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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8.03.27 13:53:19
  • 최종수정2018.03.27 17:25:01
[충북일보] 태세(太歲)는 땅 속에서 사는 환상 속 괴물이다. 붉은 고깃덩어리 같은 모습으로 온몸에 수천 개의 눈이 붙어 있다고 한다.

태세는 원래 목성을 일컫는 말로 12년 만에 하늘을 일주한다. 땅속에 사는 태세는 목성의 움직임에 맞춰 목성 방향으로 땅속을 이동한다.

중국에서는 종종 토목공사를 하다가 태세가 발견된다고 한다. 그런데 파낸 채로 내버려두면 일족이 죽음을 면치 못하는 재앙에 직면한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그래서 중국인들은 재앙을 막기 위해 태세가 발견되면 공사를 중지하고 원래 장소에 묻어뒀다고 한다.

너무도 쉬운 태세 바꾸기

중국 고전에 나오는 태세와는 글자 자체가 다른 태세(態勢)가 요즈음 화제다. 태세는 어떤 일이나 상황을 앞두고 태도나 자세를 바꾸는 것을 의미하는 단어다.

특히 일부 젊은 층 사이에서는 한 때 '우디르급 태세전환'이라는 말이 유행했다. 우디르는 리그오브 레전드 게임의 한 캐릭터다. 우디르는 스킬이 태세전환으로, 스킬을 클릭하면 평타가 태세전환에 맞춰 변하게 된다.

그것도 매우 빠르기 때문에 '우디르급' 태세전환이라고 했다. 예를 들면 A와 B가 싸우는데 C가 A의 편을 들다가 아니다 싶으면 1분도 되지 않아 B의 편을 드는 행동을 의미한다.

우리 정치판에서 '태세전환'은 너무도 쉽게 목격되는 사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과정에서 친박 인사들의 태세전환을 많은 사람들은 경험했다. 박 정부를 사실상 지탱했던 사법당국의 태세전환. 그리고 중앙부처와 각 지자체 공무원들의 태도 변화 등 철학적 관점에 따라 다소 다를 수는 있지만, 이 역시 태세전환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

박 정부에서 고위직을 역임했던 공무원 상당수도 정권 교체 후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아예 공무원 조직에서는 주군(主君)이 바뀌면 나도 바뀌는 게 당연하다며 스스로를 '영혼 없는 공무원'이라고 자조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언론도 마찬가지다. 박 정부 시절 비판기사 하나 보도하지 못했던 일부 방송사들은 최근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적폐(積弊)를 찾는데 혈안이 되고 있다.

물론 지방언론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중앙언론의 '우디르급' 태세전환과도 질적·양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다.

언론의 적폐 취재를 탓하는 것이 아니다. 언론의 비판과 견제기능은 본연의 의무이자, 생명이기 때문이다.

다만, 너무도 쉽게 태세를 전환하는 언론의 행태에 대해 종이 밥을 먹는 동료의 입장에서 담론(談論)의 차이를 지적하고 싶은 것이다.

검경도 마찬가지다. 어쩌면 전 정부의 적폐에 상당 부분 일조한 검경이 최근 과거 정부 적폐를 청산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조직은 그대로인데, 핵심 지도부만 바뀌었다. 일부 조직은 임기가 연장된 수장이 같은 자리에 앉아 코드 맞추기를 시도하고 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자신이 지지하는 정권이라도 잘못된 사례가 있으면 비판하고, 자신이 싫어하는 정부라도 좋은 정책은 칭찬을 하는 소명의식이 아쉬울 따름이다.

지방선거도 마찬가지

소위 오피니언 리더라고 불리는 사람들의 태세 전환은 선거 과정에서 더욱 노골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찬양일색의 기사를 내놓거나 야권을 향해 쏟아내는 합리적이지 못한 비판은 물론이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나는 뼛속까지 진보라고 말하거나, 반대로 보수의 가치를 진리하고 과포장하는 사례가 그렇다.

어찌 보수를 자처했던 사람이 문재인 정부의 '재정 포퓰리즘'을 찬양한다는 말인가. 어찌 진보적 인사들이 때와 장소에 따라 철학을 바꿀 수 있다는 말인가.

이 모두 해석조차 어려운 사례다. 원인은 우리 사회에 아직도 남아 있는 봉건적 사고방식에서 찾을 수 있다. 그 중심에 제왕적 대통령의 문제점도 있다.

우리는 이제 글로벌 기준에 맞춰 다양한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 다소 힘들더라도 지킬 것은 지키되 보편적 상식이 존중받은 시대를 꿈꾸며 전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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