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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정

충북도종합사회복지센터장

 세상의 모든 존재는 고정(固定)된 것, 영원(永遠)한 것이 없다.

 분명한 것은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는 다르지만 외형적으로는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 얼굴에 주름이 지고, 힘도 약해진다. 사람의 감정, 정신상태 등도 마찬가지다. 미움이 고마움으로, 슬픔이 즐거움으로 변한다.

 그런 까닭으로 매 순간 '자신'이면서도 '자신이 아닌 것'이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듯이 인간은 누구나 태어나 발전하고 성숙해가며 노쇠해 죽게 된다. 어느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정상적 궤도이며 죽음은 인간에게 있어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어떻게 보면 인간의 삶이라는 것은 죽음을 전제로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게 비자발적인 과정 속에 우리 모두는 1인 가구가 될 가능성을 바라보고 살아가게 된다.

 나홀로 가구의 증가는 전 세계적인 현상이지만 특히 우리나라는 저출산·고령화 속도와 맞물리면서 사람들이 느끼는 인식과 제도적 대응이 뒤따르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혼자 죽음을 맞이하고 사후 일정한 시간이 지난 뒤에야 발견되는 고독사 등의 무연사회의 징후들은 1인 가구가 갖게 되는 대표적인 현상이다. 경제적 어려움 등의 요인 탓에 '비자발적'으로 다른 사람들과 교류가 적어지는 점도 문제지만 '통계없는 죽음'이라고도 불리는 고독사의 문제는 이제 남의 이야기가 아닐 수 있다. 올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제출된 자료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6년까지의 무연고 사망이 가장 많은 연령대는 40~50대 중년층이다. 전체 5천183명 중 40.4%를 차지하는 2천98명이었다. 65세 이상 노년층 1천512명에 비하면 39%나 많았다. 전체 고독사의 일부에 불과한 무연고 사망만 보더라도 중년남성들의 위기상황이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무연사는 외로운 노인 얘기일 뿐이라고 생각했던 나의 잘못된 생각이 깨지는 순간이다. 더욱이 일에 매몰되거나 그 반대로 퇴직을 하였을 때 무연사 가능성 또한 높아진다는 말도 가슴을 쓸어내리게 한다. 사실 홀몸노인을 위한 정책은 그나마 수립돼 있지만 이렇게 중장년층의 무연사에 대해서는 그조차도 찾아보기 어렵다.

 혼자 살다 보니 사회적 관계가 취약해 고립되기 쉽고 재난, 질병 등에 맞닥뜨렸을 때 보호해 줄 사람도 곁에 없다는 사회경제적 고립에 놓이게 된다. 좀 더 폭넓게 정책의 대상을 확대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더욱이, 노인층에서는 외부 지원을 거부하는 은둔형 홀몸노인도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고 하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일본은 쓰레기나 가스, 수도 사용량 확인을 통해서 자녀나 친지에게 메일이나 전화로 알려주는 서비스로 홀몸노인들의 안부를 챙기고 있다.

 미국 또한 함께 살아갈 노인룸메이트를 구하는 방법으로 이러한 문제에 대처하고 있고, 프랑스는 청년과 노인이 함께 살도록 하는 프로젝트을 진행하고 있다. 복지선진 국가인 스웨덴또한 사생활보장과 일상공유의 느슨한 공동체 1인 1실의 그룹홈 운영을 통해 고독사의 문제를 대응하고 있다. 우리나라 또한 이러한 홀몸노인 종합지원 대책이 마련돼 부족하나마 그들을 덜 외롭고 덜 쓸쓸하게 하고 있다.

 생사일여(生死一如). 삶과 죽음은 둘이 아니며, 삶은 죽음을, 죽음은 삶의 모습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면이다.

 사는게 바쁘다는 핑계로 놓치고 있는 죽음 준비도 삶 만큼이나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무연사, 고독사 예방은 결국 '소통'과 '우리'라는 가치를 공유하고 함께 살아가는 문화를 이루는데 있다. 1인 가구 대상자에게는 사회적 지지를 제공해 줄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지만 정책만으로 사회경제적 고립을 막을 수 없기에 서로에게 돌봄 이웃이 되는 문화를 사회 전체에 확산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아직 늙어보지 못한 젊은이도 겪어야 할 모두의 미래이기에 관심을 함께 가져야 한다. 날이 추워지면 더 낮은 온도로 살아가고 있을 그들이 잠시나마 사람에게서 따듯한 온기를 느낄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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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현우 충북도체육회장, "재정 자율화 최우선 과제"

[충북일보] 윤현우 충북도체육회장은 "도체육회의 자립을 위해서는 재정자율화가 최우선 과제"라고 밝혔다. 윤 회장은 9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3년 간 민선 초대 도체육회장을 지내며 느낀 가장 시급한 일로 '재정자율화'를 꼽았다. "지난 2019년 민선 체육회장시대가 열렸음에도 그동안에는 각 사업마다 충북지사나 충북도에 예산 배정을 사정해야하는 상황이 이어져왔다"는 것이 윤 회장은 설명이다. 윤 회장이 '재정자율화'를 주창하는 이유는 충북지역 각 경기선수단의 경기력 하락을 우려해서다. 도체육회가 자체적으로 중장기 사업을 계획하고 예산을 집행할 수 없다보니 단순 행사성 예산만 도의 지원을 받아 운영되고 있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선수단을 새로 창단한다거나 유망선수 육성을 위한 인프라 마련 등은 요원할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달 울산에서 열린 103회 전국체육대회에서 충북은 종합순위 6위를 목표로 했지만 대구에게 자리를 내주며 7위에 그쳤다. 이같은 배경에는 체육회의 예산차이와 선수풀의 부족 등이 주요했다는 것이 윤 회장의 시각이다. 현재 충북도체육회에 한 해에 지원되는 예산은 110억 원으로, 올해 초 기준 전국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