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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준

역사칼럼니스트

소설 춘향전의 이도령은 암행어사가 되어 남원에 잠입한다. 그가 제일 먼저 살핀 것은 무엇이었을까. 절개를 지키려다 관장 능욕 죄를 뒤집어 쓴 연인을 구출하기보다는 민생(民生)을 우선 다뤄야 했다.

사또 생일잔치 마당에 들어간 어사는 시를 지어 연회석상에 던지고 나갔다. 그 시는 탐관과 민생을 살피지 않는 지방관장에 대한 분노로 가득 차 있다.

-금동이의 아름다운 술은 일만 백성의 피요, 옥소반의 아름다운 안주는 일만 백성의 기름이라. 촛불 눈물 떨어질 때 백성 눈물 떨어지고, 노랫소리 높은 곳에 원망 소리 높았더라(金樽美酒千人血, 玉盤佳肴萬姓膏, 燭淚落時民淚落, 歌聲高處怨聲高)-

이도령은 암행어사 출도를 외치면서 제일먼저 부(府) 관아 창고를 봉쇄했다(封庫). 그리고 민생을 도외시한 사또를 무릎 꿇려 죄상을 문책했다.

암행어사는 임금이 비밀리 파견하여 지방에 내려가 관장의 비행을 조사하는 제도다. 탐관오리의 색출과 선행자를 발굴하고 포창하는 일도 했다. 그러나 가난한 백성들의 굶주림을 해결해 주는 일이 가장 먼저였다.

다산(茶山) 정약용도 한 때는 정조의 밀명을 받고 경기도 암행어사로 나가 지방관아를 살폈다. 그가 암행하는 동안 지역실정을 눈으로 직접 본 다산은 너무 실망했다. 관찰사나 지방수령들의 행태를 보면서 개탄했다.

다산은 강진에서 18년간 귀양살이를 했다. 그리운 고향을 다녀 올수 없었고, 신혼 초에 헤어진 아내를 만날 수 없었다. 가난한 아내가 얼마나 불쌍하고 그리웠던 지 다산은 편지를 보내 신혼 초에 입었던 노랑저고리 분홍치마를 보내달라고 했다. 아내는 눈물로 장롱 속에 고이 넣어 두었던 옷을 강진으로 보낸다.

그 옷을 받아 본 다산은 그만 흐느껴 울었다. 아내가 시집오며 입은 옷에서는 아직도 아내의 체취가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다산은 그 치마폭을 잘라 책으로 만들고 그 위에 사랑하는 자식들에게 편지를 썼다.

다산은 아내 걱정부터 한다. '내가 집에 없어 너희들을 교육시키지 못해 어머니의 고마움을 모르는 것 같아 글을 적는다'고 전제한 글속에는 고생하는 어머니를 잘 보살피라는 당부였다. 사대부가였어도 다산이 귀양을 가자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모양이다.

며칠 전 증평에서 세 살 박이 어린 딸을 데리고 살았던 여성의 시신이 발견되어 충격을 주었다. 모녀의 시신이 2개월이 넘어서야 발견되었다니 사회의 비정함이 더욱 절실히 느껴진다.

죽은 여성은 남편과 사별하고 혼자 아이를 키우며 살았다고 한다. 전기료와 공과금도 내지 못할 정도로 생활이 어려웠다는 것이다. 시신에서 약물이 검출된 것으로 보아 남편을 따라 자살로 생을 마감한 것 같다. 모녀의 비극을 지하에 있는 남편이 알았다면 얼마나 가슴이 아팠을까.

요즈음 너도나도 시장 군수 도지사가 되겠다고 나선 예비 후보자들이 연일 민생을 외치고 있는 것이 아이러니하다. 말로만의 위민이나 민생을 떠들지 말자. 실천하는 정부, 그늘을 찾아다니며 어려움을 해결해 주는 지방 정부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

얼마 전 남양주시는 다산 정약용 해배(解配) 200주년을 맞아 국제 심포지엄을 가졌다. 다산의 '애민정신'이 이제 세계학자들로부터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이다. '관장의 임무가운데 제일 우선할 것이 민생(民生)이다'라고 강조한 다산의 호소를 새겨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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