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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8.03.26 18:25:30
  • 최종수정2018.03.26 18:25:30

김만진

청주시 차량등록사업소 주무관

"톱니바퀴 같은 사람이 되겠습니다."

이 말은 필자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면서 제출한 자기소개서에 썼던 문구로, 어디에 발령받아서 어떤 역할을 맡든지 간에 근면·성실하게 임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하려 한 것이다. 나중에야 곰곰이 생각해보니 톱니바퀴는 크기가 조금만 달라도 제 역할을 못 하므로 필자가 의도한 바와 정반대의 의미가 돼 버렸지만, 어쨌든 그 의지만큼은 확고하다.

필자가 이런 마음가짐을 중시한 이유는, 앞으로 무슨 역할을 맡든 이 사회에 꼭 필요하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현대사회는 전근대에 비해 대단히 복잡해졌고, 이런 현대사회를 지탱하는 정부의 역할, 나아가 정부의 실질적 실체라고 할 수 있는 공무원의 역할은 매우 다양해지고 세분화됐다. 어떤 역할들은 사람들에게 익숙하기도 하고, 또 어떤 역할들은 그렇지 않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유 없이 생겨난 역할은 없다는 점이다.

필자가 처음 발령받은 차량등록사업소는 지금껏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생소한 이름이었고, 그 위치 역시 한 번도 와본 적 없는 곳이었다. 그래서 처음 여기에 도착했을 때는, 솔직히 조금 무서웠다. 자동차에 대해 아는 것이 조금도 없는 내가 여기에서 일을 잘 할 수 있을까 걱정도 됐다.

그러나 새로운 일을 배우는 것은 마음가짐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고, 어느새 들어본 적도 없고 생각해본 적은 더더욱 없는 일들을 (적어도 필자가 생각하기에는) 능숙하게 처리할 수 있게 됐다. 그렇게 정신없이 일을 배우는 시간이 지나고 나니 문득 누군가에게는 이렇게 생소할 수 있는 일이 동시에 꼭 필요한 일이 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

자동차의 질서는 도로 위에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 서류 속에도 존재한다. 자동차는 기름만 있으면 달릴 수 있지만 그것을 이용하는 인간에게는 체계가 필요하다. 그래서 법이 있고, 사업소가 있고, 아침부터 서류뭉치와 씨름하는 공무원들이 있다. 비단 자동차뿐만이 아니다. 우리 주변에는 보이지 않는 체계들이 무수히 많고, 모두 없어서는 안 될 것들이다. 이를 생각해보면 어디서나 제 역할을 다하겠다는 필자의 마음가짐은, 공무원에게 있어 언제나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필자가 의도한 바와 조금 어긋나긴 했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톱니바퀴 같은 사람이 되는 것 역시 대단히 중요하다. 시계를 생각해보자. 시계는 그 안에 정교하고 섬세한 장치들을 품고 있고, 무수히 많은 크고 작은 톱니바퀴들이 완벽하게 맞물려 작동한다. 여기에서 가장 작은 것 하나만 빠져도 시계는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 결국 개개의 크기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서로 연결돼 하나처럼 움직이는 게 중요한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지금도 톱니바퀴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체계 속에 맞물려 들어가 제 역할을 해내는, 그래서 거대한 질서에 기여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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