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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8.04.30 17:51:32
  • 최종수정2018.06.04 14:43:16

신부의 면사포란 별칭을 갖고 있는 '브라이달베일'

남미의'이구아스'폭포와 아프리카의'빅토리아' 폭포에 이어 세계 3대 폭포로 꼽는'나이아가라'폭포를 만나러 나섰다. 폭포는 미국북동부 뉴욕 주와 캐나다온타리오 주 접경지역에 있다. 미국과 캐나다에는 폭포를 관광자원으로 삼아 발달한 도시가 있다. 재밌는 건 미국뉴욕 주에 속한 이름도'나이아가라 폴스'캐나다온타리오 주에 속한 이름도'나이아가라 폴스'로 두 도시의 이름조차 같다는 것이다.

'이리 호수'와 '온타리온 호수'로 흘러들어가는 나이아가라 강에 의해 형성되는 폭포는 두 개의 큰 폭포와 한 개의 작은 폭포로 되어있다. 미국 쪽에 두 개의 폭포가 있는데, 대형폭포이름은 '아메리칸 폭포'이고 소형폭포는 '브라이달베일'이다. 규모가 작은'브라이달베일'폭포는 그 모양이 아름다워'신부의 면사포'란 별칭을 갖고 있고, 캐나다 쪽에 있는 대형폭포 이름은 '호오스슈(Horseshoe Falls)인데 말 그대로 생긴 모습이 말발굽을 닮아 말발굽폭포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다.

풍경은 캐나다 쪽에서 전망하는 것이 훨씬 좋다고 하여 미국 쪽에서 두 개의 폭포를 전망한 뒤, 최상의 풍경을 전망하고자 국경을 넘었다. 미국에서 캐나다로 넘어가는 건 여권만 있으면 통과한다. 간단한 절차를 마치고 국경을 통과하자니, 한민족이면서도 오가지도 못하고 총부리를 겨누고 있는 우리네 38선이 생각났다.

스카이론타워에서 멀리 조망한 사진

불빛 따라, 춤추는 나이아가라

드디어 나이아가라다. 길고 하얀 미끄럼판 같은 곳으로 물줄기들이 흘러내리는 것이 가시거리 안으로 들어온다. 거리가 있는지라 아직 폭포를 실감하기엔 이르지만, 쏟아지는 물줄기 풍경이 멀리서 봐도 범상치 않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나니 어두컴컴했다. 시간적으로 보아 어차피 오늘은 밤의 폭포를 즐겨야만 할 것 같다. 내일 아침에 본격적으로 나이아가라와 만나기로하고 폭포의 밤풍경을 보러 나섰다.

세계적인 규모의 폭포 나이아가라를 밤에 만나게 되다니…. 상상되어지지 않는 나이아가라 밤풍경에 대한 기대로 가슴이 뛰었다. 우린 강을 따라 들어선'퀸 빅토리아공원'을 통과하여 점점 폭포 쪽으로 걸어서 다가갔다.'스카일론 타워'폭포전망대에 일제히 불이 켜진다. 찬란한 오색불빛을 보며 걷자니 기쁨이 충만했다.

그런데, 기쁨을 넘어 점점 놀라게 된다. 굉음에 놀라고 흑백 춤사위에 놀란다. 천둥치는 소리인가, 하늘의 별무더기가 한꺼번에 쏟아져 내리기라도 하는 겐가. 폭포가 가까울수록 지축을 뒤흔드는 쩌렁쩌렁한 괴성이 고막을 울린다. 어둠 속에 갇혀서 하얀 이빨을 드러내고 몸부림치는 악마의 울음소리 같다고나 할까. 거대한 짐승의 혓바닥 같은 희뿌연 물줄기가 암흑 속에서 미끄러지며 직수로 내리꽂는다.

전망대 불빛은 멀기만 하고…. 세상엔 흑과 백만 존재 하는 듯, 굉음과 어둠, 하얀 물줄기뿐이다. 폭포가까이 깊이 들어와서 그런지 사람들이 있음에도 알 수 없는 힘에 눌려 위축이 된다. 그칠 줄 모르는 지구의 통곡소리인 양, 칠흑 속에서 울리는 광음은 나를 움츠러들게 했다. 거대한 괴성 속으로 작은 내 몸이 빨려 들어갈 것 같다. 어마어마한 물줄기가 튕겨내는 파편으로 온몸엔 오소소 소름이 돋으며 한기까지 느껴졌다. 그렇게 나이아가라와의 첫 만남은 두려움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그때였다. 서프라이즈로 터지는 교향곡과 함께 어디선가 불빛줄기가 어둠을 뚫고 내달려온다. 시계방향으로 빙글 도는 가 했더니 폭포를 향하여 쏘아댄다. 휘황찬란한 무지갯빛 레이저광선이 음악에 맞춰 하얀 물벽에 부딪힌다. 불빛과 물의 대향연이다. 이때를 위하여 그렇게나 어두움의 연속이었나 보다. 자연과 인공의 조화! 둔중하기 그지없던 밤의 폭포가 오색찬란한 불빛 옷을 덧입고 훠이훠이 춤을 춘다.

이렇게 위대하고 거대한 아름다움을 실현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여행자들은 밤의 나이아가라를 잊지 못한다. 물과 불빛의 향연은 놀라움이었다. 나는 오래 기억 되어질 밤의 폭포, 그 이색적인 풍경에 취하여 있었다. 숙소로 들어왔지만 방금 전까지 연속됐던 흥분을 쉬 가라앉힐 수 없었다. 구만리까지 날아오르는 커다란 날개달린 짐승이 광음을 내며 오색 도포자락을 너펄거리는 환상이보여 잠을 뒤척였다.

불 켜진 스카일론폭포전망대

물의 신(神) 나이아가라

이튿날 아침 다시 폭포를 만나러 갔다. 햇살에 반사되어 눈이 부시다. 은빛 폭포의 함성은 여전한데, 간밤에 요란하게도 펼치던 광휘의 예술은 꿈이었나보다. 백색얼굴로 바뀌어 전혀 다른 얼굴을 하고 있다. 오색불빛 옷을 입고 현란했던 폭포는 온데간데없고 눈처럼 하얀 본 모습뿐이다. 나이아가라폭포를 가까이에서 온몸으로 느끼고 싶었다. 우린 유람선을 타고 폭포에게로 가까이 더 가까이까지 다가갔다.

폭포 바로 아래까지 다가갔다. 고개를 들어 끝이 보이지 않는 물벽을 올려다보았다. 저 높은 곳, 광활한 물마루를 거쳐 한꺼번에 쏟는 물 양이 1초당 백만 통의 욕조에 담기는 양이라고 한다. 이 느낌을 뭐라 표현할까. 휘날리는 하얀 치맛자락을 걷어 온 세상을 덮어나 볼까보다. 나는 지금 올라가는 겐가, 물살과 함께 소용돌이치며 떠내려가는 겐가. 탕탕히 떨어져 흐르는 월풀로 인해 현기증이 날 지경이다.

광란의 춤사위, 하얗게 열린 악마의 목구멍 같다고나 할까. 동공이 좁혀졌다 넓혀졌다 하며 눈과 귀를 정지시켜버린다. 거칠고 빠른 물살의 미친 춤 놀이에 넋까지 하얘지는 느낌이다. 여행하면서 산, 바다 등 자연이 주는 감동이 다양하지만 폭포처럼 정신이 아찔한 입체적 감동도 없으리라. 온몸을 적시는 물살 파편을 맞으며 쉼 없이 쏟아져 내리는 폭포의 위력과 웅장함을 전신으로 그렇게 느껴보았다.

/ 임미옥 수필가

임미옥 작가 프로필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2010년 푸른솔문학등단
제20회 동양일보 신인문학상
청주시 1인1책 프로그램강사
저서 '음악처럼', '수필과 그림으로 보는 충북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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