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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숙

수필가, 원봉초병설유치원교사

초롱한 눈빛과 아침을 맞는다. 인연이라는 보이지 않는 끈으로 묶인 아이들과의 하루가 시작된다. 아이들과 머리를 맞대고 있노라면 시간은 그야말로 쏜 살이다.

수업을 마치고 오후 시간은 연구실로 가서 쌓인 공문을 처리한다. 방광이 터지는 듯 아픔을 참으며 컴퓨터 자판을 두드린다. 퇴근시간에 맞추려면 화장실 가는 시간도 아껴야 한다. 어느새 저녁이 창가에 서있다. 서둘러 서류를 정리한다.  

15년을 훌쩍 뛰어 넘어 그들을 본다. 어스름 저녁 수동 하늘에 번지는 노을을 보며 둘러앉는다. 그 시절의 영상이 파도처럼 출렁인다. 우리는 충남의 바닷가 관사에서 함께 생활을 했었다. 나는 그곳에서 교직 생활의 첫 걸음을 떼었다. 바닷바람이 운동장을 휘 돌던 그 시절 모든 것이 낯설고 서툴렀다. 그때 그들은 내게 인자한 아버지처럼 다정한 엄마처럼 위로와 격려와 힘을 줬다.

그곳에서 3년을 근무하고 충북으로 돌아왔다. 우리의 인연도 그렇게 가물거리면 멀어졌다. 간간히 통화만 하던 우리가 오늘 저녁 시간을 함께 하기로 했다. 교장선생님은 예나 지금이나 편안해 보였다. 정년퇴직을 하시고 이제는 천안에서 붓글씨를 쓰면서 소일을 하신다고 한다. 윤수 선생님은 퇴직을 하고 서울로 돌아가서 공부방을 운영하다고 했다.

부지런 하셨던 교장선생님은 새벽에 늘 운동장을 쓸었다. 그럴 때면 윤수 선생님은 반대편 운동장을 쓸었다. 야행성인 나는 밤늦게까지 책을 잃고, 아침까지 곯아떨어지기 다반사였다. 어느 날, 교장선생님이 "김희숙 너도 아침에 운동장 좀 쓸어봐"라고 하셨다. 아버지 같은 교장선생님이 편해서 일까. 나는 대뜸 "교장 선생님 저 팔뚝 가늘어서 못해요"라고 대답을 했다. 그런 나를 그저 웃으며 지켜보아 주셨던 교장 선생님, 돌아보면 늘 감사한 마음이다.

어느 날은 학부모로부터 전화가 왔다. 좀 특별한 아이의 엄마였다. 아이는 현장학습을 가면 주변에 있는 나뭇가지로 다른 아이들에게 휘둘렀다. 수업시간에는 혼자 교실을 빙글빙글 돌면서 돌아다니면서 수업을 방해했다. 어떤 날은 정수기 버튼을 계속 손으로 눌러서 교실을 물바다로 만들어 놓기도 했다.

또 어떤 날은 창틀에 올라가서 내 간담을 서늘하게도 했던 아이였다. 안전사고가 나지 않게 하기 위해 그 아이를 타일렀다. 그것이 학부모는 서운함으로 가슴에 남았었나 보다. 아이에 대해 일화기록을 꼼꼼히 해 놨던 나는 일화 기록지를 교장선생님께 보여드렸다. 그 것을 본 교장선생님은 "내가 다 알아서 처리 할 테니 너는 소신대로 애들 가르쳐"라고 하셨다. 예나 지금이나 현장에서 학부모들의 민원은 종종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부모의 입장에서 본다면 아이들은 둘도 없는 소중한 존재들이다.

그러나 개별적인 욕구를 다 맞춘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군다나 교사는 아이들을 올바른 방향으로 인도해야 하는 책임이 있는 사람이다. 그저 방관과 동의가 능사는 아니다. 아이가 길을 잃었을 때는 바른 길로 들어설 수 있도록 쓴 소리도 해야 한다. 그러나 요즘 부모들의 무분별한 요구가 너무 많아 교사로서 회의가 느껴질 때가 많다. 그럴 때면 그 시절 든든하게 뒤를 지켜주시던 교장선생님이 머릿속에 등대처럼 떠오른다. 진정 아이를 위한다면 안 본 척 고개를 돌리기보다. 그 아이가 올바른 사회구성원으로서 더불어 살 수 있는 힘을 길러줘야 할 것이다.

인연은 소중한 것이다. 나를 스쳐간 아이들이 사회에서 든든한 기둥 역할을 하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도 한 사람 한사람에게 진심을 다해야 할 것이다. 나와 인연이 닿았던 사람들이 훗날 흐뭇한 미소로 나를 기억해 주길 소망한다.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해 나를 스쳐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아름다운 인연의 그림을 그려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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