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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8.04.12 15:38:00
  • 최종수정2018.04.12 15:38:00

김희식

시인, 충북문화재단 문화사업팀장

사월이 되면 가슴 한편에 늘 묵직하게 매달려 아프게 가슴을 치는 일들이 많습니다. 거리엔 봄날의 차가운 슬픔이 옷깃 여미며 흐릅니다. 미처 뒤 돌아볼 수 없는 팍팍한 날들 속에 더는 주체할 수 없는 고통과 분노의 덧없는 날들이 지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에게 사월은 명령을 내립니다. 기억하라고. 더 이상 또 다른 잘못을 저지르지 말라고. 이 사월에 동백꽃이며 유채꽃, 개나리, 진달래, 벚꽃, 산수유, 복사꽃까지 한꺼번에 피었다 집니다. 결코 아름답지만은 않은 것은 내 마음 탓일까요.

요즘은 주변 사람들이 허망이 떠나는 모습들을 자주 봅니다. 며칠 전 오랜 지인의 죽음 앞에서 참 서럽게 울었습니다. 나보다 연배이기도 했던 그는 나와 80년대에 분단시대라는 동인지 활동을 같이 했던 참 고운 시인이었습니다. 그는 늘 아팠지만 한결같이 아이들을 사랑하고 시대에 부끄럽지 않으려 살았습니다. 그리고 봄 햇살처럼 우리 곁에 있었습니다. 그런 그에게 우리는 참교육이라는 시대적 정당성을 무기 삼아 해직 교사로 거리에 내 몰았습니다. 또한 문학의 열정에 시만 생각하던 그에게 문화운동이라는 엄혹한 현장으로 보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비겁하게 그를 위한답시고 뒤에서 박수만 쳤습니다.

그런 어느 날 그는 홀연히 자취를 감추더니 이십여 년이 지나서야 풍등을 타고 우리에게로 왔습니다. 그는 진짜로 아팠고 그 아픔이 누가 될까 두려워 세상과 절연한 채 그렇게 혼자 감내해 냈던 것입니다. 아무도 그를 기억하지 않았고 그의 곁에 있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기억하고 있습니다. 사년 전 세월호가 침몰하던 그 아침, 어머니들에게는 자식을 지켜줄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없었습니다. 사월, 흐드러지게 핀 꽃조차 미웠습니다. 우리들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내던 날 오만하고 거짓덩어리이고 무기력했던 우리들의 삶은 발가벗겨진 채 더 이상 아무런 몸짓을 할 수 없었습니다. 우리는 아이들의 죽음을 그저 바라본 채 먹먹한 가슴으로 아파하기만 했습니다.

그날 이후 죽음보다 더한 고통의 시간을 견뎌내야 했던 부끄러운 어른들은 지금 그저 기억이라는 단어에 매달려 꽃잎 닮은 아이들의 눈만 바라보고 있습니다. 세월호가 인양되었지만 아픈 진실은 아직 제대로 규명되지도 못했는데 지금 우리들은 벌써 그날의 기억을 잊고 있는 것은 아닌지요.

동백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사월의 슬픔을 머금은 꽃 이파리가 내 어깨로 파르르 떨리며 내려와 앉습니다. 벌써 칠십년이란 세월이 지났습니다. 토벌대를 피해 도망가던 맨발의 사람들이 골짝마다 나동그라져 있습니다. 이 아픈 산하에 살아 피 뚝뚝 떨어뜨리며 지는 꽃 이파리가 지천입니다. 사월이 되었건만 한기가 온 몸을 스며듭니다. 비마저 올 것 같습니다. 허허한 사월에 생채기를 쓸어내리듯 온몸 저리게 바람이 붑니다. 기억조차 바스러진 그 날의 기억이 무겁게 우리를 내리누르고 있습니다. 바다에서 숨비소리가 들립니다.

기억은 아픔을 억지로 누른다고 사라지지 않습니다. 우리가 또 다른 잘못을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기억해야만 합니다. 기억은 결코 잊힐 수 없는 아픔을 겪어내어 오롯이 진실을 밝혀내는 그런 것입니다. 우리가 기억을 한다는 것은 가슴을 쥐어짜는 아픔과 세월의 많은 생각들이 켜켜이 쌓여 불편하더라도 공감하고 동행하여야 할 길을 가는 것입니다. 그 곳에는 간절함도 아픔도 비로소 곰삭아 있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그 기억을 통해 함께 살아가는 의미를 찾고 진실을 찾아가는 행동을 수반하게 됩니다. 불편하고 아픈 기억일수록 반드시 기억되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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