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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숙

수필가, 원봉초병설유치원교사

줄친 고비 사막으로 가는 길이다. 추적추적 내리던 비가 갑자기 굵어진다. 낙타들은 고스란히 비를 맞고 있다. 피할 곳도 피할 생각도 없는 듯 유유자적한 모습으로. 묵묵히 비를 맞으며 서 있는 낙타의 행렬에 잠시 눈을 떼어 준다. 차창을 때리는 빗소리가 예사롭지 않다. 타닥이던 비는 어느새 차의 몸통 위에서 난타를 벌이고 있다. 사막에 이리 비가 내리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며 가이드도 의아해 한다.

한참을 달리는데 아뿔싸 길이 끊겼다. 갑자기 물바다가 된다. 같이 간 일행 중 한명이 말한다. 책으로만 보던 포상홍수라고. 길에 경찰이 나오고 우리의 진입을 막는다. 우리는 길을 돌아 새로운 길을 만들어 접어든다. 그곳도 비가 오긴 마찬가지였으나 어찌되었든 캠프로 가서 밤을 나야하기 때문에 무리를 한다. 바퀴가 다 물에 잠기고 차체도 기우뚱거린다. 어쩌면 가다가 낭패를 당할 수도 있는 위기의 상황이다. 이러다 사막에서 홍수로 변을 당했다는 해괴한 뉴스의 주인공이 되는 것은 아닌가 걱정이 먹구름처럼 몰려든다. 한 시간여를 쩔쩔 맨 끝에 물바다를 통과한다. 우리는 손에 땀을 쥔 채 곡예운전을 한 몽골인 기사에게 박수를 보낸다. 한참을 가고 있는데 또 낙타가 나타난다. 빗속에서 낙타가 그 슬픈 눈을 껌뻑이며 계속 소리없이 젖고 있다. 내 마음도 애련하게 젖어든다. 온몸에 척척 휘감기는 비를 맞으며 소리 없이 젖은 눈을 껌뻑이는 낙타를 본다.

문득 책에서 읽은 몽골의 설화가 떠오른다. 우리나라의 띠에 관한 전설과는 조금 다른 띠에 관한 몽골의 이야기다. 낙타의 슬픈 눈이 이야기 속 슬픈 낙타와 오버랩 된다. 신이 동물들 가운데 열두 띠에 해당하는 동물을 선정하려 할 때 였다. 신은 열한마리 동물의 이름을 거침없이 붙여 주었다고 한다. 그러나 마지막 한 마리의 이름을 두고 고심을 했다. 고심 끝에 신은 아침 햇살을 먼저 본 동물을 띠에 올리기고 했다. 아직 띠에 오르지 못한 쥐와 낙타는 내기를 했다. 해를 보기 위해서 낙타는 동쪽을 보고 있었고 쥐는 낙타의 등을 밟고 올라 서쪽을 향하고 있었다. 해는 동쪽에서 뜨지만 가장 먼저 비추는 것은 서쪽에 있는 커다란 산이라는 것을 쥐는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쥐가 이기게 되었다. 내기에 진 낙타는 열 두 띠에 오르지 못했다. 그러나 이를 가엾게 여긴 신이 낙타에게 열 두 동물의 특징을 갖게 해 주었다. 쥐의 귀, 소의 위, 호랑이의 발, 토끼의 코와 갈라진 윗입술, 용의 몸통, 뱀의 눈, 말의 갈기와 양의 털 원숭이의 굽은 등, 닭의 볏, 개의 넓적 다리, 돼지의 꼬리. 그래서 낙타는 뱀처럼 축축한 눈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 슬픈 사연을 담고 있는 낙타가 유일하게 사람만 태워주는 것은 사람이 자기보다 더 나약한 동물이기 때문이란다. 사람은 오직 약은 잔꾀만으로 세상을 사는 유일한 동물이기 때문이다. 낙타는 말처럼 뛰지 않는다고 한다. 오직 느린지만 지치지 않는 걸음으로 타자와의 경쟁보다 자신이 길을 묵묵히 간다. 아마도 자신을 이기는 것이 가장 힘든 것을 아는 듯하다.

나도 낙타처럼 묵묵히 내가 설정해 놓은 길을 걷고 싶다. 그러나 살면서 자꾸 주변을 돌아보게 된다. 누군가와 경쟁하고 누군가를 시기하고 질투하면서 그것이 내가 살아가는 힘이라고 말해 왔었다. 그것은 그만큼 내가 연약한 사람이라는 반증이 아닐까. 내공이 튼튼하다면 누군가의 시선을 의식할 것도 없고 누가 곁에 있던 상관 할 바가 아닌데 말이다. 아무것도 안하는 날은 나 혼자만 퇴보할 것 같은 불안감과 초조함에 휩싸인다. 그렇다고 다른 사람보다 앞서가는 것도 아닌데.

어떤 시인은 '누군가 다시 세상에 나가라 한다면 낙타가 되어 가겠다'고 했던가. '무슨 재미로 세상 살았는지 모르는 가장 가엾은 사람 하나 골라 등에 업고 돌아오겠노라' 했던가. 가끔 그 시를 혼자 읊조릴 때면 그 가엾은 사람이 내가 될까봐 두렵다.

사막의 모진 바람과 빗속에서도 묵묵히 서 있는 낙타를 보며 나를 생각한다. 묵묵히 살리라. 누구와도 상관없이 내 인생을 살리라. 먼 길 끝에 다다라서 인생이 끝났을 때 누군가 묻는 다면 그저 내 길을 묵묵히 걸어 후회 없다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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