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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준

역사칼럼니스트

지난 2일 필자는 모 지역의 제 7기 단체장 취임식을 다녀왔다. 같은 언론인 출신으로 친분도 있었지만 평소 소탈한 인품을 존경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12년간 3번이나 단체장 선거에 나왔으나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회갑이 넘은 나이를 극복하고 마지막 선거라는 각오로 나와 타 후보보다 많은 득표로 당선됐다.

그는 3전 4기 오뚝이 인생을 살면서 드라마처럼 결국 꿈을 실현했다. 그러나 당선통지를 받고도 활짝 웃지 않았다. 평소 웃음이 헤프지 않았지만 필자로서는 좀 의외였다. 왜 그는 웃지 않았을까.

취임식에서 그는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취임사를 했다. 그가 당선되고 찾아 간 곳은 관내의 산골 였다. 가난한 노인 부부가 외롭게 살고 있는 곳이었다.

그런데 그 부부는 비참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 수돗물을 먹지 못하고 비가 오면 흙탕물을 받아 놓은 후 흙이 가라앉으면 마신다고 했다. 당선인은 말문이 막혔다. 아직도 대한민국 국민 가운데는 이처럼 사는 노인들이 많은 것인가.

그 다음 찾아간 곳은 시장 입구의 노점상이었다. 남루한 옷차림의 노점상은 당선인이 오자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공무원들이 제일 무서워요...만나기만 하면 치우라고 하고..시정해 줄 수 없나요·"

불과 몇 만원 어치도 안 되는 채소를 노상에 펼쳐 놓고 팔아 근근이 살아가고 있는 할머니. 이들이 제일 두렵고 무서운 존재는 공무원 이었다. 그는 이 대목에서 울컥한 심정 탓인지 잠시 말끝을 흐렸다. '아! 이들을 위해 내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태풍영향으로 취임 식장 밖은 엄청난 폭우가 쏟아졌다. 그는 '이 폭우를 이기듯 힘찬 목소리로 어려운 문제를 풀어보겠다'고 말했다. 가난하고 대우 받지 못하는 소외된 층을 우선적으로 보살피겠다는 의지가 보였다.

그는 끝으로 공직자들에게 당부를 잊지 않았다. 주민들의 고통을 해결해 주는 존경받는 공직자상이 돼 달라고 주문한 것이다.

6.13 지방 선거에서 당선된 자지단체장들의 업무가 시작되었다. 초선이든 재선이든 3선이든 나름대로 큰 포부와 아이디어를 갖고 집무에 임할 것으로 생각 된다. 그런데 가장 우선을 두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조선 유교사회에서 관리가 지방관으로 내려 갈 때는 임금이 특별히 접견했다. 그리고 당부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임금은 이들에게 무슨 유시를 내렸을까 '공은 짐을 대신하여 한 고을을 다스리는 것으로 책임이 막중하다. 과인이 항상 걱정하는 것은 백성들의 삶이다. 그들의 고통을 살펴 해결하고 원성을 사지 않도록 하라' 그리고 추호라도 어명을 거역하지 말 것을 주문했다. 실지로 재임 중 정사를 잘 못해 임금 앞에 불려가 곤장을 맞은 관리들이 많았다.

대한민국의 현 나라형편은 어떤가. 중소기업, 자영업자의 어려움은 더해가고 있다. 알바 같은 단순 노무직 일자리도 대폭 줄었다고 한다. 여기에다 비정규직의 제로화, 근로시간 단축, 통상임금 확대 등으로 '노동존중사회' 건설을 밀어붙여 '분배악화'를 초래하고 있다. 소득이 낮은 소외 계층이 오히려 늘어 날 전망이다.

지역의 경제 활성화와 향토기업의 보호도 새 단체장들의 중요한 책무가 될 것이다. 시장 군수가 팔을 걷어붙이고 고향상품 애용 운동을 벌여야 한다. 지역 청년실업자 우선 취업시키기, 불우한 계층을 위한 사회 안정망 구축을 위해서는 더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어두운 그늘에서 살아가는 주민들의 눈물을 우선 닦아 주겠다는 3전4기 오뚝이 단체장의 출범에 박수를 보내며 그의 애민 행보를 지켜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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