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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8.04.26 13:20:56
  • 최종수정2018.04.26 16:07:31

이재준

역사칼럼니스트

'일득록(日得錄)'은 조선의 개혁 군주 정조(正祖)의 언행을 기록한 책이다. 이 안에 쓰여 있는 그의 인재관을 읽어보자.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집을 짓는 것과 비슷하다. 집을 짓는 사람은 먼저 터를 정하고 다음으로 재목을 살피고 그다음에 짓는다. 법을 세우는 것은 터이고, 인재를 선택하는 것은 재목이고 정령(政令)은 짓는 것이다."

정조 임금은 인재를 가리켜 집을 짓는데 쓰여 지는 재목(材木)과 같다고 했다. 그런데 정조가 재위 중 가장 신임한 재목은 누구였을까. 진흙 속에서 진주를 찾듯 고심한 정조는 한 인재를 발견하고는 너무 기뻤다.

정조가 점찍은 인재는 바로 다산(茶山) 정약용이었다. 정조는 다산보다 열 살 연상이었다. 다산은 소과에 합격하자마자 문명이 파다했다. 정조는 다산이 지은 과거 문안을 보고 큰 인물이라는 것을 직감하고 눈여겨 본 것이다.

그러나 대과에 급제 하지 못하면 임금이라도 기용할 수 없었다. 다산은 당시로는 늦은 나이인 28세에 대과에 합격했다. 정조는 비로소 그를 규장각의 초계문신(抄啓文臣)으로 기용한다. 정조는 다산과 마주해 학문을 토론하고 의기를 투합했다.

그러나 조정에 출사한 천재 다산이 개탄한 것은 정파와 권력에 좌우되는 인사정책의 모순이었다.

당시 조선의 주요 벼슬은 당파, 특정 가문이 독점하고 있었다. 아무리 뜻이 좋고 실력을 갖췄어도 같은 당이나 권력의 가문 출신이 아니면 기용되지 않았다.

다산은 조선을 개혁하려 했다. 실학을 수용해 가난한 조선의 경제 사정을 극복하고 오랜 당파싸움과 성리 일변도에만 침잠했던 관리의식을 고치려 했다.

정조의 밀명을 받고 암행어사로 지방 실정을 돌아본 다산은 당시 관료사회의 비행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목민심서 서문에서 그는 이렇게 개탄했다.

"요즘의 수령이란 자들은 이익을 추구하는 데만 급급하고 어떻게 목민해야 할 것인가는 모르고 있다. 이 때문에 백성들은 곤궁하고 병들어 줄지어 쓰러져 구렁을 메우는데, 목민관들은 고운 옷과 맛있는 음식으로 자기만 살찌고 있으니 어찌 슬픈 일이 아니겠는가"

정조가 승하하자 다산을 싫어한 조선의 관료사회는 그를 18년간이나 땅 끝 마을 강진에 유배시켰다. 사약을 보내 목숨을 끊지 않은 것을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다산은 강진에서 학문에만 빠져 500여 권에 달하는 책을 저술한다. 반듯한 조선을 만들고 과학과 실학을 수용해 근대화하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조선은 그를 철저히 타부시하고 선견을 수용하지 않았다. 세계사의 흐름을 읽지 못하고 구태의 이데올로기를 탈피하지 못하다가 그만 신흥 일본의 침략을 막지 못하는 열등국가로 전락했다. 그 역사의 과오를 지금 우리 대한민국은 얼마나 뼈아프게 느끼고 있는가.

6·13 자자체장 선거를 앞두고 충북도내에서도 후보들이 난립하고 있다. 선거판은 인신공격, 상대 흠집 내기 등 혼탁양상에 빠져든 인상이다. 공천만 받으면 당선이 확실하다는 판단인지 집권 정당 소속 예비후보들의 고소 고발 사태가 러시를 이루고 있다. 이런 이전투구 양상에 박수를 칠 국민은 없다.

어느 후보가 과연 지방자치단체장으로 적격이며 지역사회 미래의 운명을 짊어질 대표가 될까.

훌륭한 유권의식은 올바른 인재를 알아보는 것이다. 정조와 같은 인재관이 한 표를 행사하는 유권자들에게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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