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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8.07.11 17:35:01
  • 최종수정2018.07.25 13:29:13

김동완

한국문화창작재단 이사장

일본의 권투만화 '허리케인 죠' 를 기억하시는지요. 우리나라에서는 '허리케인 죠'로 알려졌지만, 원작은 '내일의 죠' 였죠. 고아로 자란 반항아 야부키 죠는 감옥에서 프로복서 리키이시 토오루와 운명적인 만남을 갖게 됩니다. 그를 통해 권투를 알게 되면서 처음으로 미래를 꿈꾸게 되죠. 마지막 시합을 앞둔 죠에게 그를 사랑하는 요코가 권투를 그만두기를 청합니다. 그때 죠는 말합니다.

"어정쩡하게 불완전 연소 된 인생을 살아가고 싶진 않아. 아주 짧은 순간일지언정 눈부실 정도로 붉게 달아오르는 거야. 그 후엔 새하얀 재만 남는 거지. 타다가 마는 일은 없어. 오직 재만 남는 거야."

마침내 챔피언 호세와의 경기에서 최선을 다한 죠는 마지막 라운드에서 죽음을 맞게 됩니다. 자신의 모든 에너지를 쏟아내고 한 줌의 기력도 남지 않은 몸은 사각의 링 한쪽에서 희미한 미소를 지은 채 점차 사위어갔습니다.

지난 달, 유월의 무더운 밤을 후끈 달아오르게 했던 러시아 월드컵 한국과 독일과의 일전을 기억합니다. 예선 두 경기를 마친 한국대표팀은 2패로 예선 탈락이 거의 확정적이었어요. 절체절명의 나락에 빠져버렸죠. 특히 멕시코전에서 실수한 특정 선수에 대한 축구 팬의 원망과 비난은 도를 넘기도 했지요.

'한국 축구 대표팀이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 독일을 두 골 차로 꺾을 가능성은 한국이 0:7로 패할 경우보다 작다.'

한국 독일전에 대한 해외도박사들의 승부예측이 한국의 현 상태를 말해주고 있었죠. 그만큼 독일의 승리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본 것이죠. 체념에 빠진 한국 팬들은 굴욕적이지만, 현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였어요. 독일은 FIFA랭킹 1위인 팀이고 한국은 57위였으니까요. 그리고 독일은 역대 월드컵에서 단 한 번도 예선을 통과하지 못한 적이 없는 막강한 팀이었거든요. 오죽하면 독일전차군단이라는 별명이 붙었을까요.

경기 전, 한국 팀의 분위기는 비장했죠. 그라운드에서 쓰러지겠다는 투혼이 움직임에서 느껴질 정도였어요. 후반 경기가 마무리 될 즈음, 믿겨지지 않는 기적이 연출되었죠. FIFA 랭킹 1위의 독일을 2대0으로 물리친 겁니다. 멕시코가 스웨덴을 이겨준다면 한국 팀이 16강에 오르는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난 거죠.

선수들은 쥐가 나고 경련이 나도 한 걸음 더 나아갔죠. 숨이 턱에 차오르고 더 이상 나아갈 힘이 없으면 상대편을 붙잡고 늘어졌죠. 심판의 노란 경고카드도 그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았어요. 16강 진출보다, 오늘 한 경기를 위해 온 힘을 다 쏟아 붙고 축구장에서 쓰러질 각오로 뛴 겁니다. 절치부심 한국 팀이 마침내 첫 골을 넣자, 국민들은 열광했죠. 그간의 미움과 원망이 한 순간 눈 녹듯 사라더군요. 허리케인 죠의 마지막 대사가 슬며시 겹쳐집니다. 그는 사각의 링 한쪽에서 사위어가며 오히려 정신은 맑아졌죠. 그리고 조용히 읊조렸어요.

"불태웠어. 새하얗게…."

한국 팀은 운동장에서 모든 힘을 쏟아 부었어요. 그야말로 하얀 재만 남기까지 온 몸을 불태운 거죠. 그 자리에는 새로운 에너지가 쌓였습니다. 그야말로 불교에서 말한'색즉시공(色卽是空), 공즉시색(空卽是色)'이 구현된 거죠. 승려시인 한용운 선생은 시'알 수 없어요'에서 이렇게 읊었습니다.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됩니다."

2002 월드컵의 영광을 꿈꾸던 팬들은 기대에 못 미치자, 마음속에 화(禍)가 치밀었죠. 결국 색입니다. 그러다 마지막 독일 전에서 최선을 다한 모습을 통해 행복한 꽃(花)을 피운 거죠. 화(禍)가 색(色)이었다면, 선수들의 혼신을 다한 열정으로 비워지면서 공(空)이 된 겁니다.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즉 에너지가 된 것이죠.

독일전 다음 날, 16강 진출에 실패하고도 국민들은 저마다 일상의 자리에서 기분 좋은 하루를 이어갈 윤활유를 얻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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