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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옥

구연동화 강사·전 수필가

비행기의 작은 덧창을 올렸다. 푸른 산과 들에 가르마 같은 길은 언제 봐도 정답다. 크고 작은 마을과 그 옆으로 흐르는 강은 또 얼마나 아기자기하던지. 조금 더 오르니 몽실몽실 구름 밭이 펼쳐진다. 구름과 바람, 그리고 태양이 만들어내는 하늘의 신비에 정신이 몽롱하다. 이번 여행에서는 아름다운 하늘과 바다가 밑그림이 되어주는 자연 그대로의 제주에 흠뻑 취해보고 싶다.

에코랜드 테마파크 기관차로 30만 평의 한라산 원시림 탐방에 들어갔다. 제주의 허파와 같다는 곶자왈은, 화산이 폭발하면서 자갈과 바위들이 널려 있는 지대에 형성된 숲으로 산소함량이 많고 보온·보습 효과가 뛰어나 북방계와 남방계의 다양한 식물이 공존한다는 설명이다. 검은 현무암 사이사이에서 자라는 각종 나무와 낯선 풀들, 무엇보다 현무암을 꽉 끌어안고 있는 나무뿌리와 덩굴들의 기이한 모양은 자연 그대로의 제주 모습이라 여겨진다. 나무 그림자 드리운 호수는 얼마나 예쁘던지 풍덩 뛰어들고 싶다. 나는 아예 열차에서 내렸다. 크게 심호흡을 하니 막혔던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다. 숲으로 들어갈수록 빨려드는 듯한 이 강렬한 느낌은 무엇일까. 숲이 나를 빨아들이는 것일까. 내가 숲을 빠는 것일까. 원시의 냄새, 원시의 빛깔, 원시의 순간에 맞닥뜨린 느낌이다. 어떤 간섭도 끼어들지 못하는 가공할 순간이 지나자 길을 찾았다. 숲길인가 하면 바윗길이고 바윗길인가 하면 억새 길이다. 이곳엔 4.3항쟁 당시에 석축과 참호, 등이 길 곳곳에 그대로 남아 제주의 아픈 역사를 말해준다.

명소 중의 명소 주상절리는 자연의 신비를 유감없이 보여준다. 육각형의 검은 돌기둥들이 정교하게 쫙 들어선 모습, 검은색 현무암 돌기둥이 철썩이는 파도에 부딪히며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모습은 가히 예술이다. 여기 현무암 옹벽에 제주 고씨인 내 마음 한 자락 걸어둔다.

용눈이오름 앞에 서자 숨이 멎을 것 같다. 어쩌면 선이 저토록 부드럽고 구김살이 없을까. 오름에서 풀을 뜯는 소들 등의 곡선도 오름처럼 완만하다. 풀이며 흙도 여인의 속살처럼 포근하고 매혹적이다. 그 부드러운 속살로 선을 이루니 매끄럽고 고혹적으로 보일 밖에…. 오름은 화산의 산록부에 형성된 작은 화산이라고 해서 기생화산이라 부른다기에 당연히 울퉁불퉁 굴곡이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이럴 수가! 이 풍경 속에서 누가 전쟁을 이야기하고 폭력을 말할 수 있겠는가. 이 모습 어디에 음모가 있고 반목이 있을 수 있는가. 나는 바람이 누인 풀 위에 앉아 제주의 흙을 한 움큼 받쳐 들었다. 제주에 가면 꼭 만져보고 오리라 별렀던 흙이다. 이 검고 촉촉한 흙이 TV에서 보았던 그 흙이란 말인가. 판문점에서(2018. 4. 27.), 백두산 흙과 한라산 흙이 만나고 한강 물과 대동강물이 그 위에 뿌려지며 하나가 되는 장면을 보면서 느꼈던 감동이 내 속에서 회오리치며 되살아난다. 이제는 그리운 백두산 흙을 만질 차례다. 아직은 성급하지만, 이제 시작에 불과하지만, 아름다운 우리 강산, 잃었던 산하를 다시 찾은 느낌이다. 이렇게 할 수도 있는 일인데 어찌 그리 오랜 세월 동안 반목하고 질시했단 말인가. 고향이 그리워 가슴앓이하시던 내 부모님은 이북5도민 묘지, 동화경모공원에 누우셨으니 이 허탈함을 어이할꼬.

여기 한라산 아랫동네에서 비행기에 앉은 채 금강산, 백두산까지 날아가고 싶다. 꿈에 그리던 금강산 일만 이천 봉이, 백두산 천지가 클로즈업되어온다. 말로만 듣던 내 고향 산천이 가슴을 열면 제일 먼저 달려가 안기리라. 우리 땅을 원 없이 밟으며 아름다운 우리 강산에 만취해 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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