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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재

수필가·사회교육강사

내가 어린 시절 자란 고향은 산골짜기에 십여 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살았던 산간벽촌 마을이었다. 지금은 중부내륙고속도로 괴산IC가 생겨서 교통이 많이 편리해 졌다. 당시만 해도 단오는 4대명절로 창포물에 머리감기, 그네뛰기, 씨름, 수리취(戌衣翠)떡먹기 등 즐거운 명절로 보냈던 것 같다. 단오의 '단(端)' 자는 첫 번째를 뜻하고, '오(午)' 자는 다섯이란 뜻과 통하므로 음력으로 오월 초닷새를 뜻한다. 단옷날을 또 수릿날이라고도 하는데 수리란 '신(神)'이라는 뜻과 '높다'는 뜻으로 이것을 합치면 '높은 신이 오시는 날'이란 뜻이 된다. 그밖에 단오를 가리키는 다른 이름으로는 중오절(重午節, 重五節), 천중절(天中節), 단양(端陽), 오월절, 여아절(女兒節)이라 했다고 한다. 단오 날은 이웃에게 부채를 선물하며 여름을 시원하게 나도록 빌어주었다고 전한다. 내가 어린 시절 집근처에 산골도랑이 있었는데 삼촌께서 나와 동생을 데리고 밤에 가재를 잡으러 가자고 하셨다. 기름 솜방망이를 만들어 주셔서 내가 들고서 어둠을 밝혔고 동생은 가재를 담을 싸리가지로 만든 작은 바구니를 들고 따라나섰다. 어둠을 헤치고 도랑에 다다르자 가슴이 설레었다. 삼촌에게 가재를 낮에 잡지 않고 왜, 밤에 잡느냐고 여쭈었더니 낮에는 돌이나 풀숲 속에 숨어 있다가 밤이 되면 밖으로 나온다고 하셨다. 가재는 1급수에만 사는 물고기이기 때문에 당시의 도랑물은 그냥 식수로 사용했을 정도로 깨끗하였다. 바지를 걷고 도랑물에 들어서자 여기저기서 가재가 기어 다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동생이 가장 신이 나서 첨벙거리며 가재를 잡아 종다래끼에 넣었다. 삼촌은 경험이 많으셔서 여유 있게 가재를 잡아 담았다. 나는 횃불을 들고 있느라 가재를 못 잡으니 삼촌께서 솜방망이를 달라고 하시며 너도 잡아보라고 하셨다. 가재가 너무 많아서 양손으로 잡아넣느라 정신이 없었다. 사람들은 낮에 활동하고 밤에는 잠을 자는데 물고기들은 우리와 정반대로 생활하는 것 같았다. 물고기는 밤이 되면 모두 밖으로 나와 활동을 하였다. 더욱이 불이 밝으면 모여드는 것 같았다. 나하고 동생은 너무 재미있어서 소리를 지르며 가재잡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런데 잡은 가재들은 종다래끼 속에 가만히 있지 않고 밖으로 자꾸 기어 나와서 물속으로 도망가는 놈도 있었다. 그런데 어떤 가재는 물가에 있는 풀잎에 매달려 흔들거리고 있는 놈도 있었다. 삼촌께서 단오가 되어 가재도 그네를 타러 나왔다고 하셨다. 가제도 단옷날 그네를 타는 신기한 모습을 봤던 것이 아련한 추억으로 남아있다. 풀잎에 매달려 사람이 그네를 타듯이 시원한 밤바람을 가르며 더위를 식힌다고 생각하니 영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아주 깊은 산골짜기에 가야만 가재를 볼 수 있으니 그 동안 수질오염으로 생태계가 너무 많이 오염 되어서 안타깝다. 요즘 자라는 아이들은 내가 어린 시절 경험했던 밤 가재 잡이나 반딧불 이를 따라가며 밤하늘의 별을 세는 여름철의 아름다운 추억은 맛 볼 수 없게 되었으니 말이다. 자연과 멀어진 생활을 하는 아이들 보다 가난하게 살았어도 우리세대의 어린 시절이 더 행복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농경사회에서 농사일이 힘들 때 음식과 놀이문화를 통해 심신의 휴식을 취하며 씨름과 그네뛰기를 하며 마을 사람들이 모두 한 가족처럼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누며 사람의 정을 느끼며 살았던 시절이 그리워지는 단오가 어제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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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