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윤갑근

변호사(전 대구고검장)

커다란 경제성장을 이루거나 막대한 천연자원을 보유해 국민소득이 높은 국가에 대해 잘 사는 국가라고는 하나 고소득 국가를 곧 선진국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선진국의 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약속이 잘 지켜지고, 상호 신뢰가 형성되어 있느냐가 중요한 요소다.

우리나라는 경제성장과 국민소득에 상응하는 사회적 신뢰도가 형성되어 있을까· 외식, 항공, 호텔 업계 등에서 예약을 했지만 취소 연락 없이 예약 장소에 나타나지 않는 손님을 뜻하는 노쇼(No-Show)라고 한다. 이로 인한 피해규모가 커지면서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소위 예약부도(豫約不渡)로서 약속위반이다.

각종 업계는 노쇼로 인해 큰 손해를 입고 있으며 특히 소규모로 운영되는 식당은 노쇼로 인해 가게 문을 닫게 되기도 한다. 그러자 예약을 하고 방문하지 않는 손님에게 위약금을 받는 경우가 생기고, 공정거래위원회는 2018년 2월 28일부터 소비자가 예약시간 1시간 전에 예약을 취소하거나 취소하지 않고 식당에 오지 않으면 예약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없는 소비자분쟁해결기준 개정안을 시행했다.

법치국가의 사회질서는 일종의 약속과 약속준수에 따른 신뢰의 구축에 의해 유지되는 것이다. 일상에서 도로를 횡단하거나 운전할 때 가장 흔히 마주치는 교통신호등은 색깔에 따라 정지, 진행, 회전하도록 사전에 규범을 정해 약속을 한 것이다.

그 약속이 잘 지켜지면 교통질서가 잘 유지되고 서로 편리할 것이다. 그렇지만 약속위반, 즉 신호가 지켜지지 않을 경우에 혼잡한 거리에서 차나 사람이 서로 엉켜 진행이 되지 않고 뒤죽박죽이 되는 것은 차치하고 대형사고로 수많은 인명피해를 불러 올 수도 있다. 사람과 사람, 국민과 국가, 사회구성원간 약속이 잘 지켜지고, 약속은 지켜진다는 믿음이 생기면 두터운 신뢰가 구축되고, 이는 사회와 국가를 유지하는 큰 자산이자 기반이 될 것이다.

국가가 법안이나 정책을 제정, 입안해 시행함에 있어서 국민의 신뢰를 받느냐가 성공의 중요한 열쇠이고, 기업 등 경제주체들이 경제활동을 통해 이윤을 추구함에 있어서도 소비자의 회사에 대한 신뢰가 절대적일 수밖에 없다.

전국 시대 진(秦)나라의 명재상 상앙은 법의 제정이나 시행 전에 도성 남문 근처에 높이가 석 장(三丈·삼장)에 이르는 커다란 나무 기둥 하나를 세우고, 기둥을 북문으로 옮겨 놓는 사람에게 십 금(十金)을 주겠다고 방을 붙였으나 상금을 받을 수 있다는 보장이 없었기 때문에 아무도 선뜻 나서서 옮기려고 하지 않았다. 다음날 상앙은 상금을 올려 오십 금(五十金)을 주겠다고 했다. 그러자 장정 한 사람이 나무 기둥을 둘러매고 북문까지 옮겨 갔고, 다른 사람들은 호기심에 그 뒤를 따라갔다. 마침내 나무 기둥이 북문에 도착하자, 상앙은 약속대로 그 남자에게 오십 금을 내줬다. 백성들에게 조정이 약속한 바는 틀림없이 지켜진다는 믿을 갖게 한 후 법령을 공포했다. 위정자가 나무 옮기기로 백성들에게 믿음을 줬다는 이목지신(移木之信)의 고사이다. 그 후 상앙은 법을 어긴 태자의 태부(太傅)를 참형에 처하는 한편 태사(太師)는 칼로 이마를 째어 글자를 새기는 경형(鯨刑)에 처하는 등 강력한 법을 시행해 백성들의 살림살이는 윤택해지고, 도적이 자취를 감췄으며, 남의 물건이면 길바닥에 떨어져 있어도 줍지 않는 법치체제를 갖춤으로써 진시황의 중국통일의 기반을 마련했다.

 사람들 사이의 협력을 가능케 하는 구성원들의 공유된 제도, 규범, 네트워크, 신뢰 등 일체의 사회적 자산을 포괄하여 사회적자본(social capital)이라고 하며 사회적 신뢰가 사회적 자본의 핵심이다. 사회적 자본이 잘 확충된 나라일수록 국민 간의 신뢰가 높고 이를 보장하는 법제도가 잘 구축돼 있어 거래비용이 적고 효율성은 높다.
 사회적 자본을 측정하는 대표적인 지표는 신뢰이다. 오늘날 우리사회는 이러한 신뢰가 부족한 상태이다. 사회에 불신풍조가 만연하고, 국민이 정부나 국회를 신뢰하지 못하며, 정치 집단들은 상호 신뢰와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나라가 공동의 목표를 향해서 협력하는 사회적 자본이 매우 부족한 상태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우리는 앞으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야만 국가 경쟁력을 향상시키고 지속적인 경제 발전을 해 나갈 수 있으며, 선진국의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