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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8.06.19 11:10:44
  • 최종수정2018.06.19 17:55:28
[충북일보] 폐족(廢族)이라는 말이 있다. 조상이 큰 죄를 짓고 죽어 자손이 벼슬을 할 수 없게 된 것을 말한다.

폐족과 관련해 역사적으로 가장 상징적 사례는 '방랑시인 김삿갓'이다.

지난 2009년 '친노 폐족'이라는 말이 유행했다. 지난해 세인들의 입줄에 올랐던 '친박 폐족' 논란도 어찌 보면 역사적 장면 중 하나다.

방랑시인 '김삿갓'

할아버지 김익순이 홍경래의 난 때 투항한 죄로 멸족을 당한 김병연, 그가 김삿갓이다. 김삿갓 집안은 후일 멸족에서 폐족으로 사면됐다. 하지만, 아버지는 홧병으로 죽었다.

폐족인 사실을 몰랐던 김삿갓은 과거에 응시했다. 그는 '논정가산충절사탄김익순죄통우천(論鄭嘉山忠節死嘆金益淳罪通于天)'이라는 시제로 장원에 급제했다.

그런데 그 시제는 할아버지 김익순을 조롱하는 내용이었다.

어머니에게 자신의 집안 내력을 들은 김삿갓은 조상을 욕되게 한 죄인이라며 전국을 떠돌았다. 이때부터 그는 푸른 하늘을 볼 수 없는 죄인이라며 삿갓을 쓰고 죽장을 짚은 채 방랑생활을 했다.

'방랑시인 김삿갓'은 조상의 잘못으로 멸족과 폐족이 성행했던 조선시대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일화다.

그토록 참담했던 폐족이라는 단어가 현대 정치사에서 언급된 것은 지난 2007년 12월.

당시 '좌(左) 희정·우(佑) 광재'로 불릴 정도로 노무현의 최측근이었던 안희정이 "친노는 폐족(廢族)이다. 엎드려 용서를 구해야 한다"고 말하면서다.

'친노 폐족'은 2009년 노 전 대통령이 검찰 수사를 받으며 절정에 달했다. 보수는 물론 진보까지 '노무현을 버리자'고 주장했다.

그해 5월 노무현은 죽음을 선택했다. 전국적으로 추모 열기가 일어났고 노무현에 재평가 여론이 급등했다. 폐족이던 친노는 가까스로 정치적 공멸에서 벗어났다.

그리고 마침내 '친노 폐족'은 부활했다. 지난 2010년 지방선거에서 주류로 돌아왔다.

2012년 총·대선 이후 '패권주의' 논란에 시달렸지만, 2016년 박근혜 탄핵파동을 거치면서 친노는 완벽한 부활을 이뤄냈다.

권력은 늘 정점과 저점을 오고 간다. 친노는 이제 노무현의 비서실장이었던 문재인 대통령을 중심으로 권력의 정점에 섰다.

그렇다면 박근혜 탄핵 파동 당시 나왔던 '친박 폐족'의 상황은 어떠한가.

그런데 '친노'와 '친박'은 주군을 대하는 태도부터 달랐다. '친노 폐족'은 단 한 번도 노무현을 버린 적이 없었다. 오히려 노무현의 죽음을 안타깝게 생각하며 명예회복을 도모했다.

반면, 최순실 국정농단을 제대로 견제하지 못한 당시 몇몇 여당 의원들은 자기들만 살겠다고 탈당했다. 그리고 헌정 사상 첫 대통령 탄핵 과정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당시 권성동 의원은 대통령 탄핵 원고인 국회 법사위원장이었다. 김성태 의원은 국회 운영위원장으로 청와대를 쑥대밭으로 만드는데 앞장섰다.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의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게 아니다. 홍준표가 잘했다고 두둔하는 것도 아니다. 정치적 동반자에 대한 상반된 스탠스를 지적하는 것이다.

홍준표·4선 이상 공동책임

'친박 폐족'은 모든 책임을 박근혜에게 집중시켰다. 자신들은 책임지지 않았다. 이런 엄중한 상황에서도 홍준표는 단 한 번도 당을 버리지 않았다.

당권을 쥔 홍준표는 고전했다. 친박과 다른 정치를 위해 탈당파들과 손을 잡았다.

홍준표는 차기 대권에 강한 욕심을 냈다. 경쟁자들을 제거하는데 몰두했다. 깜도 안 되는 사람이 어설픈 '친홍 시스템' 구축에 사활을 걸었다.

6·13 선거에서 4선 이상 몇몇 중진들은 한국당의 참패를 기다렸다. 그래야 홍준표가 제거될 수 있다고 천박한 정치 공학적 셈법을 들이댄 셈이다.

그들은 보수를 지탱했던 두 전직 대통령을 모두 감옥에 집어넣은 죄인들이다.

어찌 보수가 몰락한 책임을 홍준표에게만 뒤집어씌운단 말인가. 홍준표와 4선 이상 중진들은 모두 '방랑시인 김삿갓'을 자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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