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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8.07.09 18:31:55
  • 최종수정2018.07.09 18:31:55

자영스님

자연음식요리가, 화림전통음식연구원장

더운 여름에 마시는 콜라, 사이다 등도 있지만 가장 오래된 청량음료이자 음식은 식혜이다. 쌀밥에 엿기름가루를 우린 물에 생강과 설탕을 넣어 끓여서 삭힌 다음에 건져 둔 밥알을 띄운 전통음료이다. 지역에 따라 '단술' 또는 '감주'로 불린다. 식혜를 만들 때 들어가는 엿기름인 '질금'은 껍질 벗기지 않은 보리에 싹을 틔워 말린 것인데 강원, 경상, 함경도의 방언으로 쓰인다.

겨울철엔 수정과, 여름에는 식혜가 청량음료를 대표했다. 원래 명절이나 잔치 때만 맛볼 있던 식혜는 생선을 발효시킨 '식해'와 발음이 비슷해 혼동하기도 한다. 그러나 맛과 형태는 전혀 다른 전통음식이다.

중국 주나라 직제의 하나로 '주례-천관총재'에 식혜를 관리하던 혜인(醯人)을 두었고 '예기'에 기록된 고대의 예주(醴酒)는 감주를 가리키는데 제사에 쓰였다. AD 82년에 편찬된 '한서'에는 "한나라 초원왕이 목생을 위해 따로 술 대신에 감주를 준비했다"는 초연사례(楚筵辭醴) 고사가 전한다. 121년에 쓰인 '설문해자' 543년의 '옥편'에도 "신맛이다"라고 풀이했다. 645년 칙명으로 당나라 현응이 편찬한 경전인 '일체경음의'에는 "예(단술)는 좋은 단맛이다. 그 물이 달아도 예주라고 말한다."고 했다. 예주는 술처럼 발효가 되지만 알코올 성분이 약하고 그 대신에 단맛이 나는 청량음료의 원조라 할 수 있다. 단술은 정월에 새해 소망으로 빚어 단오 때에 마셨던 음료였다.

송나라 주자의 '가례'에는 식혜(食醯)가 처음 기록되었다. 우리나라에는 감주 등으로'삼국유사' 에 처음 나온다. AD. 532년 대가야의 수로왕 17대손이 제사 때 제물로 술·감주·떡·쌀밥·차·과일을 사용했다. 조선 초기부터 내자시에서 만드는 최고급 술과 연말연시의 방포주와 감주가 유명하였다. 세조 때의 어의 전순의가 지은 '산가요록' 에는 네 가지의 감주 만드는 법을 적었다. 1,700년경 이시선이 편찬한 '역대사선'에는 "옛날부터 예락(醴酪)이 있었는데, 예는 하룻밤에 담근 감주이다. 낙은 유장(乳漿)이다."라고 기록하였다. 조선의 영조가 1756년에 내린 금주령으로 모든 제사에 예주만을 사용하면서 감주를 '식혜' 또는 '단술'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실학자 이익은 "내가 죽거든 제사에 단술(醴)만 쓰고 술은 쓰지 말라"고까지 했다.

식혜는 밥알을 띄워서 먹는데 뒷맛으로 깔끔한 단맛이 난다. 감주인 단술은 밥알을 걸러내서 먹는데 뒷맛이 텁텁하지만 시큼하고 달짝지근한 맛이다. '여름 식혜 맛'이라는 말은 쉽게 성향이 변하고 깊이가 없는 사람을 가리키는데, 쉽게 섞이는 감주통의 윗물을 단술로 식혜라고 하기 때문이다.

조선 중기 어의를 지낸 이시필은 '소문사설' 에 식혜라는 낱말을 처음 기록하고, "한양에서 만든 식혜보다 송도의 식혜가 더 맛있다."고 했다. 그러나 1700년대부터 등장한 음식요리서인 '음식디미방', '주방문', '요록' 등에는 술이나 생선으로 만든 발효음식인 식해를 주로 소개하고 있다. 식해는 오늘날 저장 음식의 화석으로까지 불린다.

밥을 엿기름으로 삭혀서 단맛이 나는 식혜는 엿기름가루가 맛을 좌우한다. 1800년대 말엽에 편찬된 조리서인 '시의전서' 와 1921년에 간행된 '조선요리제법' 에는 엿기름을 기르는 법과 크기에 대한 설명이 전한다. 여성실학자로 불리는 빙허각 이씨가 1809년(순종 9년)에 지은 '규합총서'에는 식혜 만드는 방법을 전하고 있다.

"식혜치레 하다가 제사 못 지낸다."는 속담이 있을 만큼 식혜는 옛 식탁의 디저트로 꼽혔다. 제아무리 진수성찬을 차렸어도 식혜를 그르치면 명절이나 잔치음식의 점수가 비교되는 것을 감수해야만 했다. 후식이 빈약했던 시절의 식혜 맛은 음식을 준비한 그 집안과 주방의 품위까지도 평가되는 전통음식의 마무리로 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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