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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완

한국문화창작재단 이사장

 "불편하시더라도 안전벨트를 꼭 착용해 주세요. 요즘 전 좌석 안전벨트 착용이 의무화 돼서요."

 택시를 타자마자 운전기사가 미안한 듯 조심스럽게 말하는 겁니다. 당연한 것을 왜 미안한 표정으로 이야기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지요. 그러자 운전기사는 애로사항을 털어놓습니다.

 "지난번 젊은 승객에게 안전벨트를 매라고 했더니 '에잇 재수 없어.' 하면서 그냥 문을 쾅 닫고 내리는 겁니다. 아직 뒷좌석 안전벨트가 익숙하지 않은 탓이지요."

 머리가 하얗게 센 중년기사의 어깨가 무거워보였습니다.

 우리는 살면서 별것도 아닌 일에 '재수 없다.'라는 말을 흔하게 사용하죠. 그 상황을 듣고 문득 이솝우화의 이야기가 생각났습니다.

 어느 마을 입구에 깊은 우물이 있었습니다. 마침 이 마을을 지나던 나그네가 두레박으로 물을 길어 올려 물을 한 모금 맛있게 마신 후, 잠시 우물 근처에서 쉬다가 잠이 들어버렸지요. 그런데 우물에는 난간이나 턱도 없어 잠결에 한 바퀴 옆으로 구르기라도 하면 바로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아찔한 순간이었지요. 그때 마을어른이 얼른 다가가 나그네를 깨웠어요.

 "이봐요. 다른 곳에서 자야지 여긴 위험해요."

 깊은 잠에 빠진 나그네는 실눈을 뜨고 눈앞의 노인을 보았습니다. 그리고는 짜증스런 목소리로 말합니다.
 "대체 왜 이렇게 사람을 귀찮게 하는 거요. 피곤해 죽겠는데 재수 없게!"

 이 이야기에서 나그네를 깨우는 마을노인은 운명의 여신인 티케(Tyche)를 상징하고 있습니다. 그리스 신화에서 행운의 여신 티케(Tyche)는 부와 번영을 주관하죠. 고대 로마의 소설가 아풀레이우스(Apuleius)는 행운의 여신을 눈이 없는 장님으로 묘사했죠. 행운의 여신이 무작위로 인간을 선택하는 것을 두고 그렇게 설정한 것 아닐까요.

 사람들은 운명의 여신 티케가 인색하다고 늘 투덜거리죠. 사람들에게 행운과 불행을 나눠줄 때 행운은 아주 이따금 조금씩 주고, 불행은 자주 그리고 한꺼번에 많이 준다는 것입니다. 안전벨트 매는 것이 '재수 없다.'라고 외치는 사람이나, 잠을 깨우는 노인에게 '재수가 없다.'라고 짜증내는 나그네 역시 역으로 행운임을 모르는 경우죠.

 일본 드라마 '중쇄를 찍자'를 시청하다보면, 사람의 운(運)에 대한 가치 기준을 새롭게 눈뜨게 합니다. 이 드라마의 배경은 대형출판사 코토칸이 중심이죠. 코토칸 사장은 어린 시절 경험을 통해 자신의 운(運)에 관한 신념을 갖게 됩니다. 철없이 막무가내로 삶을 살았던 시절, 불량한 친구의 꼬임에 빠져 부자영감의 돈을 빼앗으려 계획합니다. 영감을 칼로 위협하며 돈을 내놓으라고 협박을 하자, 그가 말합니다.

 "나를 죽이면 너의 운은 여기서 끝이야. 대신 좋은 걸 가르쳐주지. 운은 모을 수가 있는 것이다. 세상은 말이지, 더하고 빼면 남는 게 전혀 없는 거야. 갖고 태어난 것에 차이는 있어도 패를 몇 장을 받는지는 다 똑같아. 좋은 일을 하면 운이 모이고, 나쁜 일을 하면 금세 운은 줄어들어. 사람을 죽이면 너의 운은 끝이지. 운을 모으다 보면, 그 운이 내 편이 될 때 몇 배로 불려져. 그때 너는 그 운을 어디에 쓸지 잘 생각해야 해. 내 말을 못 믿겠나? 그렇다면 그것도 너의 운인 것이다."

 이 세상은 낮과 밤이 존재하고 남자와 여자가 균형을 이루고 있죠. 그것처럼 행복과 불행도 모든 인간에게 절묘하게 깃들어져 있습니다. 더하고 빼면 남는 것이 전혀 없다는 말이 바로 그것입니다. 빈손으로 왔다 빈손으로 가는 인생인 것이죠. 운명의 운(運)자가 바로 '움직인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그만큼 운은 돌고 돈다는 뜻입니다. 계절이 순환하듯 좋은 운이든 나쁜 운이든 서로 교차하며 우리의 삶을 관통하고 있는 것입니다.

 오늘 어떤 사건을 통해 '재수가 없다.'고 여기시면, 운명의 여신 티케의 손길이 닿았다고 여기십시오. 그것은 부지불식중에 나를 찾아왔던 행운이 아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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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