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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완

한국문화창작재단 이사장

"선생님, 제 사주는 좋은지, 나쁜지 봐 주세요."

평생 명리학(命理學)을 연구하고, 강의하면서 가장 많이 듣게 되는 말입니다. 이는 곧 많은 이들이 좋은 사주와 나쁜 사주가 별개로 존재한다고 믿는다는 것이죠. 그렇다면, 인생은 참 불공평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사주의 좋고 나쁨을 묻는 질문을 받으면, 슬쩍 창밖의 풍경을 가리킵니다.

"봄은 좋은 것인가요, 나쁜 것인가요?"

그렇게 반문하면, 사주를 의뢰한 사람은 살짝 당황합니다.

"봄은 봄이지, 좋고 나쁜 것이 어디 있어요? 아, 어쩌면 취향은 있겠군요. 전 추운 겨울보다는 봄이 더 좋아요."

의뢰인은 이렇게 스스로 답을 구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사주에는 자연이 변화하듯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성향이 존재합니다. 그러니까 그 사람의 타고난 성향은 있지만, 그 성향의 좋고 나쁨은 없다는 말입니다.

중국의 유명한 명의(名醫) 화타는 10년 동안 자신의 문하에서 의술을 배운 제자에게 뒷산에서 약에 쓸 수 없는 재료를 찾아오라고 말했죠. 제자는 종일 산에서 헤맸지만 약에 쓸 수 없는 재료는 도무지 찾을 수가 없었어요. 제자는 어둑어둑한 저녁 무렵 빈손으로 스승 화타 앞에 나타났습니다.

"제가 스승님께 배운 바로는 쓸모없는 재료는 없었습니다. 모든 식물이 사람의 몸에 약초든, 독초든 그에 맞는 효용이 있던데요?"

제자를 가만히 응시하던 화타는 말했죠.

"이제 너의 공부는 끝났다. 이것이 바로 사람의 생명을 다룰 수 있는 마음가짐이다. 이 세상에 어떤 재료든 쓸모없는 것이 없듯, 사람도 쓸모없는 사람은 없는 것이다. 그 말을 명심하고 모든 이에게 의술을 펼쳐라."

사람의 사주 역시 이와 마찬가지죠. 사주(四柱)에서 뽑아낸 8자의 글자 위에 펼쳐지는 오행의 운용에 따라 각자의 삶이 저마다 개성 있는 삶의 꽃을 피워내는 것입니다.

벚꽃이 피어도, 벚꽃이 떨어져도 봄날은 여전히 눈부십니다. 하지만 아무리 화사한 봄 풍경도 어둠이 내리면 모두 지워집니다. 캄캄한 어둠은 모든 풍경을 감춰버리니까요. 하지만 봄이 아직 달아난 것은 아닙니다. 본질은 늘 존재하지만 변하는 것은 사람의 눈이며, 인식의 차이인 거죠.

봄이 오면서 개막한 프로야구가 주말 경기장을 뜨겁게 달굽니다. 야구경기를 보다보면, 우리 삶이 오롯이 녹아 있어요. 사람에게 좋고 나쁜 사주는 없지만, 오행의 역할에 따라 각자의 삶에 찾아오는 행복과 불행의 폭은 다릅니다. 사주에 오행을 골고루 갖추고 있는 사람은 다분히 안정적이죠. 커다란 모험을 하지 않는 성향이기에 실패도 그만큼 적은 겁니다. 야구에서 방망이를 짧게 잡고 공을 맞추는 단타 위주의 타자가 그런 유형이 아닐까요. 이런 타자가 대개는 타율이 높고 삼진을 당할 확률도 떨어지니까요. 반면 사주에서 오행이 한쪽으로 쏠린 경우, 그 방면으로 크게 성공할 확률이 높죠. 다만, 실패할 확률도 그만큼 크다는 것입니다. 이런 경우, 야구에서는 홈런타자의 유형이죠. 타율은 낮지만, 한 번에 홈런을 날려 단번에 역전승을 이루기도 하거든요. 그러나 산(山)이 높으면 골이 깊듯, 홈런타자일수록 삼진 아웃되는 경우가 많은 법입니다.

삶이란 그런 면에서 공평합니다. 좋은 부분이 있으면 반드시 나쁜 부분도 존재하는 법이니까요. 봄꽃이 아무리 고와도 한시도 떨어지지 않고 사철 눈 부릅뜨듯 피어 있으면 과연 아름다울까요? 그리하여 이형기 시인은 봄날에 지는 꽃을 노래했습니다. 시 '낙화'에서 그는 이런 혜안을 보여주고 있지요.

"분분한 낙화 /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 지금은 가야할 때"

결별이 또한 축복이 될 수 있음이 삶의 이치인 것입니다. 꽃 진 자리에 열매 맺으니까요. 이처럼 변화하는 자연 속에서 굴곡진 삶을 조율하는 힘을 얻습니다. 그러므로 타고난'좋은 사주'에 연연할 필요가 없음을 배우게 되는, 아름다운 봄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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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