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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정

충북도종합사회복지센터장

 단지 걷길 바란다.

 사치스런 미사여구(美辭麗句)를 거두고 그저 정처 없이 걷길 바란다.

 비린내가 누렇게 발작 할 때까지 스믈스믈 구역질 노랗게 피어날 때까지 한없이 걸어보는 가을이면 한없이 행복을 느낄 수 있다.

 스펙이 중요하다고들 하는데 진정한 스펙이 무엇인지 모르기에 갑갑하다. 타자에 의해 쌓고 있는 그 스펙이라는 사치는 스펙이 아니라 종살이 자격증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문득 든다. 스펙이든 인생이든 스스로가 결정하지 않았다면 그건 종살이 밖에 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요즘 들어 많이 든다. 내 선배들도 나를 보며 쯧쯧 거렸던 이유를 이제야 알게 된 내가 후배들에게 이런 말을 하려니 나 또한 벌쭘해진다.

 육체의 고달픈 고통이 오히려 정신을 맑게 한다. 나 또한 겨우 지금에서야 알게 돼 할 말은 없지만 다른 사람들은 나보다 짧은 시간이 걸리길 바랄뿐이다.

 그리고 질문하길 바란다. 개똥철학 일지언정 내가 진정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원초적인 물음부터 스스로에게 던져보길 바란다. 그냥 걸으며 오랜만에 땅도 보고 하늘도 보고 못생긴 내 발모양도 한번 들여다보며 수없는 질문을 해보길 바란다.

 거울에 얼굴 비추듯 병원에 수술비 내듯 땅바닥에 하늘바닥에 스스로의 얼굴을 비춰보길 바란다. 대단한 뜻을 가지고 걷는 것이 아니라 그저 생각나는 대로 생각하며 걸어보는 것이다. 그러면서 무엇을 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결정의 순간들이 덤벼드는지 느껴보길 바란다.

 밥은 어떤 걸 먹어야 할지 잠은 어디서 자야할지 매순간이 결정이며 매순간이 혼자임을 알게 된다. 세상에 사람으로 머물면서 단 한사람의 마음 그것도 자신의 마음도 제대로 보지 못하고 떠밀리는 대로 타자(他者)가 바라는 대로 살아간다는 건 너무나 불행이지 않느냐는 말이다. 생각도 많아지고 고민도 많아지는 가을이다. 호르몬의 영향인지 감정의 기복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가을은 사람을 선하게 만든다. 이런 가을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나라에서 살 수 있어 행복하다. 다시는 가을이 돌아오지 않을 듯 작렬했던 여름의 기운이 한 순간에 사라지고 낙엽이 거리를 뒹굴고 있다.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찐다는 천고마비의 계절이다. 수확의 계절이고 결실의 계절이라지만, 가을만 되면 괜히 외로워지는 사람들도 있다.

 모두들 결실의 계절이라고 하는데 자기 혼자만 뒤쳐진다고 생각할 때 이런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그러나 그럴 일이 아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안 빠지는 살처럼 모든 것이 내 뜻대로 되지 않을 일이 더 많음을 받아들이면 자족하는 마음으로 행복해질 수 있다.

 늘 남의 삶을 부러워하면서 사는 사람들은 죽을 때까지 그 감정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자신의 처지를 모르면서 부러움을 갖는 것은 자칫 걱정할만한 범죄행위로 연결 될 수도 있다.

 어떤 사람은 몇 캐럿짜리 다이아를 끼고 깐깐하게 검증한 와인을 치켜들어도 꼴값처럼 느껴지는 것은 스스로가 충만하지 않은 과시로 보여 지기 때문이다. 누구에게 보여지는 것이 뭐 그리 대수이랴.

 나보다 더 잘난 사람도 많고 나보다 더 행복한 사람도 많지만 나보다 더 나를 알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없을 일이다. 그러므로 스스로를 귀하게 생각해보는 것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다짐일 수 있고 세뇌일 수도 있지만 스스로를 귀하고 아름답게 여기다보면 편안하고 아름답게 느껴질 날이 오지 않을까싶다.

 죽도록 사랑하고 죽도록 마셔보고 죽도록 공부해보지 못한 나는 아직도 마음이 소금밭이다. 그래도 부스러기 양념 없이 인생 정원에 가을맞이 준비를 천천히 해보려 한다.

 그리고 세뇌와 다짐을 해본다. 귀한 사람, 귀한사람, 귀한사람이다. 이런 생각으로 가을을 맞이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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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