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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8.03.28 19:46:22
  • 최종수정2018.03.28 19:46:22

박현순

충북도여성정책관

지금은 잘 들을 수 없지만 '결혼적령기'라는 말이 있다. 결혼을 권하는 연령대라는 뜻으로 남성 28~35세, 여성 26~33세를 일컫는다. 통계청 자료(2016년 기준)에 의하면 결혼적령기 남성인구는 292만 명, 여성은 255만 명으로 남녀 간의 인구차이는 37만 명이었다. 성비는 100:193으로 출생 성비가 최악으로 불균형을 나타냈던 시기는 1980년대 후반~1990년대 초반이었다. 당시 의학의 발달로 산부인과는 태아의 성별을 구분했고 남아선호사상으로 인해 무수히 많은 여아들이 빛조차 보지 못하고 사라졌다. 그리고 운 좋게 살아남은 여아들은 그래서 더 강인한 생존력을 가졌을 수도 있다. 이 당시 출생한 세대의 성비불균형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우리 사회는 가부장제 문화로 인해 여아를 낙태해도 별 문제가 되지 않았던 시절을 건너왔기에 여성들의 생존과 성공에 대한 열망이 커진 걸까· 여성의 대학 진학률이 2000년 이후 서서히 증가하다가 2015년 이후 남성을 앞서면서 여성들은 똑똑해져 갔다. 이 불평등의 세계가 불편하지 않았던 남성들은 여전히 의식의 변화 없이, 습관대로 모든 문제의 원인은 '여성에게 있다고' 하고 성비의 격차가, 의식의 격차가 점점 벌어져가도 알아채지 못했고 불편하지 않았다.

그러나 여성은 학업을 마치고 취업이라는 인생의 다른 입구에 들어서면 여전히 보이지만 갈수 없는 유리 천장에 막혀있다. 최근 보도에 의하면 공공기관 신입채용과정에서 남성지원자에게 가산점을 주어서 서류전형에서 여성지원자를 탈락시켰다고 한다. 또한 젊은 여성들이 2016년에 강남역 10번 출구 화장실에서 살해당한 여성이 자신일 수도 있다고 추모운동을 진행했다. 이 사건을 '여성혐오'범죄로 명명하고 폭력의 위험 속에서 자신의 안위를 걱정할 수밖에 없는 여성의 위치는 우리사회의 주 관심사가 되지 못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법과 제도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성희롱과 성폭력, 데이트폭력은 언제나 '연애의 문제'였고 가정폭력은 가족 내의 사적인 일이었다. 언제나 합의했고, 사랑했고, 그래서 문제가 되지 않았다. 피해자들이 당시에는 좋아했던 것 같은데 이제 와서 성폭력이고, 성희롱이라고 하니 기억을 헤집어도 이해할 수가 없다고 한다. 단 한번이라도 여성들을 주의 깊게 바라봤다면, 거부의 손길을 제대로 파악했다면 가해를 멈출 수 있었겠지만 제대로 보라고 아무도 가르치지 않았다. 오히려 주위에서는 낄낄 웃으며 동조하여 깨달을 기회가 없었다. 그래서 가해자로 지목되는 사람들은 피해자에게 미안하지 않고, 국민에게 미안하다. 추문을 나게 해서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 몇 번의 실수로 기억되는 사소한 일로 심려를 끼친 것으로 말한다.

미투운동의 여파는 사회적 학습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일상의 남성까지 불편하게 만들었다. 갑자기 여성동료를 어찌 대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출장도 같이 가지 않을 것이고, 저녁회식을 따로 하겠다고 하며 일명 '펜스룰'을 친다. 여성 때문에 미투운동이 일어난 것이 아니라 행위자가 있었기에 일어나고 있음을 인지하지 못한다. 어느 지점에서는 자신의 위치가 존재만으로 권력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 그래서 여성들에게 "의도하지 않은 성추행'을 했다고 해명하기에 급급해졌다. 이제는 여성을 배제하고 멀리 떨어뜨리는 것이 문제의 해결책이 아니고 어떻게 해야 할지 적극적으로 배워나가야 한다. 정부는 강도 높은 정책을 계속 발표하고 있다. 직장 내 성희롱, 성폭력방지조치 특별점검, 공공기관 온라인 전수조사,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수위를 높이는 대책과 성희롱, 성폭력 등의 예방교육 및 피해자에 대한 지원안을 마련하고 있다.

그동안 의도하지 않았던 성추행과 성희롱은 그만큼 우리사회가 무감했고 남성들이 무감해도 살 수 있는 위치였음을 드러내는 것이다. 곁에 있는 동료의 불편한 심기를 알아차리지 않아도 불편하지 않았다면 그게 바로 더 큰 권력을 가졌다는 말이다. 미투운동으로 만들어 가려는 세상은 흑백만을 가리려는 것이 아니라 기울어진 운동장을 인식하고 개선해서 좀 더 평등한 세상으로 나아가야한다. 서로 간의 차이를 인정하고 이것이 차별이 되지 않고 다양성으로 존중하고 함께하는, 모두가 조금 더 행복해지는 세상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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