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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로

청주시 세정과 주무관

 지난 7월 새로운 업무를 맡았다. 지방세 중 시세 운영과 구제 제도 운영이 주요 업무이다. 청주·청원 통합 이후 계속해서 체납관리 업무를 보다가 4년 만에 새로운 업무를 맡게 된 것이다. 체납관리 업무를 하면서 겪은 많은 일들이 머릿속에 스쳐갔다.

 세무 공무원으로서 여러 세목을 봤지만 체납관리 업무는 처음이었다. 폭언과 욕설을 넘어 협박하는 체납자도 있었다. 새로운 업무가 부담스러운 것도 있었지만 이런 거친 저항 때문에 맘고생도 있었다. 하지만 정작 이런 사람들보다 나를 더 힘들게 하는 건 따로 있었다.

 지난해 가을 어느 날 노모와 어린 딸이 찾아와 인사를 하며 말을 하는데 몸이 약간 불편한 것을 알 수 있었다. 노모와 어린 딸은 현재 거주하고 있는 주택이 공매에 붙여진 상황이었다. 원인은 현재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아들의 자동차였다. 아들이 노모의 명의로 자동차를 취득해 운행을 하며 자동차세를 전혀 납부하지 않은 것이다. 몇 번의 독촉에도 납부가 되지 않아 부득이 압류한 주택을 공매처분 중인 것이다. 노모와 어린 딸은 어떻게든 조금씩이라도 납부하겠다며 공매를 하지 말아 달라고 하소연했다. 너무도 난감했다. 공매가 진행 중인 체납은 납부되기 전에 중지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대로 공매가 진행된다면 노모와 어린 딸은 갈 곳을 잃는다. 그렇다고 인정에 이끌려 공매를 중지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차라리 공매를 진행하지 않았더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다행히 아들과 연락이 돼 길거리에 나앉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가슴 아팠던 기억이다.

 이들과 같이 많은 체납자가 직접 찾아와 눈물을 보이면서 자신의 안타까운 사정을 이야기했다. 체납자를 방문했을 때 사업의 부도로 아이를 어렵게 키우고 있는 모습을 보면 또 마음이 가볍지 않았다. 그렇게 하소연을 하는 사람들을 만날 때면 욕하고 협박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맘이 편했던 것 같다. 나도 결혼하고 한 가정의 가장이기에 남의 일 같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알게 됐다. 세정은 따뜻할 수 없다는 것을. 정해진 철길에서 기차가 장애물이 있어도 레일을 벗어나지 말고 가야 하는 것처럼 세정도 그 원칙을 어길 수 없는 것이다. 세무행정이 바로 서고 시민이 이해해야 올바른 행정이 집행될 수 있고, 예산이 있어야 복지와 관련된 재원도 마련될 것이다. 부정적인 측면이 아닌 원칙을 따르는 행정의 모습으로 비쳐야 행정의 올바른 구조가 지켜질 수 있을 것이다.

 체납 담당 공무원과 체납자들을 흔히 물과 기름에 비유하기도 한다. 일부는 딱딱하고 불친절해 보일 수 있다. 세정업무 특성상 마냥 웃으면서 일할 수는 없겠지만 대부분의 직원들은 친절하며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이들 또한 한 가정의 가장이며 예쁜 자녀들이기 때문이다.

 시민의 행복을 위해 첨병 역할을 위한 냉철함과 함께 그들의 처지를 이해하는 다정한 이웃의 역할도 할 수 있는, 배려하는 세무공무원이 되길 나 스스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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