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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8.06.17 16:23:48
  • 최종수정2018.06.17 16:23:48

송원자

전 보은문학회장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집안 베란다에 봄이면 작은 화분들을 들여 예쁜 꽃들을 보게 하였고, 오이와 고구마도 심어 넝쿨이 무성해져 푸름으로 가득 넘치게 하였다. 그렇게 시작한 식물과 화초 가꾸기는 10여 년 전에, 식물원에 드나들면서 수생식물부터 아기자기한 작은 화분들을 들여놓고 사계절 내내 꽃을 볼 수 있게 하였다. 차츰 화분의 숫자는 늘어났고, 넝쿨이 있어 유리창 전면을 채우며, 일 년 언제나 꽃이 대롱대롱 매달려 겨울날 하얀 눈이 폴폴 날릴 때도, 빨갛고 노랗고 검은색이 어우러진 초롱꽃을 볼 수 있었다. 그 당시, 큰 애는 군대에 있었고 작은 애는 대학에 입학하여, 부부만이 살게 되어 내 시간이 많아 식물원에 자주 갔고, 거기서 만나는 식물과 화초가 내 생활의 작은 기쁨이었다.

그런 생활도 1년, 큰 애가 제대를 하고 하숙하던 작은 애와 합쳐 자취를 하면서 아이들 먹거리와 뒷바라지를 위해 서울을 오고갔고, 나 역시 일주일에 4시간의 수업을 맡다 보니 자연 화초들을 돌보고 바라보는 시간과 관심이 줄어 하나 둘 씩 화분이 바뀌기 시작하였다. 잘 돌봐 줘야 하는 꽃을 피우는 화분들은 줄고 그 자리를 식물로 채우게 되어, 이미 늘어났던 화분의 숫자는 줄지 않았다.

세월이 흘러, 지금 현재 큰 애는 가정적 독립을 이루었고, 작은 애는 경제적 독립을 하면서 서울을 자주 가지 않지만, 나의 관심은 여러 가지로 분산되고, 여행으로 자주 집을 비우다보니 베란다를 다 차지한 식물과 화초는 그리 건강해 보이지 않는 것 같다. 그래서 그 많은 화분을 몇 번이나 정리를 시도했지만 우리와 함께 했던 시간에 대한 애틋함으로 멈추게 된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20년이 넘는 어느 날, 남편이 길쭉하고 작은 빨간색 화분에 담겨져 온 아스파라가스는, 자라는 만큼 화분도 몇 번에 걸쳐 옮겨졌다. 그걸 볼 때면 남편이 처음 가져오던 날, 검은색 원 식탁에 올려놓았고 남편의 풋풋했던 모습과 아이들이 깔깔거리며 뛰어 놀았던 모습이 떠오른다.

또 아이들 교육을 위해 6년간 살았던 청주생활을 뒤로 하고 다시 보은으로 이사를 했던 그 해 4월, 활짝 피었던 천사의 나팔은 지금도 1년에 몇 번 씩 피고 진다. 그 꽃은 청주에서 1층에 살던 할머니에게 가지를 하나 분양 받아 뿌리를 내리고 보은으로 가져와 베란다에 놓았다. 그러던 어느 날 커다란 잎 사이로 아주 작은 꽃망울이 매달려 있는 걸 보게 되었다. 그 날 이후 하루일과 중 하나가 그 꽃망울을 들여다보며 숫자를 세곤 했는데 정말 더디게 자라 지루함 마저 가져다주었다. 그렇게 20여개가 넘는 꽃망울은 자라 주렁주렁 달리게 되었고 드디어 두 송이가 먼저 꽃을 피워 내게 환희감과 함께 상큼하고 감미로운 향기를 뿜어냈다. 꽃은 15cm 정도의 꽃줄기에 앙증맞은 여자아이의 치마처럼 율동 있는 모양을 하고 옅은 노란색으로 피어 더욱 짙어져 갔고 긴 기다림만큼 큰 기쁨을 주었다. 그 꽃은 보은으로 돌아와 집들이를 하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줬고 지금까지도 친구는 천사의 나팔 중에 우리 집에서 보았던 꽃이 가장 아름다웠다고 한다. 또 내게 보은생활이 무료로 다가왔을 때 나를 위로해줬던 꽃이다.

그 해 7월, 남편이 승진하면서 들여온 화분 중에, 작은 식물들로 꾸며진 축소된 화원의 느낌을 주었던 것이 있었는데, 그 식물이 자라면서 커져 나누어 심게 되었고 10년이 넘다보니 꽤 크게 자랐다. 우리 가족의 기쁨을 공유했기에 소중한 것 같다.

그리고 띠 동갑인 언니가 5년 전에 미국으로 떠나면서 주고 간 2개의 식물은 내 키 높이보다 더 자라 자리를 많이 차지하고 있다. 그 걸 보면 언니네 집에서 오랫동안 자라면서 가족의 애환을 알고 있을 것 같고, 쉽게 만날 수 없는 언니에 대해 애잔함과 혈육의 그리움이 쏟아진다.

하나하나 열거할 수 있을 정도로 베란다를 다 차지한 화분들은 이야기와 함께 내게 기쁨과 그리움과 기다림을 가져다주었기에, 그 많은 추억이 사라질 것 같아 과감하게 정리가 되지 않는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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