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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숙

수필가,원봉초병설유치원교사

한 부모는 열 자식을 보살펴도 열 자식은 한 부모를 못 모신다고 했던가. 소설을 영화로 만든 스릴러를 봤다. 긴장감 때문일까. 보는 내내 머리가 지끈거리고 스트레스가 몰려왔다. 때로는 영화의 줄거리를 짜 맞추느라 돌아가지 않는 머리에 생각이라는 기름을 쳤다. 때로는 울컥하는 마음에 메어오는 목을 다독이며 한시도 눈을 뗄 수 없었다.

음주 운전을 하다가 갑자기 뛰어든 소녀를 치고 이를 유기한 서원의 아버지. 느닷없는 사고로 예기치 않은 죽음을 당한 딸의 복수를 위해 혈안이 된 서령의 아버지. 그들의 묘한 심리전과 목숨을 건 육탄전. 둘 다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서령의 아버지는 복수를 위해 자신의 딸의 목숨을 앗아간 사내의 아들인 서원을 납치한다. 서원을 나무에 묶고 댐에 담가 죽이려 한다. 아들을 살리기 위해 수문을 열어버리는 서원의 아버지. 그로 인해 댐의 하류가 물에 잠겨 많은 사람들이 희생된다. 한명의 자식을 살리기 위해 십 여 명의 목숨을 수장 시키는 아버지를 보며 묘한 딜레마에 빠졌다. 윤리적 잣대로 본다면 잘못된 선택인 것이 명백하다. 그러나 가슴으로는 충분히 그를 이해할 수 있었다. 서원의 아버지의 행동에 질타보다는 연민이 몰려왔다. 그는 불행했던 어린 시절을 딛고 궁핍에서 헤어 나오려 노력하면서 정직하게 살아왔다. 그러나 여전히 허덕이는 현실과 어린 시절 겪었던 환영에 시달리며 힘든 일상을 살아내고 있었다. 그의 갈등과 아픔이 가슴 속에 애잔하게 스몄다. 나라면 어땠을까? 하류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 내 아이를 물에 잠기게 두었을까. 아니면 그처럼 하류 사람들을 그냥 쓸어버렸을까. 답을 찾기가 어려웠다.

영화관을 나오면서 나와 나의 부모님 그리고 내 아이들을 생각해 본다. 모든 부모가 그렇듯 나도 일 순위가 아이들이다. 아이들의 일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문제를 해결 해 주려고 골몰하곤 한다. 그것이 좋은 교육방법이 아니라는 것은 머리로는 알고 있다. 그러나 가슴으로 용인되지 않는다. 그런데 부끄럽게도 부모님의 일은 강 건너 불구경 하듯 지나친 적이 많았다. 걱정은 하면서도 온몸을 적셔서 불을 끌 생각은 하지 않았었다. 그런 나를 스스로 합리화를 시키며 살아왔다. 어떤 날은 직장을 다녀서 시간이 여유롭지 않다는 이유 같지 않는 이유로 눈 감으며 나를 다독였다. 어떤 날은 경제적으로 풍요롭지 않다는 핑계로 불편한 마음을 감수한 적도 있었다. 

얼마 전 아이가 독립을 선언을 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첫걸음을 딛는 나이지만 한 번도 내 품에서 놓은 적이 없기에 가슴이 사르르 했다. 자취방을 구해주고, 필요한 물건들을 사주고 쌀을 사주고 반찬을 냉장고에 채워 놓고 돌아왔다. 그러고도 마음이 놓이지 않아 거의 매일 전화로 안부를 묻곤 한다. 그러나 엄마는 진작부터 혼자 살고 계신다. 아버지가 암으로 고생하시다가 일찍 다른 세상으로 편입하셨기에 엄마는 근 30년을 홀로 지내신다. 엄마에게 여자는 없었다. 오직 어머니로서의 삶만 존재했을 뿐. 7남매를 억척스럽게 기르시면서 자신은 돌보지도 못한 채 그저 어머니로서의 인생을 사셨다. 그러나 그건 당연한 거라고 여겨왔었다. 아니 당연한 거라고 믿고 싶었는지 모른다. 가끔 안부전화를 하는 것으로 내 의무를 다했다고 생각하고 머리에서 엄마를 지우곤 했었다. 수시로 모였다 흩어지는 구름처럼 엄마걱정은 내 머릿속에 모였다 어느 틈에 흩어지곤 했다.

하늘을 올려다본다. 태양이 나를 둘러싼 세상을 비추고 있다. 밝은 빛을 보며 이건 당연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문득 해본다. 골고루 제 살점을 떼어주는 태양 덕분에 우리가 존재하며 이 세상 모든 만물이 살 수 있다는 것을 문득 깨닫는다. 그러나 나는 또 이 사실을 간과하며 살 것이다. 엄마의 고마움을 당연하게 여기고 엄마를 잊고 살아왔던 것처럼. 가끔 멈춰 서서 태양과 만물과 나의 존재 의미를 생각해 보리라. 그리고 나와 나의 부모님을 생각하리라. 이 세상 '당연히' 라는 단어로 합리화 될 수 있는 일은 없다. 당연하다고 합리화 시키고자 하는 이기적인 마음이 존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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