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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수필가

행복의 새는 발이 없다. 행복한 삶의 추구는 곧 발 없는 새에게 발을 달아주는 과정이었을까. 찾을 것도 없이 주변을 날아다닐 때 달아주면 되는데 엉뚱한 곳을 헤매는 우리. 방정식이라면 무조건 어렵게 여기듯 행복의 방정식도 까다롭게만 생각한다.

이따금 그 새가 어디론지 날아갈 때도 있다. 마음의 텃밭에 있던 행복의 꽃이 시들었을 때다. 어느 날 다시 또 꽃이 피고 새가 우짖을 테지만 언제 또 날아갈지 모른다. 아름다운 목청을 갖고 있어도 발을 달아 주지 않으면 노래조차 부를 수 없는 새. 다 좋은데 발이 없어 툭하면 사라지는데, 우리 역시 마루 끝에 있는 행복의 새장은 외면하고 도닐기만 한다.

마음의 텃밭에 핀 꽃도 어찌나 민감한지 우리 찡그리기만 해도 떨어진다. 불평하지 않고 살 때는 예쁘게 피고 향기도 곱지만 비관을 일삼으면 금방 시드는 돌연변이. 씨앗을 뿌려 가꾸는 거라면 차라리 괜찮거늘 멀쩡히 피어 있다가도 불쑥 진다. 사막을 가다 보면 오아시스가 나오듯 돌연 나타날 때가 있고 그 순간 느끼는 감동이었으나 무슨 물건처럼 생각하고는 잡지 못했다고 발 동동 구르며 아쉬워한다.

행복 지수를 계산할 때의 공통분모는 누구를 막론하고 똑같이 설정해야 무리가 없다. 공통분자는 자연히 재물과 명예가 되고 많이 갖춘 사람일수록 우월하겠지만 100을 곱하면서 100%가 나오는데 스스로 행복하지 않다면 0을 대입할 수밖에 없고 최종 0%으로 낙착된다. 그에 비해 돈이든 명예든 가진 게 많지 않아 수치는 낮을 때도 행복하다 여기며 살 때는 100을 곱하게 되면서 월등 높아진다. 행복과 불행은 시소처럼 한쪽으로만 기울어지는 것을 증명이나 하듯 그렇게.

추를 달 수 없다는 데서 하찮은 것도 행복으로 연결하는 안목을 배웠다. 나 또한 사는 게 풍족하지 않고 골막했으나 돈이나 세력을 믿고 젠 체하는 떠세 같은 건 안중에도 없다. 마음의 텃밭에는 도담도담 수많은 꽃이 피고 행복의 새는 끝없이 날아든다. 가진 게 없다 보니 오히려 더 많은 것을 소유할 수도 있는 그 실체.

꽃이라면 예쁜 줄만 알기 쉬운데 봉오리를 새길 때까지의 고통을 모르면 행복도 무의미하다. 시들지 않는 조화라면 영원한 행복으로 바꿀 수 있고 생화는 금방 져 버리지만 그런 대로 가꿔도 무방하다. 조화도 생화가 되고 멀쩡한 생화도 조화로 격하되지만 행복하다 여기면 늘 아름답게 보이는 행복의 원격 조종은 우리들 소관이었기에.

세상일은 뜻 같지 않으나 행복만큼은 연날리기처럼 조종할 탓이다. 불행의 얼레로 되감을 수 있고 나쁜 일도 좋게 바뀌는 행복의 연날리기. 나보다 잘 사는 사람은 많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도 많다. 가끔 '나 요즈음 너무 행복한 것 아냐·'라고 자신을 돌아보는 것은 어떤 경우에도 만족할 수 있는 여유가 곧 행복이라는 뜻. 많으면 풍족해서 좋고 적으면 조촐해서 괜찮다고 조율하는 것이다. 연을 날릴 때는 바람이 작용하고 그래서 더 잘 날리게 되듯 행복의 연 날리기 또한 바람이라고 할 불행 때문에 오히려 수월할 수 있는 것처럼.

다이아몬드를 채취할 때는 훨씬 큰 돌이어야 하고 울퉁불퉁한 것처럼 행복의 제련 때문에도 시련은 당연하다. 삶의 연 끝에 달린 것을 얼레에 감은 채 확인하는 과정도 버릴 수 없는 소망이다. 참으로 별난 행복이고 발도 없이 날기만 하는 새를 잡아두는 것은 쉽지 않으나 발만 달아주면 문제될 게 없다는 것을 숙지하고 싶다.

연날리기의 고수라면 얼레를 감는 게 우선이듯 행복 또한 불행의 얼레를 얼마나 잘 컨트롤하느냐에 달렸다. 내가 찡그릴 때는 거울 속 얼굴도 일그러진다. 스스로 행복할 때만 행복의 거울이다. 자기 얼굴대로 비친다면 행복의 거울 앞에서는 활짝 웃어야겠지. 누가 뭐래도 다분히 주관적 개념이었으니까. 하늘에 낀 구름을 보고 누군가는 빛나는 태양을, 또 누군가는 촉촉하게 떨어질 빗방울을 생각하듯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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