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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갑근

변호사(전 대구고검장)

사법연수원과 군법무관으로 5년을 복무하고, 검사로서 24여년을 근무하다가 퇴직한 후 변호사 업무를 시작한 지 벌써 1년이 되어간다. 법과 더불어 생활한 것이 인생의 전부임에도 여전히 법적 분쟁은 어렵고, 그 결론에 대해서도 확신이 들지 않거나 의문이 남을 때가 많다. 변호사의 역할과 업무에 대해서는 더욱 어렵게 느껴지고 있다. 어떻게 하면 의뢰인의 요구를 만족시키고, 의뢰인의 무리한 요구나 선임의뢰는 어떻게 대처를 할 것인지 늘 고민과 갈등이 따른다. 오랫동안 검사로서 다양한 사건의 수사를 하고 법집행을 해왔기 때문에 같은 법적 영역인 변호사 업무도 낯설거나 큰 어려움 없이 잘 해낼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르다. 야구에서 타자와 투수는 같은 야구선수이지만 사용하는 근육이 다르고, 공격과 방어로 그 역할이 다르기 때문에 타자가 바로 투수를 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원리인지도 모른다. 범죄를 수사하여 개인과 사회의 안전을 보호 하는 영역과 수사나 법집행과정에서 올바르게 결정이 되고, 절차에도 위법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영역은 그 방법론이나 1차적 목적에 있어서는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수사나 변론 모두 실체적, 절차적 정의를 실현하여 법적분쟁을 종결하고 평화를 유지하는 것을 종국의 목표로 하는 점에서는 지향점이 같다. 즉 동전의 앞뒷면과 같이 타자와 투수 모두 한 경기장에서 경기를 하며 최고의 기량을 발휘하여 팬들을 만족시키는 것이 종국의 목표인 것과 같다고 할 것이다.

검사생활을 하는 동안에 선배 변호사나 법조인들로부터 검찰의 사건수사과정에서의 문제점에 대해 자주 들었다. 특히 결재를 하는 중간간부나 기관장이 된 이후에는 검사나 수사관들의 잘못이나 업무관행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경우를 자주 접하게 된다. 그 내용은 아주 경미한 것부터 불법적인 것으로 매우 중한 것까지 다양하다. 돌이켜보면 이의제기나 고언을 들을 때마다 팔이 안으로 굽어서 그런지, 제 눈속의 들보는 보지 못해서 그런지 모르지만 겉으로는 점검해보겠다고 하면서도 "요즘 검찰은 그렇지 않다. 자주 점검을 하고, 여러 가지 절차를 마련해두고 있을 뿐 아니라 감찰활동도 매우 강화하고 있다. 예전과는 다르다"고 변명하기 바빴던 기억이 난다. 그러면서 마음속으로는 "선배들이 근무했던 시절에는 그런 일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지금은 그런 일이 없다"고 오만한 생각까지 했다. 그러나 밖에 나와서 제3자의 눈으로 안을 보니 현직에 있는 동안에 들었던 문제점들이 속속들이 보이는 것을 보니 역시 등잔 밑이 어둡고, 제 눈속의 들보는 보지 못한다는 말이 실감이 난다. 역시 검찰 간부들에게 고언을 해보지만 그럴 리가 없다는 대답이 반복되는 것은 근무할 때 제대로 하지 못한 業報인지도 모른다. 역사의 진행은 항상 개혁과 개선을 통해 좋은 방향으로 발전을 하고 있는 것은 틀림없으나 관성의 법칙 또한 무시할 수 없고, 개혁에 대한 저항이나 반작용으로 인해 더디거나 무산되기도 하는 것을 수없이 본다. 흔히들 제대로 사안을 파악하고, 상대방을 이해하기 위해서 '易地思之'하라고 강조한다. 검사로 근무하는 동안에 스스로도 끊임없이 되새기고, 후배들이나 수사관들에게도 수없이 강조했던 것 중에 하나가 易地思之였고, 변호사를 하면서도 마찬가지다. 오래전 어느 시인으로부터 좋은 시에 대한 강의내용 중에 '바위나 파도에 대한 시를 지으려면 직접 바위나 파도가 되어 바람을 맞고, 느끼고 호흡해보아야 진정한 시를 짓고 좋은 시가 된다'고 했다. 단지 입장만 바꾸어 생각하는 역지사지가 아니라 물아일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당시에는 정말 신선하고 가슴깊이 새겨지는 강의였는데 역지사지도 제대로 못하는데 무슨 物我一體냐고 할지도 모를 일이다.

다산 정약용의 저서 목민심서에 '청송지본 재어성의(聽訟之本 在於誠意)'라는 문장이 나온다. '송사를 다룸에 있어서 근본은 성의를 다함에 있다'는 것이다. 변호사로서 의뢰인의 말에 귀 기울여 경청하고, 그 입장을 백분 이해하여 한치도 그르침이나 억울함이 없도록 성의를 다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직접 의뢰인이 되어 그 아픔과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파악하여 정의를 실현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물론 의뢰인이나 의뢰되는 사건 중에 무리하거나 성립이 되지 않는 경우가 있더라도 혹시 놓치거나 빠진 것이 없는지 성의를 갖는 마음이 필요하다. 격언 중에 '이길 사건을 지면 무능변호사이고 질 사건을 이기면 악덕변호사'라는 말이 있다. 無能해서도 惡德해서도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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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운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 "동계훈련으로 전국체전 6위 탈환 노릴 것"

[충북일보] 박해운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이 "이달부터 동계 강화훈련을 추진해 내년도 전국체전에서 6위 탈환을 노리겠다"고 밝혔다. 박 사무처장은 1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전국체전에서는 아쉽게 7위를 달성했지만 내년 전국체전 목표를 다시한번 6위로 설정해 도전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달 초 사무처장에 취임한 박 사무처장은 "우수한 성적을 거두기 위해선 우수한 선수가 필요하고, 우수한 선수를 영입하기 위해선 예산이 필수"라며 "전국 최하위권 수준에 있는 예산을 가지고 전국에서 수위를 다툰다는 점에선 충북지역 체육인들의 열정과 땀의 결실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체육 분야에 대해서만 예산지원을 요구할 수 없는 입장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적 향상을 위해 예산 확보를 위해 다각적으로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박 사무처장은 도체육회 조직확대 계획도 밝혔다. 현재 24명의 도체육회 인원을 29명으로 증원시키고 도체육회를 알려나갈 홍보 담당자들에 대해서도 인원을 충원할 방침이다. 박 사무처장은 "현재 도체육회의 인원이 너무 적어 격무에 시달리고 있다"며 "전국에서 가장 도세가 약한 제주도의 경우에도 체육회에 30명이 넘는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