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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원자

전 보은문학회장

요즘 봄꽃들의 축제와 함께 우리의 먹거리인 봄나물도 한창이다. 우리 집 식탁에도 봄과 더불어 냉이와 쑥으로 만든 된장찌개와 국 그리고 무침과 부침이 있었고, 요즘은 머위와 취나물, 당풍나물과 두릅, 엄나무, 가시오가피, 다래 등의 어린순으로 만든 음식이 밥상을 풍성하게 만든다. 이런 재료들은 삶아서 어떤 나물은 된장으로, 고추장으로 집 간장으로 간을 내고 몇 가지는 부침을 해서 조금은 다양한 밥상을 만든다. 이러한 우리 집 밥상의 반찬은 자급자족으로 냉이와 쑥 등은 뜯었고, 그 외의 것들은 작은 밭이 딸린 900평정도 되는 산에 20년 가깝게 가꾸어 놓은 나무에서 채취한 것들이다.

어린 시절, 아직 땅이 얼어붙은 밭에서 호미를 들고 냉이를 캐고 둑길 주변에 달래를 캐던 기억은 있지만, 살면서 들나물을 채취하는 것에 관심이 없어 내 주변에 흔히 볼 수 있는 냉이나 미나리, 쑥 등을 보아도 뜯지 않았고 시장에서 한두 번 사먹으며 계절을 보냈다.

그러던 4년 전, 이른 봄날 친구가 냉이를 깨끗이 씻어 냉동실에 보관하면 1년간 먹을 수 있다고 하며 냉이를 캐러 가자고 했다. 별 기대감 없이 나물 뜯기 고수인 친구와 냉이가 많다는 밭으로 가보니 이미 여러 사람들이 냉이를 캐고 있었다. 냉이는 붉은 빛으로 잎은 크지 않았지만 뿌리는 굵고 길었고 냉이를 심은 것처럼 많아 놀랐다. 냉이 뜯기는, 오로지 냉이를 찾아 밭을 다니니 무념무상이 되고 냉이가 사랑스럽고 예쁘게 보였으며 재미를 가져다주었다. 냉이는 뜯는 시간보다 다듬고 씻는 시간이 훨씬 더 걸려 많은 시간과 노동이 필요하지만, 그런 노력의 대가를 경제성에 적용할 수 없는 것이, 잘 손질하여 씻어 놓은 냉이를 바라보면 정말 흐뭇하고 그 무엇으로 비교할 수 없는 마음의 넉넉함과 기쁨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추운 겨울을 헤치고 자란 냉이는 보약과 같아 떨어져 살고 있는 아이들과 멀리 미국에 조카들과 살고 있는 언니에게 택배와 EMS로 보내 지역은 다르지만 같은 냉이로 된장국과 무침을 공유할 수 있어 평온함도 가져다준다.

작년에는 성지순례를 가면서 동반자가 간식으로 가져온 쑥갠떡을 맛보고, 쑥을 뜯어 삶은 뒤, 잘 불린 쌀과 함께 방앗간에 맡겨 반죽을 해온 것을 한 번에 먹을 수 있을 만큼 냉동 보관하였다. 그리고 때때로, 해동하여 손바닥 정도의 크기로 동글납작하게 만들어 찜 솥에 쪄서 참기름에 발라 먹었고 그것 역시 미국언니와 지인들과 나눠 먹었다. 쑥은 크기에 따라 국과 된장찌개 쑥떡으로 버무리, 절편 설기 인절미 등을 해먹는데 올해는 이른 봄부터 쑥을 뜯어 국과 찌개 부침을 아이들과 함께 해 먹었고, 곧 쑥갠떡용 쑥을 뜯을 계획이다.

이렇게 내가 들나물을 뜯게 된 것은 주변사람들의 영향으로 나의 관심과 가치가 달라진 것인데 우린 늘 사람들끼리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그래서 나의 사소한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 생각하게 되며 지금까지 살면서 주변의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았음을 느끼게 되고 그것에 대한 감사와 나 역시 좀 더 베푸는 삶을 다짐해 보게 된다. 그리고 나이를 들어감에 있어 많은 부분을 좀 더 단조롭게 축소해 나가야 하는 것도 있지만 영역을 넓혀 가는 것들도 있다. 내게는 자연 먹거리에 관심이 많아지고 그것들을 잘 보관하고 먹는 방법들을 익혀 내 아이들에게 전수해 주고 싶다. 그러다 보니 때때로 내 생활이 비생산적이고 지루할 때가 있지만 이렇게 자연과 함께 하는 시골생활에 순간순간 행복감을 느낀다.

풍성한 들나물로 음식을 만들면서 나물마다 독특한 향과 맛과 모양이 다르며, 그것들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다르듯이 우리 사람이 자연과 다를 수 없다는 것을 다시금 느껴본다. 그리고 두릅과 같은 어린 순을 채취하면서 수확시기가 모두 다르고 같은 나무에서도 가지마다 채취 적기가 다르듯이 사람들도 누구에게나 성공할 수 있는 때와 꽃을 피울 수 있는 시기가 다르고 꼭 온다는 것을 믿는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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