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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완

한국문화창작재단 이사장

한때 최고의 대중소설 작가였던 최인호 선생이 지난 2013년 안타깝게 타계했지요. 그와는 2007년 공자의 고향인 중국 산둥성 취푸(曲阜)에 함께 여행을 다녀온 인연이 있었죠. 근거리에서 접해본 그는 아이처럼 천진난만하면서 자유분방한 사고를 지녔더군요.

그의 작품 '바보들의 행진', '고래 사냥' 등은 영화로 만들어져 한 시대의 젊은 영혼을 휘어잡았지요. 대학가를 중심으로 유신체제로 인해 경직된 사회상과 젊은이들의 방황과 우울함을 그린 '별들의 고향'은 1970년대 청년영화의 대표작이기도 했습니다.

곡부의 한 음식점에서 늦은 밤, 최인호 작가와 지역 특산주인 공부가주를 함께 나누며 담소를 나눴지요. 그때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을 물었더니 그는 '길 없는 길'이라고 즉시 답하더군요. 그 이유를 묻자 "그 작품에 삶의 모든 것을 담았지."라고 쿠바산(産) 시가를 물며 담배연기를 허공에 무심하게 뿜어내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길 없는 길'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선승 경허 스님의 일대기를 소설화한 것이죠. 제목부터 범상치 않습니다. 길 없는 길이라니요. '길이 있지만 보이지 않고, 길은 보이지 않으나 길은 있다.'라는 의미가 마음에 들어옵니다.

결국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의미겠지요. 보이지 않은 이면(裏面)을 볼 수 있는 혜안을 지니라는 일갈이었죠. 소설에서 부처의 소리가 살아있는 듯 들려옵니다. 

'악마 파피안이 말했다. 자녀가 있는 자는 자녀로 인해 기뻐하고 소를 가진 이는 소로 인해 기뻐한다. 사람들은 집착으로 기쁨을 삼는다. 그러니 집착할 데가 없는 사람은 기뻐할 대상이 없는 것이다. 부처가 대답했다. 자녀가 있는 자는 자녀로 인해 근심하고 소를 가진 이는 소로 인해 걱정한다. 사람들이 집착하는 것은 마침내 근심이 되고 만다. 집착할 것이 없는 사람은 근심할 것도 없다.' -최인호의 소설 '길 없는 길' 中에서

삶을 관통하는 죽비와 같은 문장입니다. 지금 보이는 삶이 전부가 아니니까요. 동전에 양면이 존재하는 것처럼, 울울창창 푸른 나무를 피워내는 땅 속 뿌리는 볼 수 없는 이치와 마찬가지 인거죠.

집착의 대상은 기쁨이 되기도 하지만, 다시 돌고 돌아 근심이 되는 것이 삶인 까닭입니다.

TV에서 명상프로그램이 진행될 때면 어김없이 들려오는 배경음이 있죠. 맑은 물소리와 청아한 새 소리, 그리고 대숲을 스치는 바람소리입니다.

그 소리를 들으며 가만히 눈 감으면 숲 한가운데로 들어선 듯 마음이 안정되면서 심신의 피로가 말끔히 풀리는 느낌을 받죠.

새 소리는 자연의 소리 중 가장 듣기 좋은 소리 중 하나라고 합니다. 여행의 자유가 없었던 중세시대에 새는 자유의 상징이었죠. 중세 사람들은 새를 '조물주의 신성한 음악을 인간에게 계시해 주는 영물'이라고 여기며 '새가 노래를 한다.'라고 표현했습니다.

반면 우리 조상들은 새의 지저귐을 '운다.'라고 인식했지요. 서양은 새 소리를 긍정의 의미로 보지만, 한의 정서를 가진 우리 민족은 부정의 의미로 본다는 것이죠. 하지만 분명한 것은 새 소리에도 양면성이 있다는 겁니다.

우리의 목청으로 내는 소리도 기쁠 때에는 환호(歡呼)로, 슬플 때에는 곡성(哭聲)으로 바뀌니까요.

저명한 동물행동학자 무어맨에 따르면 '새 지저귐의 주요 기능은 영역보호와 구애활동'이라고 단언하죠. 그러니 그들이 맑게 내는 소리는 "물러나" 혹은 "이리 와"라는 의미라는 겁니다.

적어도 나무 위에서 들리는 새 소리는 우리에게 노래를 들려주는 것은 아니라 "내 영역에서 물러나"라고 호통 치는 소리일 수 있는 것이죠. 하지만 나무들 사이로 음표처럼 날아다니며 몸짓만큼이나 리드미컬한 그들의 맑은 소리는 내 귀에 그저 감미로운 음악으로 들립니다.

새들이 허공에 길 없는 길을 내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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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