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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욱

보은군 보건소 공중보건의사

 2016년 벚꽃이 질 무렵 보은군보건소 치과진료실에 나의 첫 환자가 방문했다.

 70대 초반의 여성 환자분은 울상을 지으며 "양치질할 때 피가 나고, 음식을 씹을 때 욱신거려서 이를 뽑아야 되나 너무 걱정돼요"라며 한숨을 쉬셨다.

 환자분은 약물복용으로 고혈압과 당뇨병을 조절 중이었고 바쁜 일 때문에 치과진료는 항상 미루셨다고 했다.

 구강검사와 방사선사진 분석을 통해 만성 치주염으로 진단하고, 포괄적인 치료계획을 세워 환자께 설명한 후 치료를 시작했다. 일차적인 치주치료를 마치고 3~4주 후 재평가를 위해 환자가 방문했다.

 환자의 환한 미소는 향상된 구강건강 상태를 짐작할 수 있게 했고, 자연치아를 유지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환자는 안도하시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이후 이 환자는 건강한 구강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6개월마다 정기적으로 내원해 검사받고, 구강보건실에서 배운 올바른 위생법으로 꾸준히 관리 중이다.

 나의 첫 환자처럼 구강건강에 소홀히 했다가 관심을 갖고 꾸준히 방문하는 주민들을 뵐 때마다 보람을 느낀다.

 보은군보건소는 대한민국 치과의사로서 첫 직장이자 새 삶의 장이다.

 사실 나는 미국 아이비리그 8개 대학 중 하나인 펜실베이니아대학 (UPenn) 치의학과를 졸업한 미국 치과의사다.

 미국에서 나는 구강건강증진 사업의 일환으로 의료인력이 부족한 필라델피아 지역주민들을 위해 치과진료 뿐만 아니라 구강교육 업무를 맡았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나에게 언젠가 기회가 주어진다면 내 조국 대한민국, 특히 의료접근성이 제한된 농어촌에서 나의 지식과 기술을 기여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운좋게도 나의 희망이 보은군에서 이뤄질 수 있게 돼 큰 영광이다. 첫 환자를 시작으로 벌써 2년이란 시간이 지났다. 읍내에 거주하면서 나는 보은군이 활발하게 발전하고 좋아지는 것을 몸소 느낀다. 하지만, 구강보건적인 면에서 아직까지 치주질환으로 고생하는 중장년층 주민들을 많이 접한다.

 치주치료를 통해 건강한 구강상태로 회복하는 분들도 계시지만, 안타깝게도 장시간 방치했다가 보존이 불가능한 상태로 내원하시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게다가 환자들은 치과는 두렵고 통증이 있을 때만 방문하는 곳으로 인식한다.

 이런 잘못된 인식개선을 위해 작년부터 정기적으로 보은군 보건소를 시작해 보건지소들을 순회하며 '구강질환은 예방이 가능'하고 '구강건강은 전신건강의 일환'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널리 알리고 있다.

 아쉽게도 나의 임기는 내년 벚꽃이 필 무렵 끝난다. 나에게 보은군에서의 마지막 임무는 다문화 가정과 소외계층들을 위해 구강보건 접근성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나는 남은 임기까지 인종·국적·성별·나이를 불문하고 보은군에 거주하는 모든 분들이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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