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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8.10.22 18:22:59
  • 최종수정2018.10.22 18:22:59

이경란

청주시 기록연구사

 우리 집 장롱 속에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었던 기록이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의 역사가 된다면 어떨까?

 우리 부모님 세대의 성실했던 삶을 알 수 있는 수입과 지출을 기록했던 알뜰 살림의 대명사 가계부, 하루하루 삶의 기록한 일기장, 나의 부모님께 쓴 감사 편지 등이 모여서 역사가 된다니. 뭔가 거창한 것 같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사소한 일상의 기록이 모여 어떻게 삶이 변화가 됐는지, 시대가 어떻게 변화됐는지 알 수 있는 소중한 기록의 자료가 되기 때문에 우리의 기록은 곧 내일의 역사가 아닐까 한다.

 올해 처음으로 청주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장롱 속의 기록을 찾습니다'를 주제로 개인·단체가 소장한 민간기록물 수집 사업을 약 2개월에 걸쳐 추진했다. 283점의 다소 적은 양의 기록이 수집됐지만 수집에 대한 보람과 즐거움이 있었다.

 "이런 것도 보관해 주나?"라며 기증자들 모두 같은 물음으로 개인의 기록을 행정기관(청주시)에서 보관해 준다니 흔치 않은 일이라면서, 내 삶의 기록이 다른 사람에게도 추억이 될 수 있다는 것에 즐거워했다. 보내온 기록물을 통해 그때 그 시절의 우리 부모님, 할머니 세대의 가난하고 힘겨웠던 그때 그 시절의 감동 어린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더 많은 즐거움을 기증받은 것 같다.

 필자는 기증자 중 인상 깊었던 분의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농수산통계사무소에서 근무했던 민영만님은 33년 동안 공직생활 입문을 하면서 퇴직하기까지의 월급봉투와 함께 공무원 합격 통지서, 상장, 발령장 등 일체 서류를 하나도 빠짐없이 보관한 자료를 갖고 오셨다. 사이좋은 부부가 손을 꼭 잡고 우리 청주시 기록관을 찾아 주셨다. 누런 봉투 3개와 잘 정돈된 기록을 들고 오시자마자 하시는 말씀이 "내가 죽어도 내 기록은 계속 보관해 주는 거죠?"였다.

 그분은 당신 살아오신 인생 이야기를 풀어내시며 자녀들의 본보기가 돼 살아주길 바라는 맘에 남기려 했지만 필요 없다는 말에 기록관에 맡기면 버리지는 않겠지 하고 가져오셨다 한다. 이야기를 듣는 내내 일과 직장에 대한 자부심, 월급봉투에 대한 추억, 월급봉투에 쓰인 내역만으로도 알 수 있었던 생활 모습, 과거 부흥기에 열심히 살아온 이 시대의 아버지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렇게 때로는 한 사람의 역사, 또 한 지역, 나아가 나라의 역사가 되는 기록물을 계속해 보존하고 남기는 것은 참으로 중요하다.

 필자는 버려지고, 훼손될지 모르는 귀중한 우리들의 삶이 담긴 자료를 적극적으로 확대 발굴해 우리 부모님 세대의 성실했던, 그리고 개인의 일대기가 고스란히 모여 있는 삶을 엿볼 수 있는 우리의 기록을 함께 공유하고자 한다. 여러분의 기록을 영원히 보존해 드리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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