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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숙

시인

얼마 전 인문학 에세이 '낮 12시'를 출간하고 인터넷 관련 기사를 찾는 중에 충북대학교 수학교육과 학생이 블로그에 올린 독서평을 읽게 됐다.

에세이 '낮 12시'를 독서 텍스트로 삼아 깊이 사유한 흔적이 보였다. 독서록 후반부에 "낙타의 생존 방식도 긍정적으로 보면 안 되는가. 참 나를 확인할 방법은 무엇인가. 여러 가지 궁금한 점이 많다"는 감상평을 읽곤 수소문 끝에 이 학생이 충북대학교 창의융합 교육본부 의사 소통 교육센터에서 주관하는 '책으로 통하다' 독서 모임 팀임을 알아냈다.

독서 모임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내 작품으로 한창 독서 토론 중이라고 했다.

독서 모임 팀원 중 생물학과 학생이 일찍 와 앞에 앉는다. 그리고는 '낮 12시'의 의미를 묻는다. 표면적으로는 큰 바늘과 작은 바늘이 하나 되는 일치의 시간을 말한다. 즉 물체와 그림자가 하나 되는 허상 없는 시간을 의미하고 이면적으로는 니체가 말한 실존의 시간을 의미하며 차라투스트라에서 언급한 자유와 창조적 주체로 살아가는 사자의 단계이며 어린이 단계라고 덧붙이니 두 눈이 반짝인다.

쉼 없는 대화가 이어질 때 다른 학생이 도착했다. 수의학 전공답게 "생물의 생존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낙타가 더 현명한 것은 아닌가. 혹은 낙타 사자 모두 생존하기 위하여 각자에게 맞는 선택을 한 것은 아닌가." 하고 묻는다. 사막을 한 번도 벗어난 적이 없는 낙타와 초원을 인식한 이후의 낙타를 설명하니 학생들의 반응이 고조된다. 그러자 내 작품을 블로그에 올린 그 학생이 도착했다. "참 나는 플라톤의 이데아처럼 어딘가에 존재하는 것인가. 일체의 관습적 제도 인식 등을 제거한다면 남는 그 무엇을 참 나로 볼 수 있는 것인가. 자아라는 것은 외부 세계와의 관계 속에서 형성된다고 할 때, 그 관계의 대상을 다 걷어내면 본능만 남는 건 아닌가." 질문을 던진다. 참 나는 의식하는 내 행위를 내 안에서 관찰하는 전지적인 존재인데 나를 만나기란 쉽지 않다.

독서 모임을 주관하는 손대익 선임 연구원이 도착한 후에도 학생들은 여전히 질문 꼬리를 잇는다. "혹시 주체성이라는 것도 이 시대의 근대가 만들어 놓은 관습이거나 유행은 아닌가." 라는 질문에 중세의 신본주의를 벗어나 근대로 접어들면서 과학의 발달과 인간 이성은 기득권층이 형성한 보편이라는 틀을 구축했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개체가 사멸됐는데 단지 현대로 접어들면서 통찰과 인식 가운데 주체성이 강조된 것뿐이라고 답했다. 독서 모임을 통해 신장된 학생들의 인문학적 사유 수준이 놀랍다. 취업 준비로 여념 없는 시간을 보내는 가운데 밥 먹는 일처럼 지혜의 향연을 펼쳐가는 그들을 보며 대학의 인문학 활성화를 기대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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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