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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정

충북도종합사회복지센터장

하루 24시간 중 가장 혼자일 수 있는 시간, 퇴근길. 생각도 많아지고 그와 반대로 생각도 잘 정리되는 시간이다.
 
퇴근길과 같은 인생의 시기가 바로 '노인'인 것 같다. 하루를 보람차고 최선을 다해 일했다면 그 퇴근길도 행복해지기 마련이지만, 그와 반대라면 뭔가 찜찜하고 무가치 해 보이는 기분이 되니 말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늙어 간다. 젊었을 때는 자기 밖에 모르고 또 자기만의 세계에 안주하여 나눌 줄도 모르고 너그러이 받아들일 줄도 모른 채 이기적인 삶을 바쁘게 살아간다. 그러나 연륜이 쌓이고 인생의 여러 가지 경험을 겪으며 세월을 지낸 어른은 젊은이들이 볼 줄 모르는 것을 볼 수 있는 지혜와 여유를 가지게 된다. 그래서 늙는다는 것은 축복이다.
 
청춘이라고 불리던 시기에는 어떤 일을 하면서 '나'라는 존재를 세상에 드러내고 실현할 것인가, 어디서 생활의 터전을 꾸릴 것인가, 누구와 함께 이 험한 인생의 길을 걸어갈 것인가 하던 수많은 고민과 두려움이 컸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가면서 생활의 터전이 되 버린 곳에서 '나'라는 존재가 무슨 의미이고 잘 살고 있는지에 대한 두려움으로 바뀌어 간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가면서 생활의 터전이 되 버린 곳에서 '나'라는 존재가 무슨 의미이고 잘 살고 있는지에 대한 확신이 없어 고민이 많은 두려움으로 바뀌어 간다.

그런 이유에서일까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16년 충북지역 청소년(5∼24세)의 사망의 가장 큰 원인이 자살(인구 10만 명 당 7·9명)이다.

궁핍함은 맑고 순수한 정신을 낳고 불행은 위대한 인물이 되기에 적합한 조건이라는데 청소년들의 가슴 아픈 결과로 미루어 짐작하건대 그 이상 이었나보다.

지금처럼 문명과 자본의 속도가 지성의 자기 독립성을 완강하게 앞질러가는 시대, 모두가 마음 한 구석에 허무주의와 실용주의의 그늘을 짙게 드리우고 살아가는 시대, 모든 생각과 표현의 결과가 자본이 지령하는 교환가치로 호환되는 풍요롭고도 빈곤한 시대에 청년들이 꾸는 '꿈'은 어떤 형식이어야 할까·

성장의 시기에 누구에게도 풀어내지 못한 가슴 응어리가 그들을 외롭게 보내게 했을 것이다. 사실, 청소년 세대는 결단코 문화적 체험의 부피를 늘려야 한다.

효율적이지 않아 보이는 자기 모험을 감행해본다든가 도전 하는 일에 빈곤해서는 안 된다. 물론 정해진 행로를 따라 평균적 자격증에 만족하고 더러는 남에게 비쳐지는 외적 모습에만 집착하고 있는 것도 우리의 숨길 수 없는 현실이지만, 그저 평균적으로 살아가는 데 만족하지 않고 자신의 삶을 치열하고 아름답게 살아가려는 이들의 표정이나 몸짓이야말로 청춘이 꾸는 '꿈'의 가장 아름다운 형식일 것이다.

자신이 살아가면서 어떠한 행동을 하고 결정을 하는 데 있어 명확한 기준과도 같은 신념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신념을 지키기 위해 일관되게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 의지도 있을 것이다. 편안하게 잘 죽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품위 있고 고상하게 늙어 가는 일이라고 한다. 세상 모든 이치가 그렇듯, '존경받는 노후'를 위해서는 나름대로의 투자와 훈련이 필요하다. 말하기보다는 듣기를 많이 하는 어른, 말 대신 박수를 많이 쳐 주는 어른이 되려고 애쓰는 정도는 자신의 의지로 가능하지 않을까싶다.

그런 어른 세대를 둔 청소년들의 공간과 시간을 만들어 줘야 한다.

너무 조급하게 먹고사는 문제로 목을 조이거나, 타인과 비교하거나, 세상을 물질적인 잣대로만 보도록 하지는 말아야 한다.

공부방 만드는 정책은 앞 다퉈 말하지만, 놀이터를 만들어 놀게 하자는 정책은 찾기 쉽지 않다. 그들의 공간과 시간을 충분히 갖도록 어른들은 박수쳐서 응원하고 귀 담아 들으려는 의지라도 가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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