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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준

역사칼럼니스트

충북 옥천에서 검도관을 하는 40대 가장이 부인과 사랑하는 딸 세 명을 살해하고 자해한 비극적인 사건 진상이 밝혀졌다. 빚에 쪼들린 검도관 사범은 제자들 이름으로 대출 까지 받다가 결국 이런 참극을 빚었다. 초등학교에 다니던 귀여운 세 딸은 채 피지도 못하고 죽음을 맞은 것이다.

검도관 입구에 걸려 있는 글은 바로 '세속오계(世俗五戒)'였다. 세속오계를 보니 더욱 처연함을 떨칠 수 없다. 세속오계는 고대 신라 무사들이 가장 신조로 삼은 수기 목표가 아닌가.

사군이충(事君以忠), 사친이효(事親以孝), 임전무퇴(臨戰無退), 교우이신(交友以信) 살생유택(殺生有擇), 세속오계는 진흥왕대 원광법사에 의해 지어졌다고 한다. 임금에 충성하고 부모에 효도하며 싸움에 나가서는 물러서지 않고 친구를 사귀되 믿음으로 사귄다는 뜻이다. 살생유택은 살생은 가려서 해야 한다는 것을 지칭하고 있다.

고대 삼국은 모두 이와 비슷한 무사정신을 지니고 있었던 것인가. 고구려는 조의선인(皁衣 仙人)이란 무사집단이 있었다. 백만명이 넘는 수, 당 대군을 막은 힘이 이들의 정신에서 나왔다.

백제의 무사정신은 의자왕 시기 황산벌 5천 결사대의 항전이 말해 준다. 장군 계백은 처자가 적국의 노비가 되는 치욕을 예견하고 처자를 모두 죽인 후에 황산벌로 나갔다. 이 보다 더 결연한 무사정신은 없을 것 같다.

신라 무사들은 전쟁에 나가 살아 돌아오는 것을 가장 수치로 여겼다. 전장에서 죽어 호국영혼이 되길 원했다. 삼국사기 열전은 대부분 이런 임전무퇴 영웅들의 고사를 적은 것이다.

영동 양산면에 내려오는 양산가(陽山歌)는 신라 화랑 김흠운의 순국을 노래한 것이다. 그는 조천성(助川城)을 지키고 있던 화랑이었다. 직급은 낭당대감(00幢大監)으로 낭도들로 조직된 부대를 이끌었던 부대장이었다.

그가 성을 지키고 있을 때 백제군이 어둠을 타고 진격해 왔다. 숫자적으로 열세라서 모두 죽을 판이었다. 부하들이 일시 자리를 피하자고 간청했다. 그러나 김흠윤은 이들의 간청을 뿌리치고 끝까지 성을 사수하겠다고 했다.

결국 김흠운과 신라 군인들은 모두 전사했다. 양산가는 서라벌에서 이들의 죽음을 슬피 노래한 향가다.

오늘 날 무(武)를 수련하고 가르치는 체육인들은 세속오계를 수기의 목표로 하고 있다. 현 시대와는 동떨어진 생각으로 보는 견해도 있으나 국가에 충성하며, 부모에게 효성을 다하고, 친구와 신의로 사귄다는 것은 불변의 가치다. 임전무퇴는 젊은 세대들에게 어떤 난관에도 포기하지 않는 용기를 심어주는 것이었다.

옥천 검도관 사범도 그래서 이를 입구에 크게 써 놓은 것이다. 그러나 가족을 죽인 그는 '임전무퇴'의 진정한 가치를 실천하지 못했다. 그가 진정 무사도를 수련하는 무인이었다면 어떻게 든 가족을 보호하고 어려움을 극복해야 했다.

우리 주변에는 영세 학원들을 운영하는 이들의 어려움이 소상공인 못지않다. 출생률이 낮아지면서 수련생들이 급격히 줄어들어 운영난이 가중되고 있다. 이번 옥천의 예처럼 빚에 쪼들리는 학원들이 많다고 한다. 자라나는 세대들의 인성과 신체적 수련등을 담당하고 있는 이들 체육, 예능인들에게도 국가적인 관심이 필요한 시기다. 국가가 이들의 비극을 결코 눈감아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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