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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제완

충북문인협회 회장

낮의 길이가 길어지는 춘분이 지났습니다. 봄이 성큼 우리 곁으로 다가왔습니다. 이젠 따스한 햇볕에 새싹이 푸릇푸릇 돋아나고 온갖 꽃들의 향연이 펼쳐지겠지요.

그런데 요즘 젊은이들은 이 풍성한 봄의 향연에 무관심한 것 같습니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 적응하며 살다보니 너무 이기적인 심성으로 변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어떤 의미론 불행한 일이지요.

우리나라가 이만큼 발전했으면서도 자주 위기감에 휩싸이는 것은 바로 이런 정신적 빈곤 때문일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요즘 여러 고관들이 망신을 당하는 것도 돈(富)이 최고의 가치인 것처럼 왜곡된 가치관을 가졌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제는 능력 있는 사람은 생계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됐는데도 많은 사람들은 돈의 노예에서 탈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생에는 돈을 버는 것보다 훨씬 흥미진진하고 보람 있는 일이 얼마든지 있는데도 말입니다.

요즘같이 봄볕이 완연하고 만물이 약동하는 계절에 생각하는 자연의 섭리, 인간 삶의 본질, 생존조건의 의식, 관습·관례, 생명의 원리, 역사의 무수한 아이러니와 반전, 예술에 담긴 인간의 감정과 사상, 어느 것 하나 신비롭고 흥미롭지 않은 게 없으며 탐구의 깊이가 깊을수록 자신의 가치를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미래 전개될 사회는 학문과 지성을 풍부하게 갖춘 사람이 여유롭고 당당하게 여러 사람으로부터 존경받으며 살아갈 수 있을 터이니 이젠 의식을 바꾸어야겠지요.

잠시 삶의 가치에 대해 생각하다보니 구례 운조루(雲鳥樓)에 도착했습니다.

조선 영조 52년(1776년) 삼수부사를 지낸 류이주가 세운 이 건물은 아흔 아홉 칸의 큰 규모입니다. 조선시대 선비의 품격을 상징하는 품(品)자형 배치형식이어서 특이합니다. 택호 운조루는 구름 위에 나는 새가 사는 집이란 뜻인데 좌청룡, 우백호의 산세와 앞에 섬진강이 굽이쳐 흐르는 명당 터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 집에는 쌀 5가마는 족히 들어갈 목독(나무로 된 쌀독)이 있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주위의 가난한 사람들이 끼니를 걱정하지 않도록 행랑채에 두어 누구나 가져갈 수 있도록 음덕을 베풀었다고 합니다. 그 정신 얼마나 숭고합니까. 난 이곳에 오면 내 성(柳)씨에 대한 자부심을 느낍니다.

사람의 삶에는 나를 바로 세우는 게 참으로 중요합니다. 운조루 주인처럼 남을 배려하는 마음은 쉬운 것 같지만 실천하기는 어렵습니다. 시시각각 변하는 게 사람마음인데 뚜렷한 목표를 갖고 이를 실천하기가 얼마나 어렵습니까. 그러나 운조루 주인은 삶의 진정한 가치를 깨달은 사람이지요.

정오가 조금 지나서 화엄사에 도착했습니다. 지리산 자락에 장엄하면서도 자연과 잘 어우러져 조화를 이루는 화엄사는 마음의 평온을 찾을 수 있는 안식처입니다.

화엄사에도 봄볕이 가득합니다. 동안거를 끝낸 스님들의 얼굴에는 온화함이 가득 흐릅니다. 문명이 발달하고 세상이 복잡하게 돌아가도 참나(참모습)를 찾기 위해 정진하는 스님들은 중생들에게 삶의 지혜를 일깨워줍니다.

섬진강 매화마을은 봄 매화의 천국입니다. 내 지나간 봄날이 거기 있었고 꽃다운 젊은 시절로 돌아갈 수도 있었습니다. 꽃은 조용히 한들거리지만 내 마음은 산란합니다. 내 인생에 봄날은 다시 돌아오지 않겠지만 매화마을의 봄날은 내년에도 후년에도 어김없이 다시 올 것입니다.

이젠 다시 출발했던 곳. 내가 사는 곳으로 가야할 시간입니다. 봄은 이제 시작이지만 벌써 이별이 걱정됩니다. 연륜이 쌓여 노년이라는 이름표를 붙이게 될 날이 머지않았으니 어찌 아니 그렇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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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