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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수필가

오늘 밤도 여전히 덥다. 특별히 오늘은 에어컨이 빵빵한 도서관에서 책을 보고 온 탓인지 훨씬 덥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나고 어떻게 할 수가 없다. 하루 종일 시원함 속에서 있다 보니 무더위가 가중되는 것이다. 도서관에 갈 때마다 누차 겪는 일이었으나 요즈음 들어 특히 더했다.

한여름이 되면 도서관은 딴때없이 붐빈다. 방학이라 그런지 학생들이 많고 나이 지긋한 아저씨도 간혹 보인다. 늘 오시는 분도 있지만 대부분 더위를 피해 잠깐 들어오는 경우다.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나 또한 너무 더우면 볼 일도 없이 우체국에 가서 한참 쉬기도 했으니까. 그리고 다음에는 훨씬 더워서 쩔쩔매곤 했으나 일단은 견디지 못하고 들어간다.

요즈음 피서법의 허점을 보는 것 같다. 덥다고 연신 켜 대지만 밖에 나가면 시원했던 만치 열기가 가중된다. 에어컨의 후광 옆을 지나갈 때 역시 후끈할 정도로 덥다. 에어컨으로 빼낸 실내 열기가 이중 삼중의 더위로 확산된다. 냄새 또한 어찌나 역한지 그 자리를 피해서 가야 될 정도다. 안에서는 모두 서늘한 냉기를 즐기고 있지만 그 사람들 역시 누군가 틀어대는 에어컨의 냉기로 밖에서 곤욕을 치를 수밖에 없다.

당장은 시원해도 나중에는 푹푹 찌는 것 같은 열기에 휩싸인다는 사실, 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탈 때도 시원해서 좋은데 집에 돌아가면 도서관에 다녀올 때처럼 밤새 더위에 시달린다. 더위를 타지 않는 체질이라 에어컨은 켜지 않는 대신 모처럼 쐬고 나면 뜻밖에 더 힘들다. 문제는 곧 잠깐 더위를 식힌 뒤 더 심한 무더위에 시달리는 것이다. 조약돌 피하려다가 수마석 만나고 혹을 떼려다가 더 큰 혹을 붙이고 쩔쩔매는 악순환.

더위가 우리를 시험하는 것 같지만 그로써 참을성과 의지가 형성된다. 날씨조차 견디지 못하고는 무슨 일이든 적응하기 어렵다. 들판의 곡식 또한 더워야 익는다. 요는 그렇게 필요한 무더위지만 어떻게 극복하느냐의 문제다. 우리 어릴 때 역시 덥기는 마찬가지였으나 에어컨 없이도 잘 참았다. 요즈음같이 너무 더워서 잠도 오지 않을 때는 멍석을 깔고 앉아 밤하늘의 별을 헤고 그랬다. 우물 속에 채워 둔 수박을 꺼내 먹고 그러다가 얼핏 모기장 속에서 잠들고, 보람도 없이 모기에 뜯기면서 단련되다 보니 어지간한 더위는 문제되지 않았다.

물론 시골에서만 가능한 일이기는 하다. 더위가 시작되면 고층 빌딩이 들어선 도심에서는 앞 뒤 잴 것 없이 산으로 바다로 갈 수밖에 없다. 그것을 피서라고 하기는 좀 그렇지만 피서라는 말 자체가 모순이다. 단순히 피하는 게 아닌 극복해야 될 과정인데 당장 당장 피하려고만 하다 보니 에어컨이 없으면 살기 힘든 계제에까지 이르렀다. 운명도 우리가 당당하게 나가면 꽁무니를 빼게 되지만 피할 때는 무서운 호랑이가 되는 것처럼 일단은 피서에 급급하다 보니 갈수록 덥게만 느껴지고 그만치 힘들다.

극복은 나중 문제고 당장 더위를 피해 무조건 떠나야 되는 판이지만 그런 속에서도 조금씩 단련되는 습관을 들이면 되지 않을까. 세상에 견디지 못할 일이 없다면 날씨 또한 능히 견딜 거라는 생각. 그것은 또 피하는 게 아닌 극복하는 과정으로써만 가능한 일이었다고 조심스럽게 단언하는 것이다.

요즈음은 그런 차원을 떠나 사실이지 너무 너무 덥다. 낮에는 그나마 참겠는데 밤중까지 열대야에 시달리는 건 정말 힘들다. 더러는 40년 만의 무더위라고도 하는데 굉장치도 않은 더위지만 피하지 못할 바에는 견디는 수밖에 없다. 며칠 있으면 또 팔월이고 더위도 한풀은 꺾이겠지. 그만치 더웠으니 이번 가을은 예년보다 풍요로울 것 같다. 무더위 속에 영그는 가을을 생각하면 남은 더위도 문제될 것 같지 않고 슬기롭게 극복하리라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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