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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순

충북도여성정책관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되면서 이런 저런 사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 지난해 37년간의 공무원을 퇴직하신 분은 슬하에 딸 둘에 아들 하나를 두고 있다. 큰딸은 올해 서른여섯이다. 작은딸은 서울 남자를 만나 먼저 결혼을 해 알콩달콩 잘 살고 있고 아들도 대학을 나와 중소기업에 취직해 사회에서 제몫 든든히 하고 있다. 하지만 큰딸만큼 살갑고 부모 마음 알아주는 자식이 없다. 큰딸을 바라보면 듬직하고 사랑스럽다가도 지금껏 제 짝을 찾지 못해 안타까운 마음에 가슴 한켠이 아리고 아프다고 한다.

 또 다른 분은 슬하에 딸과 아들 둘을 두었다. 딸은 어렸을 적부터 공부를 잘해 주위에 부러움을 샀다. 부모의 기대와 바람대로 서울에서 대학과 대학원을 졸업했고 전공은 화학이다. 전공을 살려서 취업문을 두드렸고 수백 대 일의 경쟁률을 뚫고 당당히 서류전형에 합격했고 이제 남은 건 면접이라고 한다. 그런데 면접이 더 어려운 과정이란다. 그것도 세 차례에 걸쳐 면접을 치른다. 얼마 전 1차 면접을 가까스로 통과하고 두 번의 면접을 남겨 두고 있다. 면접은 날짜를 정해지지 않고 그야말로 갑자기 연락이 와서 진행하는 방식이라고 한다. 그러니 조마조마한 마음이야 오죽할까라며 애태우고 있다. 둘째는 4년 전 고등학교 3학년 때인 여름, 뜻하지 않은 뺑소니 교통사고를 당했다. 입원해서 치료 받느라 부득이 그 해 수능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생명에 지장 받을 만큼 다친 건 아니지만 다행히 잘 나아 주어서 이듬해 대학에 들어갔고 지금은 군 복무 중이라고 한다.

 또 다른 분은 늘 밝고 환한 얼굴을 하고 다녀서 주변에서 행복 바이러스로 통한다. 다른 사람을 위해 일마다 솔선 헌신하는 모습에 칭찬과 존경을 한 몸에 받고 있다. 하지만 이분에게도 남모르는 고민과 걱정이 있다. 자녀 뒷바라지에 '여태 편하게 허리 펼 새 없이' 일하고 있고 이제 공부의 끈을 놓고 취직을 하면 좋으련만 30대인 첫 째 자녀가 아직도 공부의 길을 고집하고 있다고 한다.

 어렸을 적 기억 중에 퍼즐 맞추기 놀이판이 떠오른다. 알파베트 문자들이나 그림의 어떤 부분들이 그려져 있고 그 조각들을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맞추는 사각형 놀이판이다. 거기에는 언제나 빈 곳이 하나 있기 마련이다. 이 놀이판에 빈 곳이 있어야만 아이들은 글자나 그림이 그려진 작은 조각들을 이리저리 움직여 가면서 어떤 단어를 만들거나 그림을 완성할 수 있다. 이 놀이판에서 놀이가 제대로 되려면 여기에 어떤 빈 곳, 그러니까 이동을 위해 비워져 있어야 한다.

 사람 누구에게도 어떤 빈 곳이 있다. 그것을 채우려고 애쓰지만 결국 모두 다 채우지 못하고 만다. 어쩌다가 빈 곳 모두를 다 채웠다고 할지라도, 그것은 잠시뿐이다. 그리고 다시 또 다른 곳에서 빈 곳을 찾아내곤 한다. 그래서 사는 것이 퍼즐 맞추기 놀이판과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남들 보기에 부럽고 행복하게 사는 것 같아 보여도 누구나 가슴에 가시 하나씩은 다 안고 살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지금 돌아보면 내게 있는 아픈 기억이 다른 사람의 마음을 깊이 들여다보는 상담공부를 더 하게 했고 그 기억시간에서 자리를 바꿨다.

 티베트 속담에 '걱정을 해서, 걱정이 없어지면, 걱정이 없겠네.'라는 말이 있다. 빈 곳은 곧 걱정이다. 걱정을 짊어진다 해서 결코 걱정이 떠나지 않는다. 그렇다고 걱정 없이 살 수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때로는 걱정에 너무 매이지 말고 한 걸음 떨어져서 볼 수 있으면 좋겠다. 그래야 삶이 더 여유롭고 풍성해진다고 한다. 또 세월 지나 돌이켜 생각하면 걱정 많았을 때가 가장 행복했던 시절로 기억되는 경우가 많다. 지금 아파하고 있는 분들의 모습을 보면 서로에게 함께 시간을 보내며 위로의 마음을 전하고 '이 또한 지나가겠지. 그리고 다시 행복으로 채워질 수 있을거야' 라고 마음으로 전해본다.

 '오늘'이란 시간은 앞으로 살아갈 날 중에 가장 젊고 건강한 날이라는 말이 있다. 우리 모두가 근심걱정에 생각을 묶어 두지 말고 오히려 걱정을 감사히 여길 힘이 생겨서 오늘이 살아가는 가장 행복한 나날 보내길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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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