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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이

국문인협회 증평지부 회원

아직 명부에 없는 자가 죽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천재지변이나 전쟁이 났을 경우를 제외하고는.

동방의 안주머니에 있는 노인 혼의 빈껍데기는 아마도 오래전부터 조금씩 누군가 몰래 훔쳐갔을 것이다. 노인이나 그 가족은 혼이 도둑맞는 것도 모르고 건망증으로 시작해서 침해가 왔다고 믿었을 것이고 때가 돼서 죽었다고 생각할 것이다.

동방이 침울한 얼굴로 나에게 물었다.

"사자님. 이 자의 생명은 얼마나 더 남았었어요?"

"이자는 앞으로도 10년은 더 살아서 100세 시대라고 떠드는 인간들의 모범사례가 될 자였지."

동방은 고개를 끄떡였다.

"그래도 이 자는 살만큼 살다가 혼을 도둑을 맞았지만 문제는 아직 새파랗게 어린애들것까지 탐내고 있는 자들이 있다는 게 문제지."

동방은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무슨 말인가 할 것처럼 입술을 실룩이다 말고 꾹 다물었다.

"왜? 할 말이 있는 것 같은데?"

동방은 한 숨을 길게 쉬며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싼 채 무릎에 이마를 묻었다.

"아니 왜 안하던 짓을 하는가? 자네답지 않게."

동방은 한참을 그러고 있다가 고개를 들고 나를 보며 물었다.

"사자님. 이런 상황들이 시작된 지 한참 지났잖아요?"

"그렇지."

"그런데 왜 아무도 이 상황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지 않는 거죠?"

"그거야. 뭐. 직접적인 피해자가…."

동방은 벌떡 일어나서 나를 쏘아보았다. 동방이 나에게 이런 태도를 보인 적이 한 번도 없었기에 나는 몹시 당황했다.

"사자님이 그런 말씀을 하시니 다른 사자님들은 오죽 하겠어요."

"흐, 흐흠."

나는 얼굴이 화끈 달아올라 헛기침만 연신 해댔다.

"사자님. 우리 이제부터 이 일을 더 보고만 있지 말고 뭔가 막을 방법을 찾아봐요, 네?"

나는 동방의 눈을 똑바로 볼 수가 없어 땅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아무 힘도 없는 내가 뭘 하겠나. 대왕님도 아실 텐데도 가만히 계시는 걸 보면 뭔가 깊은 뜻이 있지 않을까싶네만."

동방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다시 쏘아보았다.

"만약에 대왕님께 지금 무슨 사정이 있어서 못하실 경우도 있잖아요?"

"내 말이 그 말이네. 우리같이 말단 사자들이 대왕님의 속사정을 알려고 하는 것도 무뢰한 짓이고, 설사 안다고 해도 감히 어찌 관여를 할 수 있단 말인가?"

"휴."

동방은 또다시 한숨을 쉬었다.

"그렇다고 이대로 시간만 보내면 인간들 세상이 엉망이 되고 말걸요."

"그건 나도 아네. 아니까 나도 가슴이 답답하이."

동방은 안 주머니에 넣은 노인의 혼 껍데기를 꺼내 들여다보며 중얼거렸다.

"이보시오. 내가 그대의 한을 풀어드리리다. 뭐, 좀 힘들기는 하겠지만. 어차피 그대의 혼은 살아생전 그대의 마음 씀씀이와 행실에 따라 평가받을 거요. 조금씩 나눠진 혼이라도 말이오."

나는 어린 동방 앞에서 차마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그래서 고개도 들지 못한 채 동방에게 물었다.

"동방. 자네에게 무슨 좋은 방도가 있는 겐가?"

동방은 눈을 반짝이며 내게 물었다.

"좋은 방도가 있으면 저랑 함께 해 주실 거죠?"

"자네가 하는데 내가 구경만 할 수야 없는 거 아닌가? 단, 우리 저승세계의 기본 질서를 깨서는 안 되네."

내 말을 듣고 동방의 낯빛이 금세 환해졌다.

"헤, 좋아요. 일단 먼저 찔러보고 나서 그 다음 일을 걱정하죠. 뭐."

"그런데 걱정이 되는구먼. 자넨 2차 퇴출대상자로 찍혔는데 그 엄청남 일을 할 수 있겠나?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고."

동방이 내 얼굴 가까이에 자기 얼굴을 들이밀며 협박을 했다.

"바로 그거에요. 제가 소멸되기 전에 이 일을 해내면 전 살 수 있다고요. 그러니까 사자님이 저를 구해주셔야 해요."

"아, 그게 그렇게 되는구먼. 그렇다면 못 한다고 할 수가 없지."

"아! 난 이제 살아날 수 있겠다."

동방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어찌해야하나 하는 걱정과 책임이 돌덩이가 되어 내 어깨에 앉았다. 어깨가 무거워 그만 주저앉고 싶었다. ⇒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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