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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8.04.30 13:23:05
  • 최종수정2018.04.30 17:37:35

자영스님

자연음식요리가, 화림전통음식연구원장

우리는 단군의 자손이다. 단군은 기원전 2300년경에 천신인 환웅과 웅녀(熊女) 사이에서 태어났다. 웅녀는 단군신화 속에서 트랜스포머와 같이 변신한 인물이다.

'삼국유사' 등에 나타난 단군신화처럼 곰이 사람으로 변신하기 위한 태초의 음식이 쑥과 마늘이었다. 신비한 약초로서나 신화로서 신성한 힘을 마늘을 통해 기대하고 믿었던 것과 같이 쑥을 선택한 이유로는 곰이 남자가 아닌 여자인 웅녀로 변신하기 위해서다. 여성을 위한 식품으로 알려진 쑥은 동물의 야성을 버리고 인간의 모습을 갖기 위한 주술적인 정화의식으로 필요하고, 또 여자로 재탄생하려는 여성적인 매개체로 쑥이 등장한 것이다.

여성에게 원기를 더해 주는 쑥에 관한 속담으로 "애쑥 국에 산촌처자 속살 찐다."고 했다. 갓 돋아난 쑥으로 국을 끓여먹은 아가씨가 새봄에 한층 성숙해진다는 것처럼 우리 조상들은 쑥이 몸속에 있는 차가운 기운과 나쁜 기운을 몰아내고 여성의 출산능력을 높이는 비상한 약으로까지 여겼다.

우리에게도 친숙한 쑥은 '시의 경전'인 '시경'에 아(莪), 나호(蘿蒿)로 처음 기록되었다. 전설의 명의 화타가 지은 '화타방'에는 사람들이 쑥을 구별하도록 하고 그 효능을 널리 알리기 위해서 "삼월의 인진(茵蔯)은 병을 치료하지만, 사월의 쑥(蓬蒿)은 단지 불쏘시개감이다."라는 시가 전한다. 후한의 오보가 화타의 학술사상을 집록한 '화씨약방'에는 쑥의 탁월한 효능이 있어 '의사의 풀'이라 하였다. 송나라 홍매의 '용제수필'에는 천년 묵은 쑥을 '구설초'라 불렀다. 도홍경의 '명의별록'에는 "쑥잎을 찧어 모든 병을 구한다."고 했다. '세종실록지리지'에는 약쑥이 황해도에서 나는 약재로 기록되었다.

쑥은 일 년 중 가장 양기가 왕성한 날로 하늘에 제사 지내던 단오 풍속과도 연관이 깊다. 중국 진나라의 여불위가 집대성한 '여씨춘추'에 처음 나오는 단옷날에는 "쑥과 창포로 목욕을 해서 나쁜 기운을 쫓는다."고 했다. '송사'에는 "고려에서는 상사일에 쑥떡을 만들어 쟁반가운데 놓고 먹는데 음식의 으뜸으로 여긴다."고 했으며 '열양세시기'에는 "단옷날에 쑥떡도 해먹는데 둥근모양이 마치 수레바퀴와 같아 수리라는 이름이 붙게 되었다." 홍석모의 '동국세시기'에는 "단오에는 어린 쑥잎을 따서 곱게 빻아 멥쌀가루에 넣어 푸른빛을 내며 두드려 떡을 만드는데, 수레바퀴 모양으로 만들어 먹었기 때문에 '수릿날'이라고 한다."

고려 때부터 먹던 쑥떡은 삼짇날과 겹치는 상사일(뱀의 날)에 해먹으면 뱀을 내쫓는다는 주술적인 의미까지 담겨 있다. 옛날에는 집안에 뱀이 들어오는 것을 막으려고 쑥을 말려서 마당 곳곳에 널어놓기도 했다. 또 단옷날이면 창포나 쑥으로 작은 인형이나 조롱박 모양을 만들어 몸에 차고 다님으로써 액운을 물리치는 풍속을 행했다고 한다.

단오음식으로 즐겨먹던 쑥떡과 쑥국, 쑥차 등 식용하는 쑥은 단오 이전에 딴 어린 순의 쑥이고, 그 후로부터 채취하는 쑥은 약용으로 사용했다. 예로부터 5월 단오에 채취하여 말린 쑥이 약재로 가장 효능이 크다고 한다. 복통, 토사, 지혈제로 쓰고 냉으로 인한 생리불순이나 자궁출혈 등에 효과적이다. 그래서 쑥은 비구니 스님들의 약풀로 필수의약품이었다. 눈꺼풀이 무거워지는 봄날에 쑥을 넣은 된장국을 끓여먹으면 몸에 활력이 생긴다. 절집에서의 쑥국은 주로 맑은 장국으로 끓이는데 된장을 풀어 토장국으로 먹거나 애쑥을 콩가루에 묻혀 끓여 먹는 구수한 쑥국이 일반적이다. 하루쯤 물에 담갔다가 요리하면 쑥의 고유한 향취를 맛볼 수 있다. 우리도 쑥국 한 그릇으로 웅녀와 같은 변신을 꿈꿀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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