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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수필가

 변주곡은 악곡 형식의 하나이다. 리듬 화성, 박자 등을 변형시키다 보면 그럴 때마다 분위기가 바뀌고 그로써 다양한 주제 표현이 가능하다. 희귀한 발상이다. 가장 많이 알려진 변주곡은 독일 바로크 시대의 작곡가 요한 파헬빌의 캐논이다. 쇼팽의 플롯 변주곡과 와이만의 은파도 있다.

 특별히 내 삶의 변주곡을 대입하고 싶은 것은 와이만의 은파이다. 제시부에서는 나비가 팔랑팔랑 날아가고 꽃이파리와 산새들 날갯죽지도 비친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인생의 중반부에 들어선 듯 격렬해진다. 냇물이 모여들 때도 소용돌이는 있었다. 변주곡이 삶의 단면을 노래하는 것 같은 배경이다.

 분주했던 선율이 가라앉으면 후반부이다. 장마철이면 폭우에 급류에 개울이 뒤집어지고 물속의 돌까지 보일 정도로 깨끗해지듯, 은파의 후반부 역시 격했던 전개부 때문에 맑고 또렷하다. 변주곡의 특징 그대로다. 대부분 행진곡이면 행진곡 왈츠면 왈츠 등 한 가지 뉘앙스인데 변주곡 은파는 파도가 몰아치듯 했다가 끝내는 맑고 잔잔하다.

 노래라고 하면 장송곡과 세레나데가 있고 행진곡 춤곡 등 많으나 모두가 총망라된 변주곡이야말로 희비애락의 분수령을 오간다. 찬가는 물론 비가도 될 수 있는 변주곡 인생 또한 조율에 따라 바뀐다. 음악이라 해도 윤슬처럼 잔잔했다가 어느 때는 거세게 흐르는 느낌이다. 인생의 변주곡도 악보는 하나였으되 느낌은 제각각이다.

 은파의 제시부도 단조로운 건 있지만 뒤미처 격렬한 분위기로 이어졌다. 날씨도 한동안 맑으면 구름이 끼고 비가 내린다. 하루 이틀 아니고 계속될 때는 힘들지만 탁월한 삶의 음악가는 그런 속에서도 역량을 발휘한다. 힘들수록 꿋꿋이 견디는 모습은 소망이다. 은파에서도 그 부분은 손가락이 보이지 않게 빠르다. 넘보기 힘든 경지다.

 인생을 변주곡으로 볼 때 최고 주자를 꼽는다면 핼렌 켈러가 있다. 볼 수 없고 들을 수 없고 말할 수 없는 3중 불구자가 하루도 행복하지 않은 날이 없었다는 고백을 한다. 살면서 행복한 사람이 얼마나 있을지 생각하면 매일 매일 행복했었다는 고백이야말로 최고의 변주곡이다. 청각장애와 시각장애에 말도 할 수 없는 불행까지 겹쳤다. 그런데도 불행한 날이 없었다는 비결이 궁금하다.

 '사흘만 눈을 뜰 수 있다면'이라는 그녀의 저서를 보았다. 첫날은 아름다운 자연을 보고 다음 날에는 출근하는 사람들의 씩씩한 모습과 영화 한 편을 보고 마지막에는 사흘간 눈을 뜨게 해 준 하나님께 감사의 기도를 올리고 싶다는 고백이다. 변주곡도 제시부에서는 고요했으나 헬렌켈러의 전 악장은 파도치는 강처럼 암울했다.

 설리번 선생님이 손바닥에 글씨를 써 줄 때부터 꿈을 가졌을 테지. 세상에는 보이지 않아도 아름다운 게 있다. 변주곡의 주자는 흐린 날에도 구름 속 태양을 본다. 헬렌 켈러 또한 절망 속에서도 남이 모르는 꿈을 새겼다. 귀는 들리지 않았으나 느낌으로 감지했다. 멀쩡히 잘 살면서도 불평을 일삼는 사람들이 볼 수 없는 뭔가를.

 변주곡을 들으면 잔물결이었다가도 파도타기를 하는 듯 아슬아슬한 분위기다. 악상이라 해도 한 가지로 충분한데 다양한 주제가 돋보인다. 탁월한 삶의 연주자도 리듬을 타면서 운명을 극복한다. 악상과 장조가 바뀌면서 더욱 신선한 변주곡처럼 볼 수도 들을 수도 말할 수도 없는 불행을 날마다 행복했노라는 기적으로 바꾼다. 우여곡절 인생을 변주곡이라면 희망적이다.

 인생 또한 한 가지 주제만 반복될 때는 지루할 수 있다. 은파에서도 갈수록 격렬한 느낌이나 전체적으로는 투명한 음색이다. 변주곡이 변화에 무쌍은 할지언정 특유의 악상은 살려야 무리가 없다, 인생의 변주곡 역시 꿈은 잃지 말아야겠지. 헬렌 켈러도 가끔은 힘들었을 텐데 변함없이 꿋꿋하게 산 것은 알고 있는 대로다. 현재로는 나아질 게 없어도 미래의 가능성을 보면 소원대로 바뀐다. 다양한 특징 때문에 아름다운 변주곡처럼 인생 또한 사연으로 얼룩질 때가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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