 자립을 위해서는 재정자율화가 최우선 과제"라고 밝혔다. 윤 회장은 9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3년 간 민선 초대 도체육회장을 지내며 느낀 가장 시급한 일로 '재정자율화'를 꼽았다. "지난 2019년 민선 체육회장시대가 열렸음에도 그동안에는 각 사업마다 충북지사나 충북도에 예산 배정을 사정해야하는 상황이 이어져왔다"는 것이 윤 회장은 설명이다. 윤 회장이 '재정자율화'를 주창하는 이유는 충북지역 각 경기선수단의 경기력 하락을 우려해서다. 도체육회가 자체적으로 중장기 사업을 계획하고 예산을 집행할 수 없다보니 단순 행사성 예산만 도의 지원을 받아 운영되고 있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선수단을 새로 창단한다거나 유망선수 육성을 위한 인프라 마련 등은 요원할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달 울산에서 열린 103회 전국체육대회에서 충북은 종합순위 6위를 목표로 했지만 대구에게 자리를 내주며 7위에 그쳤다. 이같은 배경에는 체육회의 예산차이와 선수풀의 부족 등이 주요했다는 것이 윤 회장의 시각이다. 현재 충북도체육회에 한 해에 지원되는 예산은 110억 원으로, 올해 초 기준 전국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